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다시 만난 단종과 정순왕후…보랏빛 그리움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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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다시 만난 단종과 정순왕후…보랏빛 그리움 물든다

연합뉴스 2026-04-12 09: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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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사릉서 자란 맥문동·구절초 등 영월 장릉에 옮겨 심어

'단종 앓이' 열풍 속 부부의 연 주목…"올해 세계유산위원회서 소개"

영월 장릉에서 열린 고유제 영월 장릉에서 열린 고유제

(영월=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11일 단종(재위 1452∼1455)의 능인 강원 영월 장릉에서 남양주 사릉에서 채취한 들꽃을 옮겨 심은 행사를 알리는 고유제가 열리고 있다. 2026.4.12
yes@yna.co.kr

(남양주·영월=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단종(재위 1452∼1455)이 왕위에서 물러나 강원 영월로 유배되자 단종비 정순왕후(1440∼1521)도 궁에서 쫓겨났다.

15세 어린 나이로 왕비가 됐지만, 그 자리에 머문 건 1년 6개월 남짓이었다.

군부인으로 신분이 낮아져 지금의 서울 동대문 밖 정업원에서 생활한 그는 단종이 죽음을 맞은 뒤 홀로 60여 년을 견디며 고된 삶을 살아갔다.

종로 창신동에는 정순왕후가 옷감을 보랏빛으로 물들이며 생계를 유지했다는 일화가 전하는 '자지동천'(紫芝洞天·자주동천·자주동샘으로도 불림) 글씨가 남아있다.

'정순왕후 사릉에서 옮겨 심은 들꽃' '정순왕후 사릉에서 옮겨 심은 들꽃'

(영월=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11일 단종(재위 1452∼1455)의 능인 강원 영월 장릉 일대에 남양주 사릉에서 옮겨 심은 들꽃을 알리는 표석이 설치돼 있다. 2026.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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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왕후의 그리움이 담긴 보랏빛이 단종 곁에 스며들었다.

영월 장릉과 남양주 사릉, 비운의 삶을 끝낸 뒤에도 500년 넘게 떨어져 있는 부부의 애틋한 인연을 이어주려는 작은 노력이다.

지난 11일 찾은 영월 장릉의 '정령송'(精靈松) 주변에는 맥문동, 구절초, 벌개미취, 비비추, 쑥부쟁이, 층꽃 등이 새 터전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남양주 사릉 안에 있는 전통수목양묘장에서 직접 키운 들꽃이다.

고유 수종으로 구성된 들꽃 800여 본은 1999년 사릉에서 장릉으로 옮겨 심은 소나무인 정령송 주변에서 보라색 꽃을 피울 것으로 기대된다.

영월 장릉을 향한 관심 영월 장릉을 향한 관심

(영월=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11일 단종(재위 1452∼1455)의 능인 강원 영월 장릉 일대 모습. 국가유산청은 사후 500여 년간 서로 다른 곳에 모셔 온 단종과 정순왕후의 만남을 상징적으로 풀어내고자 들꽃 800여 본을 옮겨 심었다. 2026.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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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릉의 능침(陵寢·임금이나 왕후의 무덤)을 보기 위해 이동하던 사람들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정순왕후 사릉에서 옮겨심은 들꽃'이라는 표석과 설명을 들여다봤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단종을 떠올리며 애절함과 그리움 속에 수십 년을 살아간 정순왕후의 마음이 이곳을 보랏빛으로 물들며 다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가유산청은 단종이 유배지에서 인생 마지막 시기를 보내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1천600만 관객을 달성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자 행사를 준비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사후 500여년간 떨어져 있던 단종과 정순왕후의 서사를 '꽃'이라는 생명의 매개체로 연결해 역사적 슬픔을 치유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영월 장릉에서 열린 고유제 영월 장릉에서 열린 고유제

(영월=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11일 오후 단종(재위 1452∼1455)의 능인 강원 영월 장릉에서 남양주 사릉에서 채취한 들꽃을 옮겨 심었다고 알리는 고유제가 열리고 있다. 2026.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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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은 들꽃을 옮겨 심으면서 두 능에서 예를 갖춰 행사를 알렸다.

11일 오전 남양주 사릉에서 열린 고유제(告由祭)에는 허민 청장이 제사를 지낼 때 첫 번째로 술을 올리는 제관인 초헌관을 맡았다.

고유제는 중대한 일을 치르기 전후 그 사유를 알리는 제사를 뜻한다. 이번 고유제에는 전주이씨대동종약원, 장·사릉봉향회, 장릉제례보존회 등도 참여했다.

