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재임 중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를 앞두고 "많이들 오셨다"며 "마지막인데 선물도 안 갖고 오니 섭섭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이 총재는 오전 8시 59분께 검정색 재킷에 노란색 패턴의 서예 넥타이를 맨 차림으로 회의장에 들어섰다. 취재진 요청에 잠시 응해 의사봉을 세 차례 두드린 뒤 "내려가서 뵙겠다"는 말을 남기고 퇴실을 요청했다.
금통위원들도 이른 시간부터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오전 8시 56분 유상대 위원이 가장 먼저 입장했고, 이어 신성환·장용성·황건일·이수형·김종화 위원이 차례로 회의장에 들어섰다. 평소 회의 전 담소를 나누던 간부들은 이날 말을 아낀 채 자리를 지켰다.
이날 금통위는 이 총재의 임기 중 열리는 마지막 회의다. 이 총재는 2022년 4월 취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우 전쟁 등 복합 위기 속에서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지정학적 충격, 비상계엄에 따른 국내 정치·경제 불확실성에 대응하며 통화정책을 이끌어왔다.
이 총재의 뒤는 신현송 전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이 이을 전망이다. 신 후보자는 당장의 금리 인상 필요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8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현재로서는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원론적으로 일시적 공급충격에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현행 연 2.50%로 동결하며 7회 연속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아주경제가 국내 거시경제·채권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전원이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중동 전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방향성을 선제적으로 바꾸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국제유가 상승 여파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 달 사이 0.2%포인트 상승한 상태다. 원·달러 환율 역시 미국과 이란 간 휴전 합의 이후 1480원대로 내려왔지만, 최근까지 1520원대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물가 상승 압력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에 나서기에는 경기 여건이 녹록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란 전쟁 여파 등을 반영해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0.4%포인트 낮췄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선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 인상으로 통화 긴축에 나설 경우 정책 간 엇박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한편 한은은 이날 오전 10시를 전후해 기준금리 결정 결과를 발표한다. 오전 11시 10분께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설명회에서는 최근 경제 여건에 대한 한은 금통위의 평가와 향후 통화정책 운영 방향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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