【투데이신문 이예서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추진해 온 풍산의 탄약사업 인수합병(M&A)이 최종 단계에서 무산됐다. 비공개 입찰에서 단독으로 참여한 한화에어로가 최종입찰제안서 제출로 사실상 양측 가격 협상만 남겨둔 상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혹스러운 소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와 풍산은 M&A 중단을 공식화하고 전열 정비에 들어갔다. 양사 협상이 단기간 내 재추진될 수 없겠지만, 이번 무산 배경을 토대로 M&A 전략을 수정해 나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풍산은 경영권 승계의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서라도 방산 사업 정리가 불가피하고, ‘한국형 록히드마틴’을 꿈꾸는 한화그룹은 국내 유일 탄약 생산업체 인수를 포기하기 어렵다.
무산 배경을 둘러싼 추측은 난무하다. 그중에서도 돌연 매각 철회 의사를 밝힌 풍산의 내부 사정이 가장 먼저 언급된다. 바로 노조의 반대다. 풍산 노조는 방산 호황기에 매각을 결정한 경영진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며 구조조정 가능성에 관한 사전 협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가도 변수로 지목됐다. 시장에서 추산된 풍산의 몸값은 1조5000억원가량이다. 국내 방산업계 최대 규모로 평가되는 만큼 양사의 이견도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특히 풍산 전체 수익에서 탄약사업의 비중이 크다 보니 기업가치 산정에 간극이 발생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기업결합 심사 등 규제 부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풍산 탄약사업은 소구경 탄약부터 155㎜ 포탄까지 국내 군 주요 탄약을 공급하는 독점적 지위를 갖는다. 한화에어로가 인수할 경우 K9 자주포와 탄약을 동시에 공급하게 되면서 시장 지배력 확대에 대한 정부의 우려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이러한 독점 우려에 대해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상지대학교 최기일 군사학과 교수는 “방위산업은 과점 시장이 기본 구조”라며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 실현이 경쟁력 확보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수주 경쟁에서는 무기체계와 탄약, 유지보수를 통합한 기업이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관건은 풍산의 경영권 승계 로드맵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풍산그룹 류진 회장의 장남 로이스 류(한국명 류성곤)가 미국 시민권자인 만큼 탄약사업의 향방도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현행 방위사업법상 방산업체의 경영권은 대한민국 국적자에게만 허용된다. 이는 풍산이 탄약사업 매각을 검토한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일각에선 로이스 류가 방위산업 경영에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 가능성도 거론된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