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0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중동 전쟁의 여파로 환율·물가·성장이 모두 불안한 상황에서 일단 금리를 묶어두고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신중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위원 전원일치 의견으로 동결을 결정한 금통위는 의결문에서 "중동 전쟁으로 물가의 상방 압력과 성장의 하방 압력이 함께 증대되고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향후 중동사태 관련 불확실성이 큰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사태의 추이와 영향을 좀 더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금통위는 지난해 7·8·10·11월에 이어 올해 1·2월과 이달까지 7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하며 관망세를 이어갔다. 중동 전쟁이 조기에 종료된다면 그 여파는 제한적이겠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경제에 가해질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공급 측면의 충격이 한은의 고심을 깊게 만들고 있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전쟁으로 위축된 경기가 우려되고, 경기를 살리려 금리를 내리면 들썩이는 물가와 환율을 자극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2.2% 오르며 3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날 금통위는 물가와 관련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상방 압력이 크게 확대되겠지만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이 이를 일부 완화하면서 2%대 중후반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며 "이에 따라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 전망치(2.2%)를 상당폭 상회하고 근원물가 상승률도 당초 전망(2.1%)보다 다소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성장에 대해선 "반도체 수출 호조 및 추경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가격 상승 및 공급 차질 영향으로 성장세가 당초 예상보다 둔화되면서 올해 성장률이 지난 2월 전망치(2.0%)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현재와 같이 중동 전쟁으로 인한 공급 측면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과 인하 모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한은을 고심하게 만들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급 충격이 일시적일 경우 정책 시차 등을 고려해 금리 조정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다만 충격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정책적 대응이 필요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는 "현시점에서는 가능성이 작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 총재는 이번 회의에서는 금통위원 7명이 전원일치로 금리를 동결했다고 밝혔으나 향후 3개월 내 금리 경로를 예측하는 '포워드 가이던스'가 별도로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최근 중동 상황에 따라 경기 변수가 너무 급격히 변동했다"며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가닥을 잡아야 논의가 가능한 상황이라 이번에는 금리 인상이나 인하에 관한 논의는 없었다"고 전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물가의 절대 수준이나 이제 1개월이 된 전쟁 기간 기대인플레이션 전이 강도를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때문에 이번 회의는 만장일치 동결에 3개월 뒤 포워드 가이던스에서 인상을 거론했다는 말조차 없었다고 할 정도의 신중론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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