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 a Thrill | '살목지'로 돌아온 배우 이종원 화보와 인터뷰 | 마리끌레르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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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 a Thrill | '살목지'로 돌아온 배우 이종원 화보와 인터뷰 | 마리끌레르 코리아

마리끌레르 2026-04-09 20:40:27 신고

3줄요약

“영화를 했다는 거,
순수하게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좋았어요.”

이종원이 그토록 바라온
첫 영화를 만난 순간.

블랙 스트라이프 수트 셋업과 화이트 부츠 모두 Enfants Riches Déprimés,
퍼플 장갑 Ernest W. Baker, 셔츠와 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버건디 롱 재킷과 팬츠 모두 Enfants Riches Déprimés, 장갑 Our Legacy,
셔츠와 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영화 <살목지>의 개봉을 가장 설레며 기다릴 사람은 어쩌면 이종원 배우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린 시절부터 영화라는 매체를 동경해 온 이의 첫 영화라는 점에서요.

정확히 보셨어요. 저 지금 엄청 설레요. 배우라는 일을 시작한 때부터 드라마와 영화 둘 다 같이 해나가고 싶은 욕심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게 마음처럼 쉽지는 않았어요. 진입하는 방식이 다른 것도 이유 중 하나일 테고, 인연이 닿는 영화를 못 만난 게 이유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영화는 멀리서 바라기만 했는데, <살목지>를 만난 거예요. 사실 필모그래피상 <니나 내나>가 첫 영화이긴 하지만, 스쳐 지나갔다고 봐도 될 정도로 분량이 작거든요.(웃음) 그땐 발을 잠깐 담근 느낌이었다면, 이제야 영화에 몸을 푹 담근 기분이 들어요. 진짜 나의 첫 영화가 시작되었구나 싶고요. 그래서 제작진 미팅 때부터 감사하다는 말을 달고 살았어요.

그 시작점이 공포영화가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죠.(웃음)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과제를 만난 게 아닌가 싶었고요.

예고편만 봐도 심상찮던데요. 살목지라는 저수지의 로드 뷰 화면에 정체불명의 형체가 포착되고, 재촬영을 위해 저수지로 향한 촬영 팀이 물속에서 무언가를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시나리오로 읽을 때부터 무서웠다고요.

시나리오를 처음 읽은 날 밤에 악몽을 꿀 정도였어요. 어떻게 글만으로 이렇게 무서울 수 있나 싶었어요. 읽으면서 떠올린 영화가 <알 포인트>였고요. 정체불명의 존재가 사람을 홀리고, 그러면서 사람들이 누가 사람이고, 누가 귀신인지 알 수 없는 혼란에 빠진다는 점에서 그 영화가 생각나더라고요. 끝까지 어딘가 찜찜하고 혼란스러운 이야기인데, 저는 그래서 하고 싶었어요. 글만으로도 이렇게 사람을 현혹하니, 영화로 완성하면 훨씬 더 큰 힘을 갖게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거든요.

첫 촬영을 위해 현장으로 가는 길에 여러 의미에서 긴장됐을 것 같은데요.

정말 끝없이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더라고요. 살목지가 사람들의 왕래가 아예 없는 곳이래요. 저수지지만 낚시하러 오는 사람 하나 없는 곳이요. 그래서인지 낮에 가도 되게 스산하고 음습하고 무서워요. 기괴한 형태로 자란 식물이 되게 많은데, 그저 자연물일 뿐인데도 어쩐지 섬뜩한 느낌이 있어요. 한편으론 공포라는 장르 안에서 내가 어떤 식으로 연기해 낼 것인가 하는 두려움도 있었어요. 특히 공포를 감지하거나 놀라는 신에서 표현 방식이나 정도를 맞추는 게 어렵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이상민 감독님 덕분에 무섭고 두려운 현장을 잘 버텨낸 것 같아요.

이상민 감독에게도 <살목지>가 첫 (장편)영화죠. 처음을 함께 겪어내며 어떤 방식으로 영화를 완성해갔는지 궁금합니다.

게다가 나이도 비슷해요. 감독님이 저보다 한 살 어린데요. 꼭 나이 때문은 아니겠지만, 일방적인 디렉션이 없었어요. 종이 한 장 차이긴 하지만, 배우 입장에서 ‘이렇게 해주세요’와 ‘이렇게 하는 건 어때요?’는 되게 다른 말로 다가오거든요. 감독님은 후자였어요. 그래서 저도 생각한 방향을 보다 편하게 물어볼 수 있었죠. 한마디로 물음표의 현장이었어요.(웃음) 느낌표가 될 때까지 계속 질문을 던지는 분위기였거든요. 너무 좋았어요. 그간 연기하면서 어디 까지 할 수 있는지, 혹은 해야 하는지가 가장 어려운 문제였거든요. 그 질문에 답을 찾아나갈 수 있는 현장이라 연기하면서 배운 게 아주 많아요. 그래서 또 감독님께 감사 인사를 하고, 그럼 감독님이 외려 고맙다고 하시고, 하하.

그 정도면 감사의 현장 아닌가요?(웃음)

옆에서 피디 님이 언제까지 저러려나 하는 얼굴로 보긴 하셨어요.(웃음) 그 정도로 되게 잘 맞았어요.

영화, 봤어요?

50~60% 완성됐을 때 제작사에 가서 봤는데, 완성본도 아니고 내용을 다 알고 있는데도 속수무책으로 놀라게 되더라고요.

공포영화 볼 때 어떻게 보는 편이에요?

일단 뚫어져라 보긴 봐요. 눈을 살짝 가리고 보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무서워도 장면을 놓치는 게 싫어서 볼 건 다 봐요. 그 대신 두 손을 꼭 잡고서요.