옅은 옥색의 제복을 입은 제관들은 재실에서 왕릉까지 행렬한 뒤, 홍살문 안 향로와 어로에서 향과 축문을 전하는 전향축례(傳香祝禮)를 하고 준비한 술과 음식을 올렸다.

"단종과 정순왕후 두 분의 백이 따로 모셔져서 승하 후 50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 두 분의 그리움을 꽃으로 이어지게 하려 합니다."

남양주 사릉에서 열린 고유제 남양주 사릉에서 열린 고유제

(남양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11일 단종(재위 1452∼1455)의 왕비인 정순왕후를 모신 남양주 사릉에서 고유제가 열리고 있다. 행사에서는 남양주 사릉에서 자란 들꽃 800여 본을 단종의 능인 강원 영월 장릉으로 옮겨 심는다고 알리며 제향했다. 2026.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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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맞아 사릉과 장릉을 찾은 관람객들은 초헌례, 아헌례, 종헌례의 순으로 이뤄지는 작헌례(酌獻禮·신에게 술을 올리는 절차) 등을 유심히 살펴보면서 고개 숙여 예를 표하기도 했다.

고유제를 보기 위해 강원 춘천에서 왔다는 한 관람객은 "단종의 비극적인 삶이 다시 역사적으로 주목받고, 꽃을 통해 정순왕후와 이어지게 돼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왕과 사는 남자' 인기에 관련 역사와 문화유산을 찾아보는 '단종 앓이'가 유행하자 일각에서는 단종과 정순왕후를 합장해달라는 요청이 나오기도 했다.

160여 ㎞ 떨어져 있는 두 능을 합쳐 슬픈 역사를 매듭짓자는 취지에서다.

단종을 모신 영월 장릉 단종을 모신 영월 장릉

(영월=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11일 찾은 강원 영월 장릉 모습. 단종(재위 1452∼1455)의 능인 장릉은 1457년 단종이 세상을 떠나자 영월호장 엄흥도가 시신을 몰래 거두어 가매장한 것으로 전하며 1698년 왕의 신분으로 회복된 이후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2026.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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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춘득 사릉 문화관광해설사는 "최근 관람객이 5배 정도 늘었다"며 "단종과 정순왕후가 왜 떨어져 있냐, 지금이라도 합장할 수 없냐는 질문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나 영월 장릉과 남양주 사릉은 각각 사적으로 지정돼 있고, 2009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조선왕릉' 40기로 이름을 올린 상황이다.

유네스코는 등재 당시 '왕릉 형태와 건축 구조, 석물 등 대체로 변화 없이 유지'된 점을 높이 평가하며 일부 훼손된 능역까지 원형 보존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조선 숙종(재위 1674∼1720) 대에 단종과 정순왕후를 복위한 뒤에도 능은 그대로 두고, 신주(神主·죽은 사람의 위패)만 종묘 영녕전에 함께 모셨다.

정순왕후를 모신 남양주 사릉 정순왕후를 모신 남양주 사릉

(남양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11일 경기 남양주 사릉에서 능침을 바라본 모습. 사릉은 단종비인 정순왕후가 1521년 세상을 떠나자 단종의 누나 경혜공주의 시댁인 해주 정씨 집안 묘역에 마련됐고, 단종이 복위된 이후 왕릉 제도에 맞게 다시 조성됐다. 2026.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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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 궁능유적본부 궁능서비스기획과장은 "단종의 영월 장릉, 정순왕후의 사릉, 신주를 모신 종묘를 잇는 문화유산 여행 코스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유산청은 '부부의 연'이 이어지도록 할 방침이다.

매년 7∼8월에 장릉과 사릉에서 사초(무덤의 풀) 씨앗을 확보해 양육한 뒤, 이듬해 한식(寒食)에 각 능에서 교환해 심는 행사를 매년 열 예정이다.

허민 청장은 "올해 부산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역사와 문화유산, 이야기를 아우르는 사례로 전 세계에 소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행사 의미 설명하는 허민 국가유산청장 행사 의미 설명하는 허민 국가유산청장

(남양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허민 국가유산청장(왼쪽)과 안호 궁능유적본부 궁능서비스기획가장(오른쪽)이 지난 11일 경기 남양주 사릉에서 열린 고유제에서 사릉에서 채취한 들꽃을 영월 장릉에 옮겨 심는 행사를 설명하고 있다. 2026.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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