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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이재명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청와대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의 거취 문제를 언급해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하 수석에게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일단 이재명 대통령의 워딩이 직접적이고 다소 파격적입니다. 이 대통령은 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민경제자문회의 제1차 전체회의에서 하 수석의 연구·개발(R&D) 지원 정책 보고가 끝나자 뼈 있는 농담을 던졌습니다.
이 대통령은 하 수석을 향해 “하GPT(하 수석의 애칭), 요새 이렇게 할 일이 많은데 누가 작업 들어오는 것 같더라”며 “할 일도 많은데 작업 들어온다고 넘어가고 그러면 안 된다”며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었습니다.
민주당의 공개적인 차출 움직임에 대해 이 대통령이 인사권자로서 우회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입니다. 이에 하 수석은 “할 일에 집중하겠다”고 짧게 답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작업’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에 대통령의 ‘사적 감정’이 실려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평소 이 대통령은 공개석상에서도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파격적이고 직설적인 표현을 자주 하는 편이지만 이날 ‘작업’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그 이면에 왠지 ‘정치 공작’의 뉘앙스가 풍긴다는 뜻도 함축돼 있는 듯 보입니다.
진보진영 친명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이 국민경제자문회의라는 공식 회의 석상에서 참모의 거취 문제를 직접 언급한 것은 뭔가 교통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본다”라면서 “하 수석에게 민주당에서 영입하려고 해도 일단 ‘나와 일하자’는 시그널을 보내고 여당에게도 ‘더 이상 하 수석을 건드리지 말라’는 뜻도 들어 있다. 이와 함께 대통령에게 하 수석 거취 문제에 대한 의중을 미리 문의했다면 정청래 대표가 공개적으로 하 수석 영입을 언급하지 않았을 것인데 그런 절차 없이 대통령의 중요 참모를 빼내가겠다는 말을 떠들고 다닌 것에 대해 기분이 상해서 직설적인 표현을 했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여당 일각에서는 “정 대표가 청와대 홍익표 정무수석 등을 통해서 얼마든지 하정우 수석에 대한 재보선 차출 여부와 이 대통령의 뜻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기본적인 절차 없이 대통령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참모 거취를 언급하고 다닌 것에 대해 정 대표가 경솔했거나 아니면 의도적으로 그렇게 했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합당 논란과 검찰개혁 등을 거치면서 여전히 청와대와 집권여당, 특히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간의 미묘한 긴장관계가 지속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습니다. 정 대표가 굳이 이 대통령의 ‘원픽 참모’를 콕 집어 흔들어댄다는 인상을 줄 필요가 없는데도 여당대표가 대통령의 심기를 의도적으로 ‘긁는’ 것이라면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미묘한 대립구도일 수도 있습니다.
더 문제가 된 것은 정청래 대표의 반응입니다. 9일 전남 여수 서시장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난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의 ‘작업’ 발언에 대한 질문에 “당의 요청에 넘어가지 말라고 농담으로 말씀하셨느냐. 그럼 저도 농담으로 말하겠다”며 가볍게 받아쳤습니다.
정 대표는 “하 수석이 국민에게 희망과 미래 비전을 보여줄 적임자이기 때문에 이 대통령도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다”며 “당에서는 그만큼 더 필요한 인재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영입 의지를 드러내며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습니다. 정 대표는 그 전날인 8일에도 “조만간 공식적으로 출마를 요청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차출 반대’ 의사를 밝혔음에도 그 뜻을 농담으로 가볍게 받아친 것에 대해 당 일각에서는 “정 대표가 오만하다”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금은 중동 전쟁 위기로 청와대도 상시 비상대응체제를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긴박한 상황입니다. 적어도 이 대통령에게는 작금의 상황이 재보선보다 위기 돌파가 더 중요하게 다가올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런 국정 최고 지도자의 상황을 감안한다면 집권여당 대표도 언행에 더욱 신중해야 하고 또한 대통령의 위기대응에도 더 적극적으로 백업을 해줄 필요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청래 대표는 대통령의 인사권은 아랑곳 하지 않고 여당대표의 재보선 실적에만 관심이 쏠려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AI분야는 이 대통령이 하정우 수석을 영입해 자신의 대표적인 정책 시그니처로도 만들고 싶은 포부를 여러 차례 밝혔음에도 그런 의미는 거두절미하고 오로지 재보선 한 지역구만 생각하고 있는 정청래 대표의 일방적인 접근법에 뭔가 다른 뜻이 담겨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현재 진보진영에서는 유시민 작가의 ABC론 논란 이후 양 갈래로 나뉘는 분위기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개혁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불필요한 논란이나 지적은 하지 말자’는 쪽과 ‘대통령 개혁과 무관하게 당에서도 차기 주자 양성이나 청와대 개혁에 대한 견제와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 것입니다.
검찰개혁 등을 거치면서 후자쪽에 선 진보진영 인사들이 정청래 대표와 김어준 뉴스공장 진행자, 유시민 작가 계열입니다. 범친문계로도 불립니다. 하지만 이언주 최고위원 등과 장외의 이동형 작가 계열의 친명계 그룹은 ‘대통령의 개혁을 위해서는 당에서도 불필요한 논란을 일체 일으키면 안 된다’는 주장을 강하게 하고 있습니다.
하 수석 차출 논란도 이런 양측의 입장이 대립하면서 대통령까지 또 참전하게 돼버린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정 대표가 의도적으로 차출 발언을 하는 것 자체가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자체를 흔들 수도 있습니다.
여당의 하 수석 차출설은 민주당 부산시장 경선 예비후보로 나선 전재수 의원이 2일 자신의 기존 지역구인 부산 북구갑 후임으로 하 수석을 지목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당사자인 하 수석은 차출설에 대해 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사권자의 결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힌 데 이어 7일에는 “현시점 청와대에서 하는 일들이 워낙 중요하다 보니 청와대 일에 집중할 것”이라며 거리를 두는 입장을 견지해 왔음에도 정 대표가 집요하게 하 수석 영입을 언급하면서 결국 대통령까지 나서게 된 것입니다.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참모의 거취 문제를 직접 언급한 것은 당청 간 정무 협력의 실패로 읽히는 대목입니다. 청와대가 정무 일을 소홀히 했다는 것이 아니라 집권여당이 독단적으로 대통령의 인사권까지 흔든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습니다. 정청래 대표가 이 대통령의 ‘작업’ 발언을 듣고 자신도 뜻을 굽히지 않고 ‘뻗댄’ 배경이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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