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형법상 정당행위"…단체 "표현의 자유 억압 반복 말아야"
(춘천=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강원 원주시 옛 아카데미극장 철거방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아카데미의친구들 범시민연대'(아친연대) 측 관계자들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춘천지법 형사1-2부(우관제 부장판사)는 9일 아친연대 측 관계자 23명의 업무방해 등 혐의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마찬가지로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아카데미극장 철거와 관련한 사안이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는 만큼 피고인들의 행위가 '감시와 비판'의 목적에서 비롯했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원주시는 철거 정책의 타당성 여부와는 별개로 이를 추진하는 데 광범위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과 충분한 설득 절차를 거치고 전문가 등의 실질적 참여가 보장되도록 노력해야 했으나 과연 의견 수렴 절차 등이 충분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하는 정황이 여럿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의 행위는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이며 수동적인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업무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특수 건조물 침입 혐의 역시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인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령 피고인들의 행위가 각 범죄의 구성 요건을 충족했다고 하더라도 각 행위는 그 동기나 목적이 정당한 것으로 보이고 행위 수단이나 방법도 상당하다고 판단되는 등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날 불출석한 피고인 1명에 대해서는 내달 별도로 선고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옛 아카데미극장은 1963∼2006년 운영 후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폐쇄됐다.
이에 원주시가 2023년 철거를 결정하자 아친연대 24명은 2023년 8∼10월 철거를 반대하며 농성을 벌여 철거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시민사회는 그간 이 사건을 '표현의 자유와 시민 권리에 대한 심각한 침해'로 규정하며 책임 있는 해결과 탄원을 촉구했지만, 일각에서는 처벌을 주장하는 등 견해차를 보였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원주시의 극장 철거 당시 충돌 행위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아친연대에게 있다고 볼 수 없을뿐더러 집회 과정에서 경찰, 시 공무원, 철거업체 직원에게 폭력, 욕설 등을 한 사실도 없다"며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에서 검찰은 "비폭력 집회를 넘어 무단으로 건물에 침입하며 손해를 끼쳤다"며 피고인들에게 재차 벌금형 또는 징역형을 내려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친연대는 재판이 끝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판결은 공공의 문제에 대해 시민이 말하고 행동할 권리가 보호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확인한 판단"이라며 "문화적 공공자산을 지키기 위한 시민의 실천은 범죄가 아니라 민주사회에서 보장돼야 할 정당한 참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이번 사건이 남긴 문제 역시 분명하다"며 "시민의 목소리는 고발과 수사, 재판으로 이어졌고 24명의 시민은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법정을 오가며 절대 가볍지 않은 시간과 비용, 정신적 부담을 떠안았을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도 깊은 갈등을 남겼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민들을 불필요한 법적 분쟁으로 내몰았던 원강수 시장은 시민에게 공식으로 사과해야 한다"며 "이번 사안으로 시민들에게 남겨진 씻을 수 없는 상처와 지역사회에 남긴 행정의 오점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로 응답해야 하며 동일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분명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tae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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