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추억을 선사하는 목적의 '수학여행'이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키우는 골칫거리, 이른바 '등골브레이커(부모들의 등골이 휠 정도로 부담이 가는 비싼 상품)'으로 전락해 논란이 일고 있다. 상식을 크게 웃도는 비용을 부담했다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심지어 특목고·자사고의 수학여행 비용은 웬만한 대학 등록금 수준을 넘어선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여행비용의 합리성에 대한 의구심이 지속되면서 주요 선진국의 수학여행은 어떤 지에 대해서도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고 싶었는데, 엄마 표정 보니 가고 싶지 않아요" 아이·부모 근심 키우는 수학여행 비용
학창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학교 행사 중 하나인 수학여행에 대한 요즘 아이들 반응이 달라졌다. 상식을 훌쩍 뛰어넘는 비용 때문이다. 서울의 한 공립중학교에 재학 중인 A군은 "제 학원비도 많이 들고 부모님 돈 쓰실 곳도 많은데 수학여행 비용을 보니 너무 비싸서 안 가고 싶다"고 토로했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서울 초·중·고 1332곳 중 수학여행을 떠난 학교는 평균 43% 수준에 불과했다. 절반 이상은 수학여행 자체를 생략한다는 의미다. 학교 단위 단체여행 개념이었던 기존의 '수학여행'이 세월호 참사 이후 '소규모 체험형 테마여행'으로 바뀌면서 학부모 비용 부담은 더 커진 탓이다. 숙식 위주의 비용이 전부였던 과거의 수학여행과 달리 각종 체험활동 비용이 더해진 것이다.
일선 학교 관계자는 "세월호 이후 안전을 이유로 학생들의 단체여행을 기획하기 어려워졌고 각 가정 별로 비용 부담에 대한 체감 정도가 다르다 보니 학교 입장에서도 부담스럽다"며 "수학여행을 안 가는 학생들만 모아 따로 자습시키는 것도 문제가 되기 때문에 신청자가 없으면 아예 취소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고 귀띔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등장한 게시물은 수학여행 비용 이슈의 기폭제가 됐다. 고등학교 자녀를 둔 학부모가 올린 게시물에는 수학여행 안내서에 적힌 비용이 적혀 있다. 게시물의 내용에 따르면 행선지가 강릉인 수학여행의 총 비용은 60만6000원이다. '체험형 여행'이라는 이름대로 각종 액티비티 프로그램과 박물관 관람, 목장 체험 등이 포함됐지만 2박 숙박비 15만원과 차량비 12만1000원은 다소 과도하다는 반응이다.
학교알리미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강원도나 제주로 떠나는 서울·경기 소재 중학교 수학여행 비용은 41만원~70만원 사이다. 또 대구에 위치한 한 여고의 수학여행 비용은 79만5000원에 달했다. 심지어 연간 학비가 1000만원이 넘는 자율형 사립고나 특수목적고의 수학여행비는 100만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 과학고나 영재고는 해외 과학문화 탐방의 명목이 붙고 외고는 어학연수를 겸하기 때문이다. 행선지에 따라 비용은 최소 200만원에서 최대 58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숙박에 대한 아이들의 인식 변화와 높은 물가도 수학여행 비용 증가의 이유로 지목됐다. 과거에는 학교들이 10인 1실 콘도형 숙박업체와 계약을 했던 반면 코로나 이후 2인 1실, 또는 1인 1실 관광호텔형 숙박 이용이 보편화됐다. 관광버스 대절 금액도 증가 추세인데 올해는 중동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이슈와 맞물려 버스, 비행기 등 교통비 항목의 비용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수학여행 비용 상한선, 프랑스는 숙박·교통비만, 미국은 학생들의 모금으로 충당
외국 학교에도 우리나라의 '수학여행'과 비슷한 개념이 존재한다. 비용 수준은 나라 별, 학교 별로 천차만별이지만 무분별한 비용 증가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 장치는 존재한다. 일례로 일본은 우리나라와 가장 유사한 형태로 수학여행이 운용되는 나라다. 지자체별로 비용의 상한선을 두고 있기 때문에 학교별 비용 편차가 크진 않지만 평균 액수 자체가 높은 편이다. 일본의 '전국수학여행연구협회(全国修学旅行研究協会)'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공립 중학교 평균 수학여행비는 약 6만~9만엔(한화 약 56~84만원), 국공립 고등학교는 약 8만~12만엔(한화 약 74~111만원), 사립고는 약 20만~50만엔(한화 약 186~465만원) 등이다.
교육 평등을 강조하는 프랑스는 수학여행(발견수업, Classe de découverte)을 무상 정규수업의 연장으로 보고 있다. 원칙적으로 따로 비용을 받진 않지만 숙박, 교통 등의 명목으로 최대 200유로(한화 약 30만원)를 부담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프랑스 교육부 지침(Circulaire n° 99-136)에 따르면 프랑스의 각 지자체는 재정 지원을 통해 여행에 대한 학부모 부담을 최소화하고 소액 잔금까지 엄격히 관리하는 투명한 회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미국은 학교에서 워싱턴 D.C. 등지로 역사탐방이나 시민교육 형태로 진행하는 행사가 우리나라의 수학여행과 유사한 개념으로 꼽힌다. 워싱턴 D.C.의 중·고등학생 시민교육프로그램 운영단체 Close Up Foundation이 공개한 단가표에 따르면 비용은 약 2000~3500달러(한화 약 270~470만원) 수준이다. 다만 미국은 학교 내 클럽 단위로 학생들이 직접 모금(fundraising)을 해서 여행을 떠나는 형태가 보편화 돼 있다. 다만 고가의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통합 이공계 교육) 프로그램이나 리더십 프로그램과 연계해 진행하는 사립학교 프로그램의 경우 비용이 5000~1만달러(약 675만~1,350만원)에 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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