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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전력 전문가들이 인공지능(AI) 대중화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와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을 위해선 유연성 자원 확보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그 방법론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총괄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길수 고려대 공과대학장은 대한전기협회가 9일 개최한 ‘국가 전력망의 미래 전략’ 포럼에서 “전력 수급(수요·공급)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선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유연성 자원을 최대한 확보하고 이를 중앙(전력거래소)에서 잘 통제·제어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전력수급은 대체로 원전과 석탄, 가스가 각 30%씩, 나머지 10%를 재생에너지가 충당하고 있는데, 정부의 2040년 탈석탄 계획 이행을 위해선 국내 전력 공급의 30%를 재생에너지 등으로 대체해야 하는 부담이 뒤따른다. 또 시간과 날씨 영향이 큰 재생에너지가 대폭 늘어나면 공급량 변동성이 커지면서 대량의 수급 불일치가 발생할 수 있기에 전기가 넘칠 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보내는 식의 유연성 전원이 더 중요하게 된다.
더욱이 AI 대중화와 자동차·난방 등의 전동화로 전력 수요는 빠른 속도로 늘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이 같은 전력 공급의 간헐성 부담은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
장 학장은 “가까운 미래를 시뮬레이션해보면 부하가 적고 일사량이 늘어나는 봄 낮 시간대에 80기가와트(GW) 이상의 수급 불일치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원자력이든 신재생이든 발전력을 최대한 늘리고 유연성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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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도 “중요한 건 재생에너지만 확대하는 게 아니라 ‘유연성 패키지’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계획대로 석탄발전이 중단되고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가 100GW, 200GW로 확대되는 상황을 시뮬레이션 한 결과 앞으로의 전력 계통의 핵심은 유연성 확보라고 진단했다. 전기 저장 역할을 하는 양수발전과 수요 차원에서의 수급 조절 기능을 하는 수요반응(DR) 자원, 배터리 ESS 등을 총동원하는 것은 물론 지금까지 발전량을 조절하지 않았던 원전 역시 전력 수급 상황에 맞춰 발전량을 조절하는 부하 추종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시뮬레이션 결과 원전이 부하 추종을 하지 않는다면 연 10조~30조원의 비용이 추가된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가스발전 역시 발전량은 줄어들 수 있지만 설비용량 자체는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동시에 확대하는 게 전력 과잉공급으로 이어지리란 우려도 뒤따랐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프랑스의 사례를 보면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동시에 늘린다면 기술적으로 최대전력 시점에서 서로 충돌하거나 원전의 감발로 경제성이 악화할 수 있다”며 “그보단 최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다양한 장주기 에너지 저장 기술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2차 전기본 수요예측 작업에 참여 중인 허진 이화여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 역시 “미래 전력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선 최대수요뿐 아니라 시간대별 전망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전기차 기반의 V2G 기술이나 다양한 에너지저장장치 등을 통한 부하 이전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력수급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비용 문제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고 강조했다. 현 전기본은 수요·공급의 총량만 제시하기에 재생에너지와 그에 따른 유연성 자원 확보를 위한 비용이나, 지역 간 전력을 보내는 송전망 비용 등이 고려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전력수급 계획 수립 과정에서 비용이 빠져 있는데 이 계획으로 인해 전기요금이 얼마나 오를지를 국민도 소상히 알 필요가 있다”며 “이렇게 세운 계획의 결과가 잘못된다면 결국 미래 세대가 그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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