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알코올·저도수 주류가 일상 속 선택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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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원샷과 폭탄주로 대표되던 대학가 음주 문화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건강과 자기관리를 중시하는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무알코올·저도수 주류는 단순한 대체재를 넘어 일상적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 소비자들은 양 중심의 음주에서 벗어나 경험과 상황을 고려한 선택을 하며, 주류 시장의 무게추가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무알코올과 저도수, 라이트 맥주가 자리한다.
무알코올 맥주는 알코올이 전혀 없는 0.00% 제품을 의미하며, 논알코올 맥주는 알코올 함량이 1% 미만이다. 즉, 두 제품의 차이는 알코올이 완전히 없는지, 아니면 미미하게 남아 있는지로 구분된다.
최근 주류업계 실적도 이러한 변화를 반영한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3.9%, 17.3% 줄었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주류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으며, 소주와 맥주 매출 하락이 두드러졌다. 이는 단순한 경기 요인만이 아니라, 소비 패턴 변화의 신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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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를 중심으로 확산된 소버 큐리어스 트렌드는 술을 완전히 끊는 대신, 상황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선택적으로 즐기도록 만들었다. 소비자들은 술을 고를 때 칼로리, 당류, 다음 날 컨디션까지 꼼꼼히 확인한다. 이제 술은 단순히 취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반영하는 선택재가 된 것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테라 제로는 무알코올 시장의 새로운 국면을 보여준다. 기존 하이트제로0.00이 기능적 가치 중심이었다면, 테라 제로는 맥주 본연의 풍미와 강한 탄산감을 구현하며 맛을 전면에 내세웠다. 비발효 공법으로 알코올 발생을 차단하고, 칼로리·당류·감미료까지 제거한 리얼 제로 콘셉트를 적용하며, 단순한 대체재가 아닌 실제 맥주 경험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기존 맥주 소비층까지 흡수하며 시장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하이트제로0.00과 테라 제로를 투트랙 전략으로 운영하며, 기능 중심 제품과 맛 중심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나누어 소비 상황과 취향에 맞춘 대응을 강화한다.
오비맥주는 카스 올제로 판매 채널을 전국 대형마트와 편의점으로 확대하고, 330ml 외에 350ml와 500ml 신규 용량을 추가했다. 카스 0.0과 카스 레몬 스퀴즈 0.0까지 포함한 포트폴리오로 시장 대응을 강화하며,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카스 논알코올 제품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1.1~31.3% 증가했다.
무알코올뿐만 아니라 저도수·라이트 맥주도 새로운 소비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클라우드 크러시를 라이트 맥주로 리뉴얼하며 알코올 도수를 낮추고 칼로리와 당을 줄이는 동시에, 귀리 맥아와 비열처리 공법으로 풍미와 청량감을 강화했다. 이 제품은 부담 없이 즐기는 술을 찾는 젊은 소비자의 요구를 적극 반영한 사례다.
시장 성장세도 뚜렷하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무알코올 맥주 시장 규모는 2021년 415억원에서 2023년 644억원으로 2년 만에 55.2% 성장했으며, 2027년에는 946억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국내 주류 시장의 핵심 성장 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국내 주류 시장은 이제 단순한 소비량 경쟁이 아니라, 상황과 취향에 맞춘 선택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무알코올, 논알코올, 저도수, 라이트 제품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시장을 재정의하는 주요 축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더 강한 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상황에서 선택될 수 있는 술을 제공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김경희 기자 lululal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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