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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다가오면 라면 업계의 계절면 경쟁이 시작된다. 팔도 ‘팔도비빔면’, 농심(004370) ‘배홍동’, 오뚜기(007310) ‘진비빔면’까지 매년 비슷한 변주가 이어진다. 올해는 결이 조금 다르다. 냉면도, 비빔면도 아닌 부산식 밀면을 비빔면 형태로 풀어낸 제품이 등장했다. 오뚜기 ‘진밀면’이다. 밀면은 밀가루와 전분을 섞은 면에 사골 등을 우려낸 육수를 차게 부어 먹는 부산 향토 음식이다.
진밀면은 밀가루에 고구마·감자 전분을 배합한 면을 사용해 쫄깃한 식감을 강조했다. 기존 유탕면보다 탄력을 높인 구조로, 씹을수록 전분 특유의 쫀쫀한 식감이 살아난다. 여기에 사골과 양지를 우려낸 ‘비법육수스프’를 더해 밀면 특유의 풍미를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비빔과 물 두 가지 방식으로 조리할 수 있는 구조가 특징이다. 4개입 5300원, 편의점 낱개는 1700원 수준이다.
구성품은 세 가지다. 특제소스, 고소한 풍미유, 육수스프가 들어 있다. 일반 비빔면이 소스와 건더기 스프 정도로 끝나는 것과 달리 구성에 힘을 준 모습이다. 조리 과정이 한 단계 더해지지만 완성도에 대한 기대감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두 가지 방식으로 모두 먹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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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비빔밀면부터 맛봤다. 첫 젓가락에 매콤새콤한 소스가 치고, 뒤이어 풍미유가 고소하게 밀려온다. 맵기는 신라면 수준으로 적당히 자극적이다. 단맛보다 새콤하게 매운 방향이라 비빔면 특유의 청량한 인상을 준다. 면발은 쫄면과 일반 유탕면 사이 어딘가의 단단한 탄력으로 팔도비빔면보다 굵은 수준이다. 가벼운 비빔면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다소 낯설 수 있다.
의외의 ‘킥’(자극)은 온육수다. 온수 100㎖에 육수 분말을 별도의 컵에 풀어서 곁들이는 방식인데, 슴슴하면서도 깊은 사골·양지 풍미가 중간중간 입안을 정리해준다. 기존 비빔면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부산 밀면을 먹어본 사람이라면 과거 온육수의 추억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비빔소스만으로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맛을 균형 있게 잡아준다.
물밀면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냉수 100㎖에 육수 분말을 풀어 비빔면에 부어 말아 먹는 방식이다. 차가운 육수가 들어오는 순간 소스의 존재감이 한 단계 내려가고, 대신 면의 식감이 전면에 드러난다. 찬물에 닿은 면은 더 수축되며 꼬들꼬들해지는데, 전분과 고구마 특유의 면 맛이 한층 또렷하게 살아난다. 꼬들한 식감을 선호하는 소비자라면 만족도가 높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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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면 국물 역시 색다른 재미다. 소스가 육수에 씻기며 냉면과 비빔면 사이 어딘가의 풍미를 만든다. 얼음까지 얹으면 냉면이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소스와 육수 분말의 조합도 제법 신선했다. 개인적으로는 비빔보다 극강의 꼬들함을 가진 물밀면 쪽이 더 취향이었다.
물론 아쉬운 지점도 있다. 비빔밀면의 온육수는 뜨거운 물이 식으면 라면 스프 특유의 화학적(?) 향이 도드라진다. 육수 맛도 기존 부산 밀면과 차이가 있다. 물밀면은 냉수에 분말 스프가 완전히 녹지 않는 점도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다. 특히 물밀면은 소스, 풍미유, 면이 각자 맛의 방향이 달라 풍성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복잡하게 다가올 여지도 커 보였다.
그래도 장점이 더 큰 제품이다. 기존 계절면에서 경험하기 어려웠던 식감과 조합을 독특하게 담아냈다. 비빔면 하나에 비빔, 온육수, 물국수까지 다양한 방식을 넣으려 한 시도 자체가 신선하고 재미있다. 매콤한 계열을 선호하는 소비자라면 만족할 수 있는 구성이다.
오뚜기의 이색 라면 도전은 라면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미역국라면, 백세카레면, 팥칼국수 등 기존 문법을 벗어난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면서도 완성도를 놓치지 않는다. 진밀면 역시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 있는 제품이다. 실제로 초기 성적도 좋다. 지난달 16일 출시한 제품은 25일 만에 300만개 판매를 넘어섰다. 계절면 신제품으로서는 이례적인 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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