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비난 두려워" 100년 숨긴 '이토 히로부미' 친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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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비난 두려워" 100년 숨긴 '이토 히로부미' 친필 발견

이데일리 2026-04-12 07:56:2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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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한국에서 이토 히로부미의 친필로 추정되는 글씨가 발견됐다.

한국에서 발견된 이토 히로부미 친필 (사진=교도통신)


11일(현지시간)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 족자를 공개한 사람은 전직 한국 국회의원이다. 그는 1910년 한일병합 이전 대한제국 시절 국가기관인 ‘궁내부’에서 근무했던 한 관리의 후손으로부터 올해 1월 이 족자를 양도받았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토 히로부미는 일본의 초대 총리이자 초대 한국 통감을 지낸 인물로 조선의 국권 침탈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원소유주의 가문은 최초 입수한 관리가 사망한 후에도 후손들이 족자를 집안에 소중히 보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족자를 소유한 사실이 알려질 경우 친일파로 비난받을 것을 우려해 수십 년간 이 사실을 숨겨왔다고 통신은 전했다.

한국 전직 국회의원은 “(원소유주 가문 측이) 한일 간에 어떻게든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자신에게 양도했다고 설명했다. 통신은 전 한국 국회의원의 신원은 밝히지 않았다.

족자에는 ‘여화낙처만지화연우(餘花落處滿地和烟雨)’라는 일곱 글자의 한시 구절이 적혀 있다. 통신은 ‘지는 꽃잎이 지면에 가득 떨어지고 봄비와 조화를 이뤄 아름답구나’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통신은 “한국과 일본 전문가들은 이토 글씨가 맞는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쓴 시기와 배경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다만 뜻을 두고는 한일 전문가 사이에서 엇갈린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 측은 일본이라는 꽃이 조선 땅에 쏟아지는 모습을 묘사한 것으로 한국을 보호국으로 만든 성과를 스스로 칭송하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일본 측은 벚꽃이 지는 것과 봄비의 조화를 노래한 것으로 정치적 의도는 느껴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통신은 “이토 글씨는 한국에서 과거에도 여러 차례 확인됐다”면서도 “조선 침략의 원흉이라는 부정적 인상 때문에 작품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워 적극적으로 찾는 사람이 드물다”고 전했다. 보통은 인물에 대한 강한 부정적 인식 탓에 작품 자체의 예술적 가치보다는 역사적 사료로 취급받는 경우가 많다.

통신은 또 현재 족자의 실제 보존 실태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토의 손글씨로 확인된 정초석(왼쪽), 사적 제280호 '서울 한국은행 본관' 현재의 정초석(사진=문화재청 제공)


한국에서 이토의 글씨가 논란이 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0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현 화폐박물관) 머릿돌에 새겨진 ‘정초’(定礎) 두 글자가 이토의 친필로 판명됐다.

문화재청은 전문가 자문단의 현지 조사를 거쳐 이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이후 철거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으나, 2021년 문화재위원회는 아픈 역사를 교훈으로 남긴다는 취지에서 머릿돌을 보존하되 안내판을 설치하기로 결론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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