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쏘아올린 ‘직고용’…철강사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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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가 쏘아올린 ‘직고용’…철강사 ‘진퇴양난’

투데이신문 2026-04-09 19:10:3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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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가 사내 하청 인력 7000여 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사진=포스코]
포스코가 사내 하청 인력 7000여 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사진=포스코]

【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포스코의 사내 하청 인력 직접 고용 결정으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과 맞물려 하청 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가 거세지면서 원·하청 구조를 가진 국내 주요 철강사들을 향한 압박도 커지는 분위기다. 

9일 본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주요 철강사들은 포스코의 직고용 결정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의 결정이 시장 전반에 미칠 수 있는 파급력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전날 포항·광양 제철소 생산 현장에서 조업을 지원하는 협력사 직원을 순차적으로 직접 고용한다고 밝혔다. 이번 직고용 규모는 약 7000명으로 단일 기업 차원을 넘어 산업 전반에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 포스코의 직원 수는 1만7641명, 소속 외 근로자(사내 하청 및 기타 외주 인력)는 1만5471명이다. 7000명을 직접 고용하면 직원이 약 40% 늘어나는 수준이다. 

포스코의 이번 결정은 15년 가까이 이어진 불법파견 논란을 마무리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포스코는 2011년부터 사내 하청 근로자들이 제기해 온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등 사내 하청 직고용 문제를 두고 오랜 갈등을 겪었다. 2022년 대법원이 처음으로 불법파견을 인정하며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고, 이후 소송에서도 사측의 패소가 잇따랐다. 특히 이달 불법파견 관련 대법원 판결이 예정된 만큼 선제적으로 7000명 규모의 직고용 방안을 제시하며 사법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강화된 노동 환경 변화에 대응하려는 목적으로도 해석된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원청의 교섭 의무가 커진 상황에서 직고용을 통해 ‘정면돌파’를 택했다는 분석이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8월 다단계 하청 구조를 포함한 하도급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이번 조치는 개선 방침을 실현하는 첫 단계로 장인화 회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 회장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하청 소송이 장기화될 경우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머지않아 확실한 결단을 내리도록 노력하겠다”며 불법파견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이번 결정이 지난해 포스코 현장에서 반복된 산업재해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하청 근로자에 대한 관리 부담이 커진 만큼 직고용을 통해 안전을 직접 관리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직고용 결정은 원·하청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 근로자의 안전을 직접 관리하고, 장기간 이어진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계는 포스코의 결단을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철강 산업의 위기 속에서 인건비 등 고정 지출 증가로 경영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포스코 관계자는 “기본적인 복리후생을 기존 직원과 동일하게 적용하면서 비용은 당연히 늘겠지만, 경영에 부담을 주는 규모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현재 하청업체들과 직고용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별 직원의 선택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정확한 직고용 규모나 추가 비용을 추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포스코가 대규모 직고용이라는 승부수를 던지며 철강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곳이 현대제철이다. 현대제철은 2021년 당진·인천·포항 제철소 3곳의 조업을 담당할 자회사를 설립해 하청기업 근로자 4400여 명을 자회사 정직원으로 채용했다. 하지만 자회사 합류를 거부한 근로자들이 여전히 본사 직고용을 주장하며 사측과 법정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1월 고용노동부가 현대제철 하청 근로자 가운데 1213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세아제강 등 다른 철강사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혹여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마다 고용 형태가 다른 만큼 산업 전반의 변화로 이어질지는 아직 판단이 어렵다”면서도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는 협력사와 상생 방안을 모색하며 기민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선제적으로 하청 근로자 직고용을 추진한 동국제강은 비교적 평온한 모습이다. 동국제강은 2024년 1월 900여 명의 하청 근로자를 자회사 설립 없이 직접 고용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당시 고용 인원들의 업무 몰입도와 숙련도 등이 크게 향상됐고, 회사의 생산성 향상과 비효율 감소로 이어지는 추세”라며 “노사 화합 문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경상북도 포항시 소재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사진=포스코]
경상북도 포항시 소재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사진=포스코]

포스코가 직접 고용의 첫 단계를 실행했지만 내부의 후폭풍은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큰 파장은 ‘노노 갈등’이다. 현재 원청 정규직과 하청 노동자 간 임금 격차가 존재하는 만큼, 동일 처우를 적용하면 기존 정규직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반대로 격차를 유지하면 신규 편입 인력의 반발이 예상된다. 

회사와 불법파견 소송을 벌여온 사내 하청 노조 측은 “포스코는 2022년 대법원 확정판결로 승소한 하청 노동자 50여 명을 별도의 직군으로 편입해 차별적 대우를 해왔다”며 “7000명 직접고용 방안도 또 다른 차별적 직군 확대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포스코 정규직 노조도 사측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포스코노동조합 김성호 위원장은 지난 8일 “입사 과정의 치열한 노력과 직무의 고유한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통합 과정에서 공정한 원칙과 합리적 기준을 확립하겠다”며 “현재 포스코에서 근무하는 직원과 협력사 직원의 ‘노노 갈등’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포스코 측은 편입되는 직원의 직군 편성이나 임금 등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2022년에는 하청 근로자를 별도의 직군으로 편성했지만, 이번에는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며 “직고용 규모가 회사 직원의 40%에 달하고, 협력사별 협의도 진행해야 하는 만큼 순차적으로 채용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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