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금통위서 '청년들 쿨해서 해외주식 한다더라' 발언 다시 해명도
"환율안정 상태에서 후임에 넘기고 싶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안 도와줘"
재임중 사상초유 연속 빅스텝으로 물가 관리…통화정책 예측가능성도 키워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임지우 기자 = "금리 결정과 관련해서는 금통위원들이 잘 해주셔서 자기 자랑 같지만 후회하는 것은 없다. 금리 조기 인하에 실기했다는 말도 많았고, 지나서는 너무 금리를 안 올려서 환율이 올랐다고도 하니 그냥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오는 20일 퇴임을 앞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 간담회에서 재임 중 통화정책 성적을 이렇게 자평했다.
이 총재가 위원장인 금통위는 앞서 2024년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낮추면서 통화정책의 키를 완화 쪽으로 틀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2025년 1%대 저조한 경제 성장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앞서 8월께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췄어야 한다는 이른바 '실기론'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 총재는 이 지적에 여러 차례 "(8월 당시)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과 금융 불균형 확대를 부추길 우려가 컸기 때문에 동결할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4분기 원/달러 환율이 1.500원 부근까지 치솟자 한은이 장기간 금리를 동결하고 올리지 않아 원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한은은 내국인의 해외주식투자 수요 등 외환시장의 수급 요인을 환율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이 과정에서 이 총재는 "환율이 1,500원을 넘는다면 제 생각엔 한미 금리차 때문도 아니고 외국인에 의한 것도 아니라 단지 해외 주식 투자가 많아져서다. 젊은 분들이 해외 주식 투자를 많이 해서 왜 하냐고 물어보니 '쿨하잖아요'라고 하더라. 아무래도 이런 것들이 유행처럼 막 커지는 면에서는 걱정이 되고 위험 관리가 과연 되고 있는지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가 환율 상승 책임을 청년 '서학개미'에게 떠넘긴다는 비난으로 뭇매를 맞았다.
이날 이 총재는 이 발언을 재임 중 후회되는 말실수의 하나로 꼽으면서도 "작년 11월, 12월 해외 투자 유출이 많았다. 지금 (환율 분석을) 하라고 해도 그 얘기를 했을 것 같다"며 사실관계가 틀리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대학생이 '쿨하잖아요'라고 답했는데, 내가 한 말처럼 보도됐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해 11월 블룸버그 인터뷰 논란도 곤혹스러웠던 장면으로 떠올렸다. 당시 이 총재는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의 규모와 시기, 심지어 방향 전환 여부까지 새로운 데이터(경제·금융 지표)에 달려있다"고 말했다가 일부가 이를 '금리 인상 가능성 시사'로 해석하면서 금리·환율 시장까지 출렁였다.
이날 이 총재는 "인하 기조 지속 기대가 강화되면 안 될 것 같아 12월 데이터를 보고 기조 전환도 말 할 수 있다고 했다"며 "하지만 저는 (그 전환을) 동결로 생각했지, 인상으로 간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언론사가 전부 인상이라고 써서 이자율이 올라 엄청 곤란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고환율 고물가 저성장을 다 해결하지 못해 떠나는 발걸음이 무겁지 않나'라는 질문에는 "발걸음이 무겁지 않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 기대도 많고 발걸음도 아주 가볍다"며 "다만 환율이 안정된 상태에서 후임자에게 넘기면 일을 잘 마무리했다고 생각했을 텐데, 그렇게(환율 안정) 가나 했는데 갑자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격으로) 안 도와줬다"고 답했다.
2022년 4월 21일 공식 취임한 이 총재는 재임 첫 1년간 사상 초유의 연속 빅 스텝(0,50%p 인상) 등을 통해 치솟는 물가와 부동산·주식 거품을 잡는 데 전력했다.
반대로 2024년 12월 비상계엄 이후 탄핵에 이르기까지 정치 혼란기에는 연속 금리 인하로 경기 하강에 대응했다.
한은 노조가 지난해 11월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1%는 "이 총재 재임 기간 전체적으로 정책 실적이 우수하다"고 답했다.
통화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키우는 데도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은 사상 처음으로 금통위원들의 3개월 뒤 금리 전망을 공개하는 '포워드 가이던스(사전 지침)'를 시도했고, 추가 연구 끝에 결국 지난 2월부터 한국형 점도표(dot plot·금통위원들의 6개월뒤 예상 금리 수준을 찍은 표)를 도입했다.
하지만 특유의 솔직하고 직설적인 화법이 자주 사회적 논란과 시장의 혼란으로 이어진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회 전반의 민감한 이슈에 관한 이 총재의 소신 발언이나 한은 연구 보고서가 종종 쟁점이 되기도 했다.
shk999@yna.co.kr, hanjh@yna.co.kr, wisefool@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