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류정호 기자 | 축구 지도자 자격 제도를 둘러싼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축구협회와 문화체육관광부의 논의도 계속되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축구계는 국제 공인 지도자 라이선스를 보유하고도 국내 국가 자격증이 없으면 향후 현장 지도가 제한될 수 있는 현행 제도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범죄 경력 조회 등 체육지도자에 대한 행정 검증 필요성을 국가 자격 체계 유지의 핵심 근거로 보고 있어, 사안을 단순한 자격 중복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다.
한국축구지도자협회는 6일 “현행 체육지도자 자격증 제도가 축구 종목의 특수성과 국제 기준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관련 법령 개정을 촉구했다. 지도자협회는 축구 종목에 대한 이중 자격 취득 의무를 완화하고,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이 발급한 국제 공인 라이선스를 제도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대한축구협회 규정상 프로축구 K리그 정식 감독으로 선임되기 위해서는 AFC 프로(P급) 라이선스가 필요하다. 축구계는 P급을 취득하면 지도 역량과 전문성 측면에서 최고 수준의 검증을 거친 것으로 본다. 그러나 국민체육진흥법 제11조와 시행령 제9조에 따르면 국내에서 체육지도자로 활동하려면 전문스포츠지도사 또는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도 취득해야 한다. 이 제도는 2023년부터 적용됐고, 축구 종목에는 2027년까지 유예기간이 주어진 상태다.
문제는 유예기간 종료 이후다. 국제 자격을 갖춘 지도자라도 국내 국가 자격증이 없으면 등록이 제한될 수 있다. 프로축구 현장에서는 K리그1(1부) 부천FC의 이영민 감독 사례가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이영민 감독은 AFC P급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은 없다. 선수 경력에 따른 일부 과정 면제 대상도 아니어서, 시즌 중 필기와 실기, 구술, 연수 등을 병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협회도 현장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9일 본지와 통화에서 “협회는 그동안 해당 사안과 관련한 현장 의견과 입장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전달해 왔다”며 “다만 정부 정책 방향에 변화가 없다면 협회 차원에서 풀 수 있는 범위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행 제도 도입 배경으로 체육지도자 관리 강화 필요성을 들었다. 그는 “국가 자격 체계 안에서 범죄 경력 조회가 가능하다는 점이 체육지도자 자격증 제도 운영의 핵심 배경”이라며 “P급 라이선스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자격 체계다. 하지만 국가 자격증과 같은 방식의 행정 검증까지 포괄하지는 못한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논란은 국제 기준에 따른 전문성 인정 문제와 별개로, 국가가 지도자를 어떤 방식으로 검증하고 관리할 것인지가 맞물린 사안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협회는 축구의 특수성을 고려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문체부 역시 현장의 어려움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다른 종목과의 형평성 문제도 함께 검토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결론을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실제 제도 개선이 쉽지 않은 이유로는 이미 정부 방침에 맞춰 국가 자격증을 취득한 지도자들이 적지 않다는 점도 꼽힌다. 협회는 유예 연장이나 제도 완화를 포함해 여러 가능성을 정부에 설명하고 있으나, 현재로선 확정된 방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2027년 유예 종료를 앞두고 축구계와 정부가 국제 기준, 현장 현실, 제도 취지를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쟁점이다. 특히 국가 자격 체계가 갖는 범죄 경력 조회와 행정 검증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축구 종목의 현실에 맞는 별도 보완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향후 논의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협회 관계자는 “현장의 부담과 제도 취지를 함께 고려한 합리적 결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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