(웃음) 그래서 영화가 끝나고 보면 손에 자국이 남은 사람들이 있잖아요.

자국도 자국인데, 땀이 흥건합니다. 그래서 <살목지> 개봉하는 날엔 손수건을 챙겨 가려고요.

지브라 패턴 톱과 팬츠 모두 Valentino, 스카프 Tom Ford, 장갑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레드 재킷과 팬츠 셋업 Dries Van Noten, 플라워 패턴 셔츠 Acne Studios,
안에 입은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첫 영화에서 가장 큰 미션은 무엇이었나요?

저수지를 배경으로 하는 영 화라 수중 촬영을 해야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제가 수영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거든요. 촬영 시작하기 전에 3개월가량 물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훈련을 했는데, 최대한 물이랑 친해지려 노력했는데도 되게 어렵더라고요. 대역을 쓸 수도 있었지만 힘들다고 말하는 게 왠지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고, 또 어쨌든 제 얼굴이 나오는 컷이 많아야 편집할 때 옵션이 다양하잖아요. 그래서 무조건 다 제가 하겠다며 무리를 좀 하긴 했어요. 수중 촬영을 끝내고 한 달 넘게 귀에서 진물이 나왔어요. 그런데 모니터를 보니까 ‘잘했다. 충분히 감내할 만하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고통은 잠깐이지만 영화는 평생 남는다는 생각으로 버틴 것 같아요.

반대로 처음이라 더 크게 느껴지는 즐거움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럼요. 즐거움이 훨씬 컸죠. 어릴 때부터 아주 많은 영화를 보면서 꿈꿔왔기 때문에 현장에서 모니터를 보면서도 매번 “와, 이게 스크린에 나오는 건가? 어떻게 나올까? 대박이다!” 할 정도로 극도의 흥분 상태였어요. 어쩌면 힘듦을 흥분으로 상쇄한 것 같기도 해요. 공포라는 장르 자체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첫 주연작에서 이 퀘스트를 깨면 레벨 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도 있었고요. 다 차치하고 영화를 했다는 거, 순수하게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좋았어요.

동경하던 세계로 진입한 후 실망이나 허탈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는데, 이종원 배우는 영화를 경험한 후에도 여전히, 어쩌면 더 깊이 사랑하고 있는 게 느껴지네요.

맞아요. <살목지>를 하면서 욕심이 더 커졌어요. 그간 꽤 여러 작품을 경험했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보니 하고 싶은 게 또 생기더라고요. 아주 일상적인 드라마도 해보고 싶고, 진한 멜로드라마도 해보고 싶고, 판타지영화 현장은 어떨지도 궁금해요.

<살목지>를 통해 어린 시절의 꿈을 이뤘다는 생각도 드나요?

이뤘죠. 계속 이뤄지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영화 현장을 경험했고, 그 영화 덕에 이렇게 매거진 화보도 찍고 인터뷰도 하고, 개봉하면 영화관에서 제 작품이 상영되는 것도 볼 테고, 또 관객과 만날 거고. 이 모든 과정이 꿈을 이뤄가는 길로 느껴져요. 조금 웃긴 일이 있었는데요. 시사회를 앞두고 들떠서 어머니한테 전화를 드렸거든요. 드디어 아들의 영화가 나온다고, 보러 오라고요. 그런데 단칼에 거절하시는 거예요.

왜요?

예고편을 봤는데 너무 무서워서 못 보시겠다고요.(웃음) 보면 한 달 동안 잠을 못 잘 것 같다고 하시는 거예요. 서운한 거까진 아니고, 쪼오금 아쉽긴 하던데요, 하하.

얘기를 나누는 내내 설렘이 느껴져서 저까지 들뜨게 되네요.(웃음) 배우에게 첫 영화란 이토록 귀하구나 싶고요.

앞으로 이 영화를 몇 번이고 다시 꺼내 보게 될 것 같아요. 워낙 무서운 영화라 쉽진 않을 것 같은데(웃음) 그럼에도 계속 볼 것 같아요. 제가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기억하고 싶은, 혹은 아름다움을 느낀 순간을 멈추게 할 수 있다는 건데요. 그처럼 영화 안에서 그때의 제가 멈춰 있다는 점에서, 언제든 처음 영화를 할 때의 제가 그리울 때마다 다시 볼 수 있는 좋은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현장에서 사진은 많이 찍었나요? 늘 좋아하는 카메라를 지니고 다닌다는 말을 들었어요.

못 찍었어요. 항상 가방에 넣어 가긴 했는데, 꺼낸 적이 없어요. 그날그날 할당된 신을 잘해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고, 영화 현장이 처음인지라 궁금한 것도 많았거든요. 그리고 제가 가진 카메라에 플래시가 없어서 밤에는 사진을 잘 안 찍는데, 촬영을 거의 밤에 해서 찍기 어려운 환경이기도 했어요. 제일 중요한 건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저는 보통 이런 걸 찍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카메라를 들지 않고, 천천히 둘러보다가 눈에 들어오는 걸 담는 편인데, 이번 현장은 그 정도의 여유는 없지 않았나 싶어요. 생각해보니 조금 아쉽긴 하네요. 최근에 플래시를 사서 배송을 기다리는 중인데, 조금 빨리 살 걸 그랬어요.

관객과의 만남(GV) 때 극장에서 쓸 수 있겠는데요. 그 또한 아름다운 처음의 기록이 될 테니까요.

오, 좋은데요. 그땐 마음먹고 좀 찍어봐야겠어요.

블랙 베스트 Simon Rocha, 셔츠와 팬츠, 레이어드한 실크 스카프 모두 Dries Van Noten,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스트라이프 재킷과 팬츠 모두 Junya Watanabe Man, 니트 베스트 S.S.DALEY,
부츠 Balenciaga, 셔츠와 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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