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협상에 종전논의 또 뒤로 밀릴 수도
(로마=연합뉴스) 민경락 특파원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판도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4년 넘는 전쟁으로 경제 위기에 내몰린 러시아는 유가가 급등하면서 '기사회생'한 반면 우크라이나는 동맹국의 방공망 재원 소진으로 새 대안을 찾아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최근 민간 기업들이 러시아의 공격에 대비한 자체 방공시스템을 갖추는 것을 허용했다. 에너지·물류 등 러시아의 표적이 되는 기업들이 군·정부의 도움 없이 자체 비용으로 대공미사일 등을 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와 연계 가능성 검증 등 정해진 절차만 통과하면 민간 기업은 제한 없이 어떤 무기라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현재까지 16개 기업이 승인받았고 일부는 이미 러시아 드론을 격추하고 있다는 것이 우크라이나 군 당국의 설명이다.
이번 조치는 우크라이나 동맹국의 패트리엇 미사일 등 방공망 재원이 6주째인 중동 전쟁 기간 급격히 소진됐다는 사실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동맹국이 수천대의 이란 샤헤드 드론 공격을 패트리엇 미사일로 대응하면서 우크라이나의 방공 능력이 고갈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러시아는 미·이란 전쟁 기간 급등한 유가 덕분에 위기에 처했던 재정이 숨통을 트게 됐다.
올해 2월까지만 해도 4년간의 전쟁, 오일머니 고갈, 경제제재 등으로 러시아가 경제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월 러시아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고 201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0.8%로 하향 조정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러시아로선 경제난은 종전 논의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압박 요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유가가 급등했고 긴급 조치로 대러시아 경제 제재까지 완화되면서 분위기가 반전했다. 중동 전쟁 기간 러시아가 원유 수출로 하루에 벌어들이는 수익은 1억5천만 달러(2천25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AFP는 추산했다.
로이터 통신도 러시아 원유 생산량과 유가 자료를 바탕으로 4월 한 달간 러시아정부가 거둬들이게 될 유류세가 약 7천억루블(약 13조3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3월 3천270억루블(약 6조2천억원)의 배 이상이다.
전쟁으로 중동 지역 에너지 인프라가 대거 손상된 데다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러시아의 호재는 당분간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중동 휴전 발표로 유가는 급락했다. 러시아 제재를 완화할 근거는 없다"며 대러시아 제재 원복을 재차 촉구했다.
미국이 이란과 협상에 집중하면서 미국·우크라이나·러시아 3자 종전 협상이 언제 재개될지도 묘연해졌다.
이란과 협상에는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중재하던 스티브 윗코프 미 대통령 특사, 대통령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투입된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만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 사안과 관련한 (미국과) 접촉이 비공식적으로 계속되고 있다"면서도 "미국 측 중재자들은 현재 다른 사안으로 바쁘다"고 언급했다고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의 공세는 중동 정세와 무관하게 계속되고 있다.
전날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지역이 러시아의 공격을 받아 1명이 숨졌다. 남부 오데사 지역도 러시아 공격으로 전력 변전소가 파괴됐다.
러시아에서는 우크라이나 반격으로 노보로시스크 지역에서 주민 1명이 드론 잔해에 맞아 숨졌다. 러시아는 최근 밤·새벽 시간대 이뤄지던 공습을 대낮으로 확대하면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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