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한스경제 류정호 기자 |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현대캐피탈이 벼랑 끝에서 기어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새 역사에 도전할 기회도 잡았다.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1~2차전을 모두 내주고 3~4차전을 내리 잡은 현대캐피탈은 남자부 최초의 리버스 스윕 우승까지 단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은 10일 오후 7시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진에어 2025-2026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5차전을 치른다. 이번 시리즈는 대한항공이 인천 홈에서 1~2차전을 먼저 가져가며 우승에 다가서는 듯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이 천안 홈 3~4차전을 모두 쓸어 담으며 2승 2패 균형을 맞췄다.
챔피언결정전의 흐름은 분명히 바뀌었다. 현대캐피탈은 8일 열린 4차전에서 대한항공을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파했다. 허수봉이 20점, 레오가 17점으로 공격을 이끌었고, 신호진도 7점을 보탰다. 블로킹에서도 12개를 잡아내며 대한항공의 공격 흐름을 효과적으로 끊었다. 반면 대한항공은 정지석이 19점, 임동혁이 11점, 마쏘가 10점을 올렸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밀렸다.
시리즈 분위기를 바꾼 분기점은 2차전이었다. 당시 현대캐피탈은 5세트 14-13에서 레오의 서브가 비디오 판독 끝에 아웃 판정을 받으며 다 잡은 승리를 놓쳤다. 판정 논란 속에 패배를 떠안았지만, 이 장면은 오히려 선수단을 하나로 묶는 계기가 됐다. 필립 블랑 감독은 이후 ‘분노’를 전면에 내세우며 반격의 명분을 분명히 했고, 현대캐피탈도 3~4차전을 내리 잡으며 흐름을 뒤집었다.
블랑 감독은 이번 시리즈 장외 심리전도 주도했다. 그는 1차전 뒤 대한항공의 외국인 선수 교체를 두고 “절대 공정하지 않다”고 직격했고, 4차전 승리 후에는 “우리는 비공식적인 우승 팀”이라고 말하며 선수단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대한항공의 헤난 달 조토 감독 역시 판정 상황마다 적극적으로 항의하며 맞섰다. 두 사령탑의 신경전은 최종 5차전을 앞두고 선수단 결집과 경기장 분위기를 더 달아오르게 만들고 있다.
경기력도 현대캐피탈 쪽으로 기울고 있다. 1~2차전에서 다소 흔들렸던 세터 황승빈은 3~4차전 들어 안정감을 되찾았다. 허수봉과 레오의 쌍포도 위력을 되살렸다. 리시브와 디그, 블로킹 등 수비 조직력도 살아났다. 반면 대한항공은 2연승 뒤 2연패를 당하며 남자부 최초 리버스 스윕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압박을 안게 됐다. 더구나 최종 5차전은 안방인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다. 홈 팬들의 응원은 힘이 될 수 있지만,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 역시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의 새 외국인 선수 마쏘 활용은 마지막 변수다. 마쏘는 1차전에서 18점, 공격 성공률 71.43%로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이후에는 상대의 분석이 이뤄지며 위력이 다소 떨어졌다. 4차전 공격 성공률은 50.00%에 머물렀다. 현대캐피탈 허수봉은 4차전 뒤 “러셀보다 마쏘를 상대하는 것이 낫다”며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황승빈 역시 “러셀이나 마쏘나 블로킹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이 이미 대한항공의 변화에 적응했음을 시사했다.
마지막 승부는 기세와 압박의 대결로 압축된다. 역대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1~2차전을 먼저 잡고도 우승을 놓친 팀은 한 번도 없었다. 현대캐피탈이 그 금기를 깨고 첫 리버스 스윕 우승을 완성할지, 아니면 대한항공이 안방에서 위기를 수습하고 정상에 설지, 2025-2026시즌 V리그 남자부의 마지막 한 경기에 모든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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