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회담 앞두고 휴전 삐걱…레바논·호르무즈 '변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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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회담 앞두고 휴전 삐걱…레바논·호르무즈 '변수'(종합)

이데일리 2026-04-10 17:41:31 신고

[이데일리 성주원 김윤지 기자] 미국과 이란이 오는 11일(이하 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첫 대면 협상에 나서는 가운데, 2주간의 휴전 합의가 여기저기서 이미 삐걱거리고 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지속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유지가 회담 전부터 양측의 갈등 지점으로 부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제임스 S. 브래디 브리핑룸에서 이란 전쟁에 대해 발언하며 총을 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사진=AFP)


로이터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소셜미디어에 “이란이 원유 통과를 허용하는 데 매우 형편없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가 합의한 내용이 아니다”라고 직접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원유가 다시 흐르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이란은 하루 약 140척의 선박이 통과하며 세계 원유·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20%를 담당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한 상태다. 미국이 지난 7일 휴전 합의를 선언한 직후 24시간 동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유류 운반선 1척과 건화물선 5척에 그쳤다. 이란 측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이 계속되는 한 해협 통제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레바논 포함 여부 놓고 정면 충돌

휴전 합의의 레바논 포함 여부를 두고 미국·이스라엘과 이란·파키스탄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번 휴전이 레바논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반면 중재국 파키스탄과 이란은 레바논이 명시적으로 합의에 포함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레바논과 이란의 지역 동맹 세력은 휴전의 불가분한 일부”라고 밝혔다.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도 성명을 통해 “우리나라(이란)를 공격한 범죄적 침략자들을 결코 처벌하지 않은 채로 두지 않을 것이며, 가해진 모든 피해에 대해 보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이스라엘군은 9일 저녁 레바논에서 로켓이 발사된 데 대응해 레바논 내 발사대 10곳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WSJ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휴전 발표 직후인 9일 새벽 레바논에 약 100회의 동시다발 공습을 가해 레바논 보건부 집계 기준 300명 이상이 숨졌다. 이스라엘 측은 이 공습으로 200명 이상의 무장 세력을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레바논에서는 지난달 2일 이후 현재까지 18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한 남성이 9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탈렛 엘 카야트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손된 건물 인근에 서 있다. (사진=로이터)


◇트럼프, 네타냐후에 “레바논 공세 낮춰라”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9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평소보다 짧은 전화 통화를 갖고 “레바논 공습 강도를 낮춰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측은 이란이 레바논 전쟁을 빌미로 미국에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하거나 오는 11일 회담 자체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NBC 뉴스 인터뷰에서 레바논 문제에 대해 “좀 더 차분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스라엘은 레바논 내 군사 작전을 완전히 중단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레바논에는 휴전이 없다. 헤즈볼라를 전력으로 계속 타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러면서도 레바논과의 직접 평화 협상을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이 중재하는 이스라엘-레바논 예비 협상이 다음 주 미국 워싱턴DC에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의 직접 협상을 거부했으며, 레바논 정부에 추가 조치의 전제조건으로 먼저 휴전을 요구할 것을 촉구했다.

◇이슬라마바드는 ‘세기의 담판’ 준비에 만전

파키스탄은 오는 11일 회담을 앞두고 이슬라마바드와 라왈핀디 두 도시에 지역 공휴일을 선포하는 등 최고 수준의 경호 태세를 갖췄다. 경찰과 준군사 병력이 VVIP급 경호 프로토콜에 따라 배치됐으며, 외국 대표단 전용 이동 동선도 별도로 지정됐다.

파키스탄 정부는 회담과 관련해 입국하는 모든 방문자에게 도착 비자를 발급하기로 했다. 대표단 숙소로는 이슬라마바드 ‘레드존’에 위치한 5성급 세레나 호텔이 예약됐으며,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수도 진입 지점 여러 곳이 봉쇄될 예정이다.

이번 회담의 미국 대표단은 JD 밴스 부통령,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 트럼프 대통령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로 구성됐다. 이란 대표단은 갈리바프 의회 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이끈다. WSJ에 따르면 이란 대표단은 현지시간 9일 저녁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란 반관영 메흐르통신과 파르스통신은 이를 부인했다.

10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레드존 지역에 배치된 보안 요원들. 해당 지역에서는 다음 날 미국과 이란 대면 회담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AFP)


◇협상 전망은 엇갈려

이란은 앞서 10개항 합의안을 제시했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유지, 이란의 핵 농축 권리 인정, 제재 해제, 레바논 헤즈볼라에 대한 전쟁 종식 등이 주요 내용이다. 양측이 제시한 요구 조건은 여전히 큰 간극을 보이고 있다.

다만 협상 자체에 대한 의지는 양쪽 모두에서 확인된다는 분석도 있다. WSJ에 따르면 중동문제연구소(MEI) 포럼에서 이란 전문가 알렉스 바탄카는 “이란 강경파를 포함해 전반적으로 협상 의지가 감지된다”고 밝혔다. 미국 측에 대해서는 전직 국무부 고위 당국자 바바라 리프가 “시간은 트럼프 행정부 편이 아니며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장기화는 우리나라 에너지 수급에도 영향을 준다. 한국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고,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LNG를 대량 도입하고 있어 해협 상황이 수입 비용과 에너지 안보에 직결된다.

오는 11일 회담 결과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재개통 여부, 이란 핵 협상의 틀, 레바논 전선의 윤곽과 향방이 어느 정도 확인될 가능성이 있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엔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했던 이란 기반시설 공격 재개 여부가 주요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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