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2%·환율 1,500원 넘어 인하는 무리…추경효과 반감 우려 등에 인상도 어려워
금통위 "올해 성장률 2.0% 밑돌고 물가 2.2% 상당폭 상회 예상"
전문가들 "물가 상승세 이어지면 하반기 통화긴축 전환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임지우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10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2월 말 시작된 이란전쟁의 여파로 환율, 물가, 성장이 모두 불안한 상황에서 '동결 후 관망' 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쟁 발발 후 석유류 중심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넘어서고, 원/달러 환율도 최근 1,520원대까지 치솟은 가운데 금통위가 금리 인하로 시중에 돈을 더 풀고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키워 물가·환율 불안을 부추길 이유가 없다.
그렇다고 선제적 물가 관리를 명분으로 당장 금리를 올리면 전쟁으로 위축된 경기가 더 타격을 받고, 추가경정예산(추경)까지 동원해 경기 부양에 나선 정부의 재정정책 효과도 반감될 위험이 있다.
이날 위원 전원일치 의견으로 동결을 결정한 금통위도 의결문에서 "중동 전쟁으로 물가의 상방 압력과 성장의 하방 압력이 함께 증대되고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향후 중동사태 관련 불확실성이 큰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사태의 추이와 영향을 좀 더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금통위는 2024년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낮추면서 통화정책의 키를 완화 쪽으로 틀었고, 바로 다음 달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연속 인하를 단행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네 차례 회의 중 2·5월 두 차례 인하로 완화 기조를 이어갔다. 탄핵 정국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건설·소비 등 내수 부진과 미국 관세 영향까지 겹쳐 경제 성장률이 0%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자 통화정책의 초점을 경기 부양에 맞춘 결과다.
하지만 금통위는 하반기 들어 7·8·10·11월 잇달아 금리를 묶었고, 올해 1·2월에 이어 이달까지 세 차례 회의에서도 모두 동결을 택했다. 7연속 동결로 기준금리는 작년 7월 10일 이후 다음 회의(5월 28일) 전까지 약 10개월 이상 2.50%로 고정된다.
금통위가 장기간 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것은 여러 경제·금융 변수의 상충 관계 때문인데, 이란전쟁으로 고민은 더 깊어졌다.
무엇보다 금리를 내릴 경우 전쟁 이후 들썩이는 물가와 환율에 자칫 기름을 부을 수 있다. 국제유가 급등과 함께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월대비 2.2%)은 한 달 사이 0.2%p 뛰었다.
금통위는 물가와 관련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상방 압력이 크게 확대되겠지만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이 이를 일부 완화하면서 2%대 중후반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며 "이에 따라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 전망치(2.2%)를 상당폭 상회하고 근원물가(에너지·식품 제외) 상승률도 당초 전망(2.1%)보다 다소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 역시 미국·이란 간 2주 휴전 합의로 1,480원대(9일 주간 거래 종가 1,482.5원)로 내려왔지만, 최근까지 1,520원대에 이르렀고 여전히 언제라도 1,500원을 넘을 수 있는 수준이다. 서울 집값 상승세도 뚜렷하게 꺾였다고 보기 어렵다.
반대로 금리를 서둘러 올리기에는 전쟁으로 위축된 경기와 성장이 걱정이다. 지난달 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란전쟁 등을 반영해 우리나라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0.4%p나 낮췄다. 만약 한은이 지금 인상을 단행하고 시중 돈줄을 조일 경우, 26조원이 넘는 추경 등 정부 재정정책과도 충돌한다.
금통위 역시 "앞으로 반도체 수출 호조와 추가경정예산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 차질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당초 예상보다 둔화하면서 올해 성장률이 지난 2월 전망치(2.0%)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같은 맥락에서 신현송 한은 총재 후보자도 지난달 22일 지명 소감을 통해 "최근 중동 정세가 급변하면서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과 경제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물가, 성장, 금융안정을 감안한 균형 있는 통화정책을 어떻게 운용할지 고민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금통위의 7연속 금리 동결로 사실상 시장에서는 '인하 사이클(주기) 종료' 관측이 굳어지고 인상 전환 시점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설문조사에서도 전문가 6명 모두 통화 완화 기조가 끝난 것으로 봤고, 이 가운데 4명은 물가 상황에 따라 연내 긴축 전환 가능성을 제기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5∼6월 물가가 상당 폭 오르면 새 한은 총재가 (의결문 등에서) 금리 인하 신호를 없애고 긴축 신호를 시장에 보낼 것"이라며 "물가 상승세에 따라 하반기 중 금리를 한 두차례 올려 연말 기준금리가 3.00%에 이를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도 "이란 사태 후 올해 국제 유가 가정치를 배럴당 평균 85달러로 높이면서 기준금리 예상 경로도 연내 동결에서 4분기 1회 인상으로 수정했다"고 밝혔다.
shk999@yna.co.kr, hanjh@yna.co.kr,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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