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국내 은행권이 수익 다변화를 위해 전방위 해외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동남아시아를 주요 거점으로 삼은 데서 나아가 중앙아시아, 미주, 유럽까지 시선을 넓히며 ‘K-금융’을 확산하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저성장으로 인해 수익성 저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해외 진출을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24년 말 기준 국내은행의 해외점포는 41개국 총 206개로 전년 대비 4개 늘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 점포가 140개로 전체의 68%를 차지하며, 베트남·인도에 20개로 가장 많은 점포가 집중돼 있다.
인도네시아는 2억8000만 명에 육박하는 인구수에도 불구하고 금융 침투율이 인접국 대비 낮아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기준 GDP는 5.11% 상승하며 국내 시장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베트남 역시 청년층 인구 비중이 높은 젊은 시장으로, 지난해 GDP 성장률은 8%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처럼 높은 성장 잠재력과 낮은 금융 보급률의 조합이 국내 은행들을 신흥국으로 끌어당기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협업 중인 인도네시아 슈퍼뱅크 CEO 티고르 M. 시아한은 “인도네시아의 GDP 대비 대출 비중은 현재 약 34%로, 엄청난 기회를 가진 시장”이라며 “금융 서비스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 시장의 비중이 70%가 넘어 많은 사람들이 금융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뱅크X CEO 뿐나맛 위찟끌루왕싸는 “태국의 인구는 약 7000만 명으로 한국보다 약 2000만 명 더 많은데, 이중 2000만 명 가량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가계부채 비율은 88%로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상당 부분이 비공식 대출로, 이를 은행의 정식 대출로 전환하는 것은 큰 기회”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지난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평균 해외 수익 비중은 전체 수익의 9%를 돌파했다. 지난 2021년 6.5%보다 약 2.5% 늘어난 수준이다. 저성장과 가계부채 관리 등의 이유로 국내 이자이익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해외시장을 성장 돌파구로 삼아 눈을 돌린 결과다.
인터넷은행도 가세했다. 카카오뱅크는 인도네시아의 슈퍼뱅크와 태국의 뱅크X에 이어 몽골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기존 카카오뱅크가 중저신용자 대출에 활용해온 ‘카카오뱅크 스코어’를 수출해 자체 대안평가 모델을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케이뱅크 역시 태국 카시콘뱅크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토스뱅크 역시 향후 3~5년 내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권은 동남아시아뿐 아니라 거점의 다변화를 통한 해외 수익증대를 위해 미주와 유럽 등까지 시야를 넓히고 있다.
전체 해외점포 분포를 보면, 베트남·인도에 이어 미국이 17개 지점으로 뒤를 이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 점포가 총 140개로 전체 해외점포의 68.0% 수준이고, 미주 29개(14.1%), 유럽이 28개(13.6%)로 지역 분산을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윤석 선임연구위원은 “지역별 분산 진출이 해외 이익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향후 신규 진출 지역 선정 시 지역 다변화를 통한 리스크 분산이 수익성 제고를 위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공격적인 해외 영토 확장에는 그늘도 따른다. 지난해 5대 은행의 금융사고 규모는 2265억원대로 1년 새 58.9% 커졌다. 같은 기간 해외 법인에서 발생한 사고 금액이 1199억 5100만원에 달하며 전체의 절반을 넘겼다. 나날이 금융사고 수법이 정교해지고 그 무대가 해외 법인으로 확장되면서, 내부통제를 아무리 조여도 통제해야 할 영역 자체가 넓어지고 있다는 우려 또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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