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사이 종량제 봉투가 품귀 현상을 겪고 각종 포장재 재고가 바닥을 드러냈단다. 이로 인해 배달 전문 음식점들이 곤혹을 치르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한 달 넘게 이어지는 중동전쟁의 여파로 나프타 등 원자재 수급이 불안해지며 발생한 결과다. 당연하게 누려온 일상이 외부의 충격 앞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공장형 아울렛 거대한 매장들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옷과 잡화들을 보면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물건을 사기 쉬운 풍요의 시대를 살고 있음을 체감한다. 하지만 이 풍요 속에서 우리는 물건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잊고 지낸 것은 아닌가 싶다.
불과 30~40년 전만 해도 우리네 삶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필자가 어릴 때는 형이 입던 교복이나 체육복을 동생에게 물려주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었다. 동생은 그것을 애지중지 입다가 다시 아래 동생에게 물려줬다. 그런 이유로 형제가 많은 집의 막내는 새 옷을 구경하는 일이 드물었다. 옷이나 신발뿐만 아니라 책과 학용품 역시 손때 묻은 채 대를 이어 사용됐다.
명심보감 입교편에서는 근검화순(勤儉和順)이라 하여, 부지런하고 검소한 삶의 태도를 집안을 화목하게 하는 근본으로 삼았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는 어떠한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일상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를 마주하고서야 그간 우리가 너무 쉽게 사고 너무 쉽게 '버리는 삶'에 길들여졌음을 깨닫는다.
언론이 나프타 수급이 끊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을 때 제일 먼저 사재기의 대상이 된 품목이 쓰레기를 버리는데 사용하는 종량제봉투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지금과 같은 상황은 짧게 끝나든 길게 지속되든 앞으로 우리 삶에 더욱 자주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 비근한 예로 2021년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된 에버 기븐(Ever Given)호 한 척이 전 세계 물류를 마비시키고 국내 가구업계와 자동차 부품 수급에까지 차질을 빚게 했던 경우가 있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내 식용유 가격이 폭등하고 식탁 물가가 휘청거렸던 전례도 있다. 지구 반대편의 지정학적 위기는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자원 수급의 위기는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를 넘어,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풍요에 가려져 잊고 지냈던 절제와 절약의 미덕을 다시금 되새길 때다.
김욱기 한화 컴플라이언스위원회 자문위원
<이 기사는 비즈니스플러스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배충현 경제산업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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