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한 수컷 늑대 늑구의 행방이 사흘째 묘연한 가운데 서둘러 찾지 못하면 늑구가 야산에서 폐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동물원에서 나고 자라 사냥 능력이 없는 늑구가 극심한 스트레스 상태에서 먹이활동을 못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8일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한 늑대 늑구. / 대전소방본부 제공.
늑구는 지난 8일 오전 9시 18분쯤 대전 중구 사정동 오월드 사파리 울타리 밑 땅을 파고 빠져나간 뒤 줄곧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2024년 1월 태어난 수컷 성체인 늑구는 두 살배기다. 갓 성체에 진입했다. 탈출 직후 오월드는 자체 수색을 진행하다 40분이 지난 뒤에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코드제로를 발령하고 소방·오월드 관계자·공무원·군인·엽사 등 400여 명을 동원해 수색에 나섰다.
수색 당국에 늑구가 마지막으로 포착된 것은 탈출 이튿날인 9일 오전 1시 30분쯤이다. 오월드 인근 송전탑 부근에서 열화상카메라에 움직임이 잡혔으나 드론 배터리를 교체하는 사이 추적이 끊겼다. 이후 이날까지 늑구의 흔적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색이 길어질수록 늑구의 생존 가능성이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수색 당국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오월드에서 나고 자란 늑구에게는 사냥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먹이를 찾아 먹지 못하면 폐사할 수 있는데, 늑구가 불안한 상태라 먹이활동이 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최진호 야생생물관리협회 전무이사도 "수색이 장기화된다면 야산에서 폐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으로 먹이활동을 하지 못하면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소방, 경찰, 오월드, 금강유역환경청, 엽사 등이 8일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한 늑대 늑구에 대한 수색 및 포획 작업을 하고 있다. / 대전소방본부 제공
늑대를 30여 년간 연구해 온 청주대 동물보건복지학과의 최현명 겸임교수는 "늑대는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습성이 있어 탈출한 늑구는 현재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라며 "공황 상태라 멀리 가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물을 섭취할 수 있다면 최대 2주가량 늑구가 버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늑구를 유인하기 위해 인근 곳곳에 먹이를 배치해 둔 상태다.
기상 악화가 수색의 발목을 잡았다. 9일 종일 세찬 비가 내리면서 드론 운용이 제한되거나 시야 확보가 어려웠다. 수색 당국은 열화상 드론으로 늑구를 포착한 뒤 길목에 포획틀을 놓으려고 했으나 공중 수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당국은 늑구가 굴을 파고 은신해 있거나 외곽으로 빠져나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늑대는 사육장 안에서도 굴에 은신할 경우 길게는 3일 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충북 청주 지역에서도 목격 신고가 접수됐다. 9일 오후 6시 50분쯤 청주시 서원구 현도면 시목리에서 "늑대가 돌아다니다 산으로 올라가는 것을 봤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해당 지점은 오월드에서 직선거리로 약 23㎞ 떨어진 곳이다. 다만 이 신고는 오인 신고일 가능성이 높다고 당국은 보고 있다.
소방, 경찰, 오월드, 금강유역환경청, 엽사 등이 8일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한 늑대 늑구에 대한 수색 및 포획 작업을 하고 있다. / 대전소방본부 제공
수색에는 청주동물원·국립생태원·서울대공원·광주동물원의 전문가들과 민간 전문가들이 합류한 상태다. 늑구가 다친 채 발견될 경우에 대비해 수의사도 현장에 대기 중이다.
이번 사고는 2018년 퓨마 뽀롱이 탈출 사건에 이어 오월드에서 발생한 두 번째 맹수 탈주 사건이다. 당시 뽀롱이는 탈출 4시간 30분 만에 사살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늑구의 안전한 귀환을 응원하는 글을 9일 오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수색 과정에서는 가짜 사진과 영상이 유포되면서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늑구 관련 신고 및 제보 가운데 신빙성이 없는 것이 90% 이상으로 확인됐다. 탈출 첫날 소방 당국이 브리핑에 사용한 늑구 사진마저 AI로 생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탈출한 늑구는 오월드가 추진 중인 한국늑대 복원사업 과정에서 태어난 개체다. 오월드는 2008년 러시아 사라토프주에서 늑대 7마리를 들여와 번식을 이어오고 있으며 늑구는 그 후손이다.
시민단체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성명을 통해 오월드에서 사육 중인 늑대가 한반도에 서식했던 몽골늑대(Canis lupus chanco)가 아니라 러시아 서부 사라토프 지역에 분포하는 유라시아늑대(Canis lupus lupus) 계통으로, 한반도에 서식했던 늑대와 동일 아종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새끼가 태어날 때마다 아기 늑대 보전이라는 이름으로 홍보되지만 복원사업의 정당성 자체가 의문"이라며 오월드의 동물 관리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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