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고래 싸움에 신음하는 '중동의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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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고래 싸움에 신음하는 '중동의 파리'

연합뉴스 2026-04-12 07:10:2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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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의 피란민 지난 8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의 피란민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휴전에 전격 합의하자 국제사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반응은 지표로 확인됐다. 이튿날 국제유가는 중동발 호재의 영향으로 한때 최대 19% 급락했고, 뉴욕증시 3대 지수도 일제히 급등했다. 한국에서도 코스피가 7% 오르며 소식을 격하게 반겼다.

11일 파키스탄의 중재로 미국과 이란이 종전 담판을 짓기로 하자 낙관론은 더 짙어졌다.

이렇게 군사 강국들의 타협으로 시선이 옮겨가는 국면에서 철저하게 소외된 곳이 있어서 안타깝다. 바로 레바논이다.

지난 8일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공격은 멈추겠다면서도 레바논은 휴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수도 베이루트를 포함한 레바논 각지를 유례없는 강도로 맹폭했다. 이날 하루 동안에만 357명이 죽었다는 것이 현지 당국의 집계다. 이스라엘은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표적으로 삼았다지만 민간인 사상자가 많다.

하지만 어쩐지 외신 등 언론보도의 양이나 질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다. 레바논의 피해 상황은 뒤늦게 짧은 기사로 다뤄지기 일쑤다.

이번 전쟁 초반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랜드마크인 '7성급' 호텔 부르즈알아랍이 이란 드론의 파편에 맞아 불이 났던 일이 대서특필됐던 장면은 대조적이다.

이란이 중동의 미군 기지를 보복 타깃으로 삼으면서 불똥이 튀었던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 같은 걸프국들과 레바논을 단순 비교하기는 무리이기는 하다.

이들 산유국이 파는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한국으로 수입되고,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많다 보니 관심의 크기가 다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가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가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 연합뉴스]

그렇지만 경제적 영향력의 차이가 전란의 경중을 판단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치는 듯싶어서 씁쓸한 기분이다.

수십년간 안팎으로 전쟁을 겪으며 경제가 파탄난 레바논에는 주변 걸프 지역 나라들이 갖춰놓은 패트리엇,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천궁 같은 값비싼 첨단 방공망도 없다.

이스라엘이 띄운 드론이 베이루트 시내 한복판 위를 웅웅거리며 느긋하게 누벼도 레바논은 속수무책이다. 전투기나 미사일은 말할 것도 없다.

현지에 남은 각국 외교공관도 어려운 상황 속에서 분투 중이다. 지난 9일 전규석 주레바논한국대사는 대사관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교민들을 향해 "부디 더 늦기 전에 출국을 진지하게 고려해 주시기를, 가능한 한 조속히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썼다.

현재 레바논에는 교민 약 90명, 공관원 약 10명, 동명부대원 180여명 등의 한국인이 있다고 한다. 현지에 체류하는 교민들에 따르면 일부 한국인 선교사들이 대피를 거부해 대사관이 난처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명부대는 영외 활동을 일절 중단했다.

기자는 2024년 11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휴전했을 때 레바논을 방문했다.

그때 베이루트에서 만난 30대 청년이 항구 폭발사고 현장 앞에서 "휴전이 계속되면 1년 안에 경제도 살아나고 모든 게 좋아질 것"이라며 "전쟁이 끝나면 꼭 가족들과 함께 여행 오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 1년 반이 지났는데, 과거 '중동의 파리'로 불리던 영광을 되찾고자 하는 베이루트 시민들의 바람은 그새 더 멀어진 것 같다.

지금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의 힘겨루기 속에서 레바논은 '협상 카드' 정도로 다뤄질 뿐이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죽은 이들의 시신 6구가 고향인 시리아 데이르에조르로 운구돼 장례식이 열렸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죽은 이들의 시신 6구가 고향인 시리아 데이르에조르로 운구돼 장례식이 열렸다.

[AP 연합뉴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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