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너지 9000억 PRS 검토… 자금 조달 이면에 '10%의 벽'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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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너지 9000억 PRS 검토… 자금 조달 이면에 '10%의 벽' 존재

뉴스로드 2026-04-10 15:29:1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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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너지가 한화시스템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8000억~9000억원 규모의 주가수익스와프(PRS) 자금조달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형 증권사 복수와 접촉해 조건을 타진했으나, 한화솔루션 2조4000억원 유상증자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면서 딜 자체가 미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그룹 장교동 사옥 전경 [사진=최지훈 기자]
한화그룹 장교동 사옥 전경 [사진=최지훈 기자]

▲10%, 규제의 자동문이 열리는 숫자

10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이번 거래에서 시장이 주목한 핵심은 숫자 '10'이다.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한화시스템 지분은 약 12.8%다. PRS가 성사돼 해당 지분 일부가 증권사 측으로 넘어가면, 한화에너지 실질 보유 비율은 10% 아래로 떨어진다. 이 경우 지난해 7월 시행된 상장회사 내부자거래 사전공시 제도에서 '주요주주 자동 적용' 대상을 벗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위원회 제도 설명에 따르면, 상장사 임원·주요주주는 발행주식총수의 1% 이상 또는 50억원 이상(과거 6개월 합산) 거래 시 30일 전 공시 의무를 진다. 주요주주 범주에는 의결권 있는 주식 10% 이상 보유자가 포함된다. 10%는 사전공시라는 규제의 자동 적용 여부를 가르는 경계선이다.

다만, 10% 미만이 면죄부는 아니다. 동 제도는 '임원 임면 등 주요 경영사항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도 주요주주에 포함될 수 있다고 명시한다. 한화에너지는 김동관(50%)·김동원(25%)·김동선(25%) 3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 법인이고, ㈜한화의 최대주주(지분 18.80%)이기도 하다. 지분율이 내려가더라도 감독당국이 실질 영향력을 인정하면, 공시 부담은 남는다. 그러나 시장이 '10% 미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자동 적용과 판단 적용 사이의 간극이 곧 공시 부담의 비례성 원칙, 거래 실행의 자유도, 시장 노출 리스크로 환산되기 때문이다.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PRS 회계처리 관련 최근 동향' 분석 자료다. 금융감독원이 각 증권사로부터 PRS 계약 관련 자료를 취합 중이며, 금융위원회와 한국회계기준원이 PRS 자금조달의 자본·부채 분류 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해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적었다. [자료=김앤장 법률사무소]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PRS 회계처리 관련 최근 동향' 분석 자료다. 금융감독원이 각 증권사로부터 PRS 계약 관련 자료를 취합 중이며, 금융위원회와 한국회계기준원이 PRS 자금조달의 자본·부채 분류 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해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적었다. [자료=김앤장 법률사무소]

▲'전당포형 조달'의 구조적 배경

PRS는 겉으로는 파생계약이지만, 신용평가업계와 회계·법률 실무에서는 오래전부터 '주식담보부 차입'에 가까운 것으로 인식돼왔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도 '주가수익스왑(PRS) 회계처리 관련 최근 동향'이라는 분석 자료를 통해 PRS 회계처리를 둘러싼 감독당국의 관심이 커졌고, 조달 대금이 자본인지 부채인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고 짚은 바 있다. 과거 한화시스템이 한화오션 지분을 PRS로 유동화했을 때, 신용평가사는 대금 유입과 동시에 같은 금액만큼 차입금이 늘어나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한화에너지가 이 시점에 PRS를 꺼내든 배경에는 재무 구조의 특수성이 있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화에너지 한화에너지의 2025년 말 기준 차입금의존도는 46.16%, 유동비율은 16.82%에 불과하다. 산업평균(73.60%)의 4분의 1도 안 되는 수치다. 현금비율은 1.03%로, 즉시 동원 가능한 현금이 유동부채의 1%에 그친다는 뜻이다. 반면 총자산 5조355억원 가운데 비유동자산이 94.1%(4조7372억원)를 차지하며, 이 중 장기투자자산이 3조9510억원으로 전체 자산의 78.5%에 달한다. 한화시스템 같은 상장 지분이 바로 이 투자자산 목록에 들어 있다.

