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우베(ube)' 열풍의 배경에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선 '수익성 중심 식재료 마케팅'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낮은 원가 구조를 기반으로 시각적 차별성과 희소성을 더해 프리미엄 가격을 형성할 수 있는 식재료가 외식업계에서 빠르게 확산되면서 우베가 대표적인 사례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베는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재배되는 보라색 참마다. 고구마와 유사한 은은한 단맛과 바닐라 향을 지닌 식재료다. 항산화 성분인 안토시안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점이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서 주목받고 있는 배경은 건강 기능성보다는 시각적 요소와 콘텐츠 확산력에 더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베 열풍은 해외에서 먼저 형성됐다. 지난해 미국 스타벅스가 우베를 활용한 음료를 출시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이후 SNS를 통해 '비주얼 중심 디저트'로 확산됐다. 특히 선명한 보랏빛 색감이 사진과 영상 콘텐츠에서 강한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내며 젊은 소비층의 관심을 끌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최근 카페와 베이커리, 주류 업계에서는 우베를 활용한 라떼, 케이크, 도넛, 맥주, 막걸리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들도 잇따라 우베 메뉴를 선보이며 시장 확대에 가세했다. 프리미엄 디저트 브랜드 노티드는 우베를 활용한 신메뉴 6종을 출시했고, 투썸플레이스 역시 시즌 한정 메뉴로 우베 음료를 선보였다.
SNS 확산 속도 역시 빠르다. 인스타그램에서 '우베'를 검색하면 국내 게시물은 아직 1000건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ube' 관련 게시물이 75만건 이상, 'ubecake'는 10만건을 넘어서며 하나의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특히 게시물 대부분이 보랏빛 색감을 강조한 이미지 중심 콘텐츠로 구성돼 있어 소비자 유입을 더욱 자극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우베가 빠르게 확산된 배경으로 '비주얼 기반 프리미엄 전략'을 꼽는다. 보라색이라는 비일상적 색감이 소비자에게 신선함과 희소성을 동시에 제공하며 이는 자연스럽게 구매 욕구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커피처럼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품목이 아니라는 점에서 가격 비교 기준이 약해지고, 결과적으로 프리미엄 가격 설정이 용이해진다는 분석이다.
실제 가격 구조를 보면 이러한 특징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투썸플레이스의 '우베 카페라테'는 6500원으로 일반 아이스 카페라테(5200원)보다 1300원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노티드 역시 기존 '우유 생크림 도넛'을 3900원에 판매해왔으나 이날 새롭게 출시한 '우베 밀크 크림 도넛'은 42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과거 말차 열풍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포착됐다. 우베 유행 이전에 인기를 끌었던 말차 역시 특유의 색감과 건강한 이미지로 여성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말차를 활용한 디저트가 일반 제품보다 다소 높은 가격에 판매됐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새로운 트렌드를 경험하기 위해 지갑을 열었다.
르데스크 취재 결과 말차 파우더와 우베 파우더, 원두 원가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커피 용품 도매 사이트 '커피365'에 따르면 일본산 하루야마 말차 가루는 500g에 1만5900원으로 100g 기준 약 3180원 수준이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우베 파우더는 800g에 1만4000원으로 100g당 약 1750원에 판매되고 있다.
반면 1kg에 3만4000원에 판매되는 홀빈 원두는 100g 기준 약 3400원 수준이다. 우베와 말차는 원두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단가를 형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더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우베 역시 '저원가-고가격' 구조를 기반으로 한 대표적인 식재료 마케팅 사례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식재료 자체의 기능이나 품질보다 '콘텐츠화 가능성'과 'SNS 확산력'이 가격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 반응 역시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송은빈 씨(29)는 "우베가 아직 국내에서 흔하지 않기 때문에 한 번쯤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며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트렌드를 체험한다는 의미에서 구매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음료를 받을 때 비주얼이 만족스럽다면 가격에 대한 부담은 크게 느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소비자들은 가격 대비 원가보다는 '경험 가치'와 '시각적 만족감'을 기준으로 구매를 결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외식·카페 시장에서 가격 결정 구조가 기능 중심에서 감성·경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경험 중심 소비' 확산의 결과로 해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소비자들은 제품의 기능이나 원가보다 시각적 요소와 경험 가치를 더 중요하게 고려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우베처럼 색감과 희소성을 갖춘 식재료는 이러한 소비 트렌드와 맞물리며 프리미엄 가격 형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SNS를 통해 확산되는 콘텐츠 소비가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가격에 대한 저항감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며 "비주얼과 스토리를 결합한 식음료 트렌드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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