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임준혁 기자 | 국내 조선3사(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의 올해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이 2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조선3사가 수년째 추진해 온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친환경 연료 추진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선별 수주 전략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슈퍼 싸이클 시기인 3년 전부터 높은 가격에 수주한 선박들이 본격적으로 매출에 반영되고 있어 조선3사의 호실적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가 추산한 지난 8일 기준 조선3사의 올해 1분기 합산 매출은 14조996억원, 영업이익은 1조9157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전망치는 지난해 1분기 합산 매출 12조4000억원, 영업이익 1조2400억원 선과 비교해 각각 13.62%, 54.5% 증가한 수치다. 시장에서는 이들 3사가 실제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 컨센서스를 웃돌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HD한국조선해양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38.5% 증가한 1조1838억원으로 추산됐다. 한화오션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48.2% 상승한 383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도 3486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돼 작년 1분기보다 138% 급증할 전망이다.
▲ 올해 연간 합산 영업익 8.7조 전망
에프앤가이드는 조선3사의 올해 연간 합산 예상 매출을 60조원, 영업이익은 8조7000억원 규모로 내다봤다. 전년 대비 각각 12%, 48% 증가할 것으로 추산한 것이다.
지난 2022년부터 시작된 조선 빅사이클(초호황기)로 증가한 고부가 선종 수주가 당분간 조선3사의 실적을 계속 견인할 것이란 예상이다. 선박 건조계약의 대부분은 선수금을 적게 받고 인도 시기 대금을 많이 받는 ‘헤비 테일’(Heavy Tail) 방식이라 인도 시점에 수익성이 가장 높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2분기 이후에도 LNG운반선 매출 비중이 전체의 절반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3년 이후 고가에 수주한 LNG운반선과 친환경 연료 추진 가스운반선·컨테이너선 등 고부가 신규 프로젝트의 매출 반영도 점차 확대됨에 따라 견조한 영업이익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수주잔량도 차곡차곡 늘고 있다. 올들어 현재까지 HD한국조선해양은 총 68척, 72억5000만달러 상당의 선박을 수주했다. 한화오션은 총 15척, 28억4000만달러 규모의 신규 일감을 확보했으며 삼성중공업도 연초부터 지금까지 총 16척, 31억달러어치의 향후 일감을 꾸준히 쌓아왔다. 이들 3사의 합산 수주액은 131억9000만달러 규모에 달한다.
▲ 수주잔량 3635만CGT...3~4년치 일감 확보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 조선사들의 수주잔량(오더북)은 지난달 말 기준 3635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집계돼 전 세계 수주잔량의 19%를 차지했다. 한국 조선사의 이 같은 오더북은 향후 3~4년 치 일감까지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조선3사는 최대 4년치 일감 확보에 성공한 만큼 그동안 수주 영업 기조인 ‘고부가 선종 위주의 선별 수주’ 원칙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현재 휴전 상태인 이란 전쟁이 조선3사의 선별 수주를 더욱 부추길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이런 관측은 이번 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해상 공급망 위기가 유조선(탱커)과 LNG운반선 등의 발주 수요를 끌어올리는 데서 출발한다.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수요부터 폭증하기 시작했다. 실제 올해 1분기 전 세계 원유운반선 발주량은 459만CGT, 120척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 대비 CGT 기준으로 8배 이상 증가했고 척수로도 7배 넘게 늘어났다.
LNG운반선 발주량도 급증했다. 1분기 17만4000㎥급 LNG운반선의 발주량은 35척으로 전년 동기(3척)보다 11배 이상 늘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카타르 가스전의 LNG 수출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LNG 수입국, 글로벌 에너지 메이저들이 공급처 다변화를 추진하며 발주 수요가 증가한 탓이다.
▲ 중동 사태 에너지 공급망 변화 촉발
중동 중심의 원유·LNG 공급 구조가 미국·호주 등으로 분산되기 시작하면서 톤마일(화물중량×운송거리) 효과가 큰 폭으로 나타났고 선사들이 필요로 하는 선박 수도 덩달아 증가했다.
수년 전부터 조선3사는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에 밀려 사실상 원유운반선 수주를 포기했다. 실제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3월 15일 기준) 전 세계에서 발주된 원유운반선 91척 중 75%에 달하는 69척을 가져갔고 한국은 나머지 22척을 수주했다.
그럼에도 조선3사가 중동 사태로 촉발된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탱커 수요 급증이란 환경 변화에 중국과 수주를 놓고 이전처럼 계약 자체를 포기할 수 없다는 시그널이 감지된다. 조선3사가 중국 조선소의 낮은 원가 공격에 고전하던 탱커를 국내외 생산 거점에 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전선(全船) 위탁 건조를 시행하면서 상황은 변하기 시작했다.
삼성중공업은 2년 전부터 포화 상태인 거제조선소의 도크 등 생산설비 부족과 인력난을 해외 조선소와의 협력으로 극복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거제조선소를 기술개발 허브로 육성하는 한편 LNG선, 친환경 컨테이너선,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의 중심으로 특화하고 있다.
▲ 해외 생산 거점 활성화...‘돈 되는 유조선’ 선별 수주
동시에 원유운반선 같은 범용 상선은 설계·장비구매·조달은 삼성중공업이 수행하고 전선 건조는 인건비 경쟁력을 가진 중국, 베트남 등 해외 조선소에 위탁 건조를 맡기는 ‘이원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이같은 위탁 건조를 수행 중이다. 지난해 말 유럽 선사로부터 수주한 수에즈막스급 원유운반선 4척을 경남 통영의 HSG성동조선에 위탁 계약(통하청) 방식으로 전선 건조를 맡긴 바 있다.
HD한국조선해양도 지난 2024년 미국 서버러스 캐피탈(Cerberus Capital)과 필리핀 수빅 조선소 일부 부지에 대한 임차계약을 체결해 지난해 자사의 두 번째 해외조선소로 출범시켰다. 같은 해 9월 HD현대필리핀조선소에서 11만5000톤급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탱커)의 건조 착수를 알리는 강재절단식을 개최했다.
HD한국조선해양이 선사와 건조계약을 체결한 후 삼성중공업과 마찬가지로 설계·구매·조달 등 핵심 공정은 직접 담당하고 전선 건조를 필리핀에서 수행하는 방식이다. HD현대필리핀조선소는 연간 11만5000톤급 PC탱커 4척을 건조할 수 있는 규모이며 현재 동형선 4척을 건조하고 있다.
LNG선 위주의 선별 수주를 해온 조선3사가 두둑한 곳간에 해외 생산을 통한 인건비 절감이란 카드까지 빼들면서 VLCC는 물론 수에즈막스급 탱커와 PC탱커에서도 ‘돈 되는 물량’은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은 최근 중국 조선소의 도크 및 건조설비 포화 상태란 호재까지 겹치며 앞으로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양종서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객원 교수는 “그동안 저가 공세로 탱커 시장을 장악한 중국 조선소도 최근 무리한 수주로 향후 4년치에 달하는 일감을 한꺼번에 확보, 도크를 포함한 생산설비가 포화 상태인 만큼 탱커의 신규 발주 물량이 국내 조선소로 넘어오는 반사이익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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