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뉴욕증시가 미국과 이란의 첫 대면 종전 협상을 하루 앞두고 경계 심리가 짙어진 가운데 혼조세로 거래를 마쳤다. 이란 전쟁 이후 휴전 합의에 힘입어 증시가 가파르게 반등한 뒤라 차익 실현 매물도 동시에 출회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69.23포인트(0.56%) 내린 47,916.57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7.77포인트(0.11%) 떨어진 6,816.89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80.48포인트(0.35%) 오른 22,902.89로 장을 마쳐 대형 우량주와 기술주의 흐름이 엇갈렸다.
시장의 시선은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리는 미·이란 첫 종전 협상에 집중됐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양측이 직접 마주 앉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측 협상단은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이란 측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각각 수장을 맡는다.
협상을 앞두고는 기싸움이 거세졌다. 갈리바프 의장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 “레바논에서의 휴전과 이란의 동결 자산 해제는 협상이 시작되기 전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고 적으며 선결 조건을 못 박았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합의가 결렬될 경우 “대대적인 공격”을 경고하며 “이란은 국제 수로(호르무즈 해협)를 이용한 단기적 갈취 외에는 실질적 카드가 없다”고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협상 직전까지도 양측이 구체적인 협상 의제에 합의하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여기에 미국이 이란 인근으로 병력을 증파했다는 소식까지 겹치며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다시 부각됐다.
이날 발표된 3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9% 급등했다. 이란 전쟁 여파로 유가가 가파르게 오른 것이 전품목 물가를 끌어올렸다. 다만 상승률이 시장 예상과 일치한 데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예상치를 밑돌며 완만한 흐름을 이어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에너지발(發) 물가 충격이 아직 기저 인플레이션으로까지 번지지 않은 만큼, 일시적 충격에 그칠지 여부가 향후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장기 동결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올해 12월 말까지 기준금리가 현 수준에서 동결될 확률을 전날 71.1%에서 75.2%로 상향 반영했다. 25bp(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에 대한 베팅은 24.4%에서 21.7%로 낮아졌다.
팀 홀랜드 오리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은 3월과 4월에 나오는 어떤 데이터도 무시하려고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사이에 빠져나갈 길이 있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일”이라고 진단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통제 가능한 수준에 머문다는 가정 아래, 연준이 단기 물가 지표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소비 심리는 이미 크게 위축된 모습이다. 미국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4월 들어 47.6으로 급락했다. 집계가 시작된 1978년 이후 최저치이자, 시장 전망치(52.0)를 크게 밑돈 수치다. 이란 전쟁과 중동 긴장 고조가 가계의 체감 경기와 지출 의지를 빠르게 얼어붙게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업종별로는 의료·헬스케어, 금융, 필수소비재가 일제히 1% 이상 하락했다. 경기 방어주와 금융주를 중심으로 위험 회피 매물이 나온 셈이다.
기술주 가운데서는 소프트웨어 업종이 약세를 이어갔다.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이 새 보안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기존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보안 취약성을 정면으로 파고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세일즈포스 주가는 3% 넘게 떨어졌고, 서비스나우는 앤트로픽의 에이전트 서비스 출시 소식에 더해 UBS가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추면서 7% 이상 급락했다. 데이터 분석 업체 팔란티어 역시 AI 기반 서비스가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며 1%대 하락을 기록했다.
시장의 공포·불안 심리를 반영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보다 0.26포인트(1.33%) 내린 19.23을 나타냈다. 지수 자체는 소폭 하락했지만, 미·이란 협상 결과와 중동 정세에 따라 언제든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계감이 뉴욕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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