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1㎏ 고농축 우라늄 행방에 트럼프·IAEA 판단 엇갈려
묻혀있나 빼돌렸나…"불확실성 자체가 이란에 협상 지렛대"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미국이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위치를 파악해 회수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제 사찰기구는 현재 해당 물질의 정확한 위치조차 확인할 수 없다고 반박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10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 간 종전협상을 앞둔 상황에서 이란의 핵물질을 둘러싼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인식차가 뚜렷하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이란의 핵물질이 깊이 매설돼 있지만 위성 감시 아래 있다며 "파내서 제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도 "우리가 확보해 제거할 것"이라며 군사력을 통한 확보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IAEA 측 인사들은 이와 다른 평가를 하고 있다.
작년 6월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미·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사찰 활동이 중단된 이후 이란 내 고농축 우라늄의 위치와 상태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IAEA는 공습 이전까지 60% 순도를 지닌 약 441㎏의 고농축 우라늄을 확인했지만, 이후 감시 체계가 붕괴하면서 전체 재고의 위치를 더 이상 추적하지 못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들은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이 이스파한 인근 시설에 집중돼 있다는 미국 측 주장과 달리, 실제로는 절반가량만 해당 지역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나머지는 나탄즈, 포르도 등 다른 핵시설이나 미확인 장소로 분산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은 이미 위협을 받을 경우 핵물질을 비공개 장소로 옮길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어, 일부 물질이 은닉됐을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위성 감시만으로는 핵물질 위치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전 IAEA 국장이자 핵공학자인 로버트 켈리는 "위성 이미지만으로는 우라늄 저장 위치를 검증할 수 없다"며 "미 행정부가 컨테이너 숫자를 안다고 주장하는 것도 결국 과거 IAEA가 제공한 정보에 의존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문제는 고농축 우라늄뿐만이 아니다. 이란은 다양한 농도의 농축 우라늄을 8천㎏ 이상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협상이 이뤄지더라도 이를 모두 검증하고 관리하는 데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란의 우라늄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미군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확한 위치 정보 없이 핵물질 확보 군사작전을 수행할 경우 일부 물질을 놓칠 가능성이 있고, 미군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이란군의 대대적인 반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고농축 우라늄이 단기간 내 무기화가 가능한 '직접 사용 물질'이라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고 강조한다.
이란이 보유한 60% 농축 우라늄은 그 자체로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무기급 물질로 분류되며 단 며칠 더 공정을 거치면 상대적으로 적은 양으로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순도 90% 이상으로 바뀔 수 있다.
IAEA는 90% 농축 우라늄 25kg, 60% 농축 우라늄 42kg이면 핵폭탄 1기를 제작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핵물질 보존 장소에 대한 불확실성이 클수록 종전협상에서 이란이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제임스 액턴 국장은 "불확실성 자체가 이란에 협상 지렛대를 제공한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이란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말했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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