한국신용평가가 올 2월 공개한 한화에너지 보고서도 같은 구조를 확인한다. 태양광 사업 확장과 계열 지분 인수로 외부차입이 불어났고, 그때마다 보유 투자자산을 현금화해 순차입금을 통제하는 패턴이 반복돼왔다. 지난해 한화오션 지분을 매각해 숨통을 틔웠지만, 여수 집단에너지 LNG 전환·증설 등이 본격화되면 다시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한화시스템 지분은 그 투자자산 목록에 남아 있는 '다음 카드'인 셈이다. 다만 직접 매도는 사전공시 부담과 주가 충격을 동반한다. PRS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우회하는 설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단순 조달 수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한화에너지(A+)와 한화시스템(AA) 사이 두 노치의 등급 격차는, PRS 금리 협상에서 증권사가 요구하는 스프레드를 넓히는 변수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금융감독원 [사진=최지훈 기자]
금융감독원 [사진=최지훈 기자]

▲유증 논란, PRS까지 덮쳤다

타이밍도 발목을 잡았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3월 26일 기명식 보통주 7200만주, 예정 발행가 주당 3만3300원, 모집 총액 2조3976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조달 자금 가운데 1조4899억원은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기업어음(CP)·한도대출 등 차입금 상환에, 9077억원은 탠덤 태양전지 양산 투자 등 시설자금에 쓸 계획이었다.

한화솔루션의 재무 상태는 유증의 불가피성과 동시에 그룹 전반의 자금 압박을 드러낸다. 한화솔루션은 2025년 말 영업이익률 -7.21%, 영업이익이자보상비율 -1.44배를 기록했다. 이자보상비율이 3년 연속 1배 미만이면 한계기업으로 분류되는데, 한화솔루션은 2023년 0.08배, 2024년 -0.49배, 2025년 -1.44배로 이 기준에 해당한다. WATCH등급도 '유보'이며, 사유란에는 '최근 3년 연속 당기순이익 적자'가 명기돼 있다. 한화솔루션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2025년 연결 기준 1년 내 만기 도래 차입금(이자 포함)은 7조8518억원에 달하는 반면 현금성자산은 2조4705억원으로 만기 차입금의 31.46%에 불과하다. 모회사 ㈜한화의 사정도 여유롭지 않다. 부채비율 209.65%, 유동비율 72.55%, 현금비율 2.93%다. 2025년 매출은 전년 대비 26.64% 줄었고, 순이익은 75.27% 감소했다. WATCH등급은 '관찰'로, '정상' 단계의 한화에너지와 대비된다.

문제는 유증 발표 직후 터졌다. 소액주주 반발이 거세진 가운데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주주 간담회에서 "금감원과 사전 교감이 있었다"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이 증폭됐다. 회사는 해당 임원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결국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며 제동을 걸었다. 한화솔루션이 제출한 증권신고서 표지에도 "본 증권신고서는 중요사항의 기재 불충분 등의 이유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정정요구를 받았습니다"라는 문구가 명기돼 있다.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가 내려지면 증권신고서 효력이 정지되고, 3개월 내 미제출 시 철회 간주된다.

㈜한화는 진화에 나서 한화솔루션 유증 배정 물량 전량과 초과청약 20%까지 참여해 총 8439억원을 투입하기로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대주주가 물량을 책임지겠다는 신호다. 그러나 금감원 정정요구가 역설적으로 드러낸 것은, 시장이 요구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설명의 신뢰성과 완성도'라는 점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에 도착하는 모습 [사진=뉴스로드/최지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에 도착하는 모습 [사진=뉴스로드/최지훈 기자]

▲한 건의 유증이 그룹 전체 신뢰를 묻다

그 여파가 한화에너지 PRS까지 번졌다. 자금시장에서 '한 그룹'은 종종 '한 거래'로 가치가이 평가된다. 유증 한 건이 설명 부족 논란에 휩싸이면, 다른 계열사의 파생딜도 동시에 의심의 시선을 받는다. PRS는 회계·감독 이슈가 달라붙기 쉬운 상품이다. 대주주 현금 투입과 파생담보 조달이 동시에 논란이 되는 순간, 시장은 개별 거래가 아니라 그룹의 자금 배분 전략 전체를 심사대에 올린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자금조달이 아니라 자본시장의 규칙을 둘러싼 신뢰의 문제다. 내부자 사전공시 제도는 10%라는 숫자에 규제의 의미를 부여했고, PRS는 그 숫자를 '지분율 조정+자금 조달'이라는 하나의 거래로 재구성하려 했다. 한화에너지 PRS가 다시 테이블 위에 올라오는 순간,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물을 것은 금리나 규모 이전에 '10% 아래'라는 전략의 명분과 투명성이 될 공산이 크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한화솔루션이 유상증자를 발표하기 6영업일 전인 지난 3월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기업의 지배권·경영권 남용을 국내 증시 저평가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하며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립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분명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바뀔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금감원이 한화솔루션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한 당일인 이달 9일에도 이 대통령은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경영권을 행사하는 지배주주들한테 이익이 몰릴 가능성이 많다"며 "소액주주들만 대상으로 하는 세제 혜택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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