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휴전 와중에도 레바논 맹폭…헤즈볼라도 맞불 공세
여전히 막힌 호르무즈 통행…11일 미-이란 첫 대면 중대 기로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미국과 이란 간 '2주 휴전 합의'가 사흘째를 맞았지만, 레바논 전선을 둘러싼 충돌과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동시에 고조되면서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10일(현지시간)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스라엘은 지난 8일 휴전 발효 이후에도 레바논 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대규모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의 최근 공습으로 300명 이상이 사망하고 1천150명가량이 다쳤다. 사망자에는 여성 70여 명과 어린이 30명도 포함돼 민간인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국제사회의 규탄 목소리를 아랑곳하지 않는듯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레바논에 휴전은 없다"며 "헤즈볼라를 계속해서 강력하게 때리고 있으며, 안전을 완전히 회복할 때까지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무장 해제를 전제로 레바논 정부와 협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군사작전은 병행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실제 이스라엘군은 전날 레바논의 수도인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를 명령한 뒤 헤즈볼라 발사 거점에 대한 공습을 재개했다.
이에 맞서 헤즈볼라도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 일대 군사시설을 겨냥해 공격했다고 주장했으며, 이스라엘 측은 텔아비브를 포함한 일부 지역에 공습경보가 울렸다고 밝혔다.
미사일은 요격된 것으로 전해졌지만, 휴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교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이란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은 휴전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라며 "이 같은 공격이 계속되면 협상은 의미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레바논 공습이 지속될 경우 미국과의 휴전 파기 가능성까지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미국과 대면 협상에 직접 나설 것으로 알려진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마즐리스) 의장도 9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는 "레바논과 '저항의 축'(이란이 이끄는 중동 내 반미·반이스라엘 무장조직의 연대) 전체는 휴전의 분리될 수 없는 일부"라며 "휴전 위반에는 분명한 대가와 강력한 대응이 따른다. 이를 부인하거나 번복할 여지는 없다"며 이스라엘과 미국을 동시에 겨냥했다.
레바논 문제를 둘러싼 입장차는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의 최대 걸림돌로 떠오르고 있다. 당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레바논을 휴전 대상에 포함하는 데 동의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 이후 입장을 바꿨다고 미 CBS 방송이 보도했다.
현재 미국과 이스라엘은 레바논을 휴전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이란과 헤즈볼라는 레바논을 포함하지 않은 합의는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헤즈볼라 고위 관계자는 레바논 정부와 이스라엘 간 협상 가능성과 관련해 "정부가 협상과 관련해 어떤 결정을 내리든 헤즈볼라는 이에 개의치 않는다"며 "레바논 방어를 위한 전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워싱턴에서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참여하는 3자 회담을 추진하는 등 중재에 나섰지만, 입장차가 커 협상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처럼 얽히고설킨 갈등 양상은 오는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예정된 미·이란 대면 협상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이끄는 이란 대표단은 9일 저녁 늦게 협상 장소인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했다고 WSJ이 전했다.
핵심 쟁점인 호르무즈 해협 상황도 여전히 경색돼 있다. 해상 데이터에 따르면 휴전 이후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하루 10여 척 수준에 불과해, 전쟁 이전 하루 평균 130여 척과 비교하면 사실상 봉쇄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통과 선박 대부분이 이란 관련 선박으로 확인됐다. 이란군의 공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국제 해운업계는 여전히 항해를 꺼리는 분위기다.
해협 인근에서는 무허가 통과 시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계속 송출되고 있으며, 기뢰 위협과 안전 불확실성도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이란이 통행료 부과와 선박 통행 제한을 추진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통행료는 암호화폐나 중국 위안화로 부과되며, 대형 유조선의 경우 최대 200만 달러(약 30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석유가 통과하도록 허용하는 데 있어 매우 형편없는, 일부 사람들이 비열하다고 말할 만한 일을 하고 있다"며 "그것은 우리가 맺은 합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그렇게 하지 않는 게 좋다. 지금 중단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통행료 부과 중단을 촉구했다.
이처럼 레바논 전선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갈등이 동시에 분출되면서, 이번 휴전이 '시간 벌기용'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레바논 문제를 포함한 포괄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한 휴전이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결렬될 경우 대대적인 군사 충돌이 재개되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큰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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