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히말라야 산자락의 소국(小國) 부탄이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BTC) 약 70%를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데스크가 11일(현지 시간) 블록체인 분석업체 아컴 인텔리전스 데이터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부탄 왕실 정부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2024년 10월 약 1만3,000 BTC에서 현재 3,954 BTC로 줄었다. 18개월 만에 약 9,000개를 시장에 내놓은 셈이다.
▲ 올해만 3100억원어치 매도
매도 속도는 올 들어 더욱 빨라졌다.아컴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만 '확인 지갑'으로 이동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9일에도 319.7 BTC(약 2,268만 달러)가 두 곳의 주소로 이체됐는데, 250 BTC는 대형 가상자산 중개사 갤럭시 디지털과 거래소 OKX를 통한 매도용 지갑으로, 나머지 69.7 BTC는 새로운 미확인 주소로 보내진 것으로 파악됐다.
▲ 1년 넘게 채굴 유입 '제로'
더 주목할 대목은 부탄이 BTC 채굴 자체를 중단했을 가능성이다. 부탄은 2019년부터 풍부한 수력 발전을 활용해 비트코인 채굴에 나선 독특한 이력의 국가다. 국부(國富)펀드인 드루크 홀딩스 앤 인베스트먼트가 국내 6곳의 채굴 시설을 운영하며 친환경 에너지를 가상자산으로 전환해왔다.
그러나 아컴 데이터를 보면 부탄의 BTC 지갑에 10만 달러 이상의 채굴 유입이 기록된 것은 1년 전이 마지막이다. 한때 자국의 강줄기에서 길어 올린 전기로 BTC를 '캤던' 나라가, 지금은 쌓아둔 것을 꺼내 파는 데 그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전기 팔면 더 벌어"
채굴 중단의 배경으로는 수익성 악화가 거론된다. 2024년 4월 반감기를 거치면서 BTC 블록 보상은 6.25 BTC에서 3.125 BTC로 반 토막 났다. 여기에 채굴 난이도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BTC 가격은 한때 9만 달러를 넘기기도 했지만 현재 7만1,000달러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코인데스크는 "부탄의 채굴을 가능하게 했던 수력 발전이 이제는 이웃 나라 인도에 전력을 수출하는 쪽이 더 높은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상황"이라며 "가격 하락과 채굴 난이도 상승, 반감기 효과가 겹치면서 소규모 국가 단위의 BTC 채굴이 경제성을 잃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 세계는 사는데, 부탄만 판다
아이러니한 것은 부탄이 BTC를 쏟아내는 동안, 시장의 다른 대형 참여자들은 오히려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대표적 BTC 매집 기업이 지난 주말에만 4,871 BTC를 3억3,000만 달러에 추가 매수해 총 보유량을 76만6,970 BTC로 늘렸다.
미국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들도 3월 한 달간 약 5만 BTC를 흡수했다. 코인데스크는 "부탄의 잔여 보유량 3,954 BTC는 스트래티지가 보통 한 주 만에 매입하는 규모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 드루크 홀딩스, 침묵
부탄 국부펀드 드루크 홀딩스는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일절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코인데스크는 "지난 한 주간 여러 차례 이메일과 전화를 시도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때 '국가 단위 BTC 채굴'의 가능성을 증명한 실험으로 주목받았던 부탄의 행보는, 이제 "BTC의 서사적 매력과 실제 운영의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보여주는 데이터 포인트"(코인데스크)가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국 산에서 캔 BTC 1만3000개를 쥐었던 히말라야의 작은 왕국이, 지금은 4000개도 채 남지 않은 잔고를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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