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원유 수출·우호국 선박만…"인도·일본은 통행료 안 내"
못나온 화물선 900척…"안전한 항행 조건 분명해기만 기다려"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미국과 이란이 파키스탄에서 종전 협상에 나서는 가운데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인 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사실상 봉쇄된 상태다.
이란이 자유로운 항행을 허용하지 않은 탓에 통행량은 휴전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이란의 경제·외교 목적에 부합하는 선박만 선별적으로 통과시키는 양상이다.
1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분석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의 휴전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14척인데 이 가운데 최소 9척이 이란과 연계가 있다.
예를 들어 한 척은 러시아 선적 유조선 '아리메다'인데 이 유조선은 서방의 제재를 피해 이란산 원유를 나르는 일명 '그림자 선단'과 관련됐다.
블룸버그통신도 지난 9일 오전 이후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목격된 선박은 고작 9척이라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5척이 페르시아만을 빠져나갔고, 4척이 들어갔다.
이란산 원유 약 100만 배럴을 실은 유조선 '투어2'가 해협 밖으로 나왔고, '아리메다'가 안으로 들어가 이란의 주요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으로 향했다.
지난 이틀간 원유 약 200만 배럴을 각각 실은 초대형 유조선 몇 척이 해협을 향해 이동했지만, 한 척도 페르시아만에서 나오지 못했다.
페르시아만에 있는 유조선 몇 척은 해협 진입로 인근에 닻을 내렸는데 이들은 해협이 개방될 경우 가능한 한 빨리 이동하기 위해 그런 것 같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AFP통신은 지난 7일 휴전 이후 원자재 운반선 16척만 해협을 통과했다고 선박 추적 정보 업체 케이플러(Kpler)를 인용해 보도했다.
Kpler의 분석가 아나 수바식은 휴전이 유지되더라도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이 하루 최대 10∼15척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해협을 통과한 선박의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미국과 이란의 전쟁 전에는 하루 약 140척이 해협을 지났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정상화와 거리가 멀다.
이란은 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상대로 협상력을 유지하기 위해 세계 해상 원유 운송의 약 4분의 1이 거쳐 가는 주요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을 계속 옥죄고 있다.
FT 보도에 따르면 현재 해협 안쪽인 페르시아만에는 화물선 약 900척이 여전히 갇혀 있는데 이들은 안전한 항행을 위한 조건이 분명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란은 지난 7일 미국과의 휴전 발표 직후 호르무즈 해협을 모든 상선 운항에 개방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의 조율을 요구하며 통제하고 있다.
일부 선주는 이란이 해협에 기뢰를 매설했을 가능성을 두려워하며 섣불리 선박을 이동시키지 못하고 있다.
선주와 선박 브로커들 사이에는 호르무즈 해협을 들어가고 나갈 때 이용해야 하는 항로를 표시한 지도가 회람되고 있다. 이 지도는 혁명수비대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출처가 완전히 확인되지는 않았다.
이란이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부과하려고 하는 통행료 문제도 부담과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이란 석유·가스·석유화학제품 수출업체 연합은 지난 8일 FT에 이란이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으로부터 척당 최대 200만달러(약 30억원)의 통행료를 징수하고 싶어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실제로는 해협을 통과한 모든 선박이 통행료를 내지는 않았다고 이들 선박의 통행에 대해 아는 몇 소식통이 전했다.
한 소식통은 인도와 일본과 관련된 일부 선박은 통행료를 내지 않았다면서 "일부는 돈을 내야 하지만, 이란에 우호적인 것으로 평가되는 이들은 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개방을 휴전 조건으로 규정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이런 행각을 비판하면서 통행료를 징수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 문제는 11일 파키스탄에서 진행될 종전 협상에서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기자들에게 이란이 공해(公海)인 호르무즈에서 통행료를 징수할 경우 허용하지 않겠다면서 "우리는 꽤 금방 해협을 개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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