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세 그리스 여성의 콧속에서 꺼낸 양파리 유충과 번데기 껍질. 유충은 황색(A). 유충 후방 기문(호흡구 주변 구조)은 중앙에 단추 모양 구조를 가진 원형(B). 파손된 번데기 껍질은 검고 주름진 형태였으며, 내부에 번데기 잔여물이 남아 있었다(C).
재채기를 하는 순간, 코에서 살아 있는 벌레가 튀어나왔다. 검사 결과 사람의 코 안에서 기생충 유충이 번데기 단계까지 자란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확인됐다.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이 실제로 벌어지자 의료진도 놀랐다.
이 사례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학술지 ‘Emerging Infectious Diseases’에 보고됐다.
사건이 벌어진 곳은 그리스의 한 섬.
50대 여성은 코 안에서 자라던 유충이 밖으로 튀어나오면서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코 양옆과 위턱 사이 공간인 상악동에서 서로 다른 성장 단계의 유충 10마리와 번데기 1개가 발견됐다.
이 기생충의 정체는 ‘양파리(Oestrus ovis)’다. 보통 양이나 염소의 콧속에서 기생하는 파리로 사람 감염은 드문 편이다.
양파리의 생활사는 잘 알려져 있다.
암컷이 동물의 콧속에 유충을 낳으면, 유충은 비강과 부비동에서 자라다가
몸 밖으로 나와 땅속에서 번데기가 된다.
즉, 번데기 단계는 반드시 ‘몸 밖’에서 진행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이번 사례는 이 과정이 사람의 코 안에서 진행됐다.
연구자들은 “포유류 체내에서 번데기 단계까지 진행되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58세의 그리스 여성은 2025년 9월, 양들이 풀을 뜯는 덮고 건조한 들판에서 야외 작업을 하던 중 얼굴 주위에 파리가 떼로 몰려드는 일을 겪었다. 약 1주일 뒤부터 상악 부위 통증과 기침이 시작됐다. 증상이 점점 더 심해지다가 10월 15일 재채기와 함께 코에서 유충이 나오는 것을 발견하고 병원을 찾았다.
연구진은 여성의 코 내부 구조 이상과 많은 수의 유충이 동시에 들어간 점을 원인으로 추정했다. 이 여성은 코를 좌우로 나누는 비중격이 심하게 휘어진 상태였다.
이로 인해 유충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코 안 머무르면서 계속 성장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양파리 감염은 사람에게선 매우 드물다. 발생하더라도 보통 눈(결막)에 유충을 산란하며 드물게 코, 귀, 입에서도 발견된다.
대표적 초기 증상은 이물감이나 갑작스러운 눈 자극 등이다.
이번 사례에서 특히 주목되는 점은 유충이 번데기 단계까지 진행됐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나는 우연히 특이한 신체 조건에서 발생한 예외적 사건일 수 있다는 점, 다른 하나는 기생충이 인간에게서도 생존하도록 적응하는 초기 징후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현재까지 보고된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공포를 유발할 수준은 아니지만, 환경과 노출 조건에 따라 예상 밖 감염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가축과 가까운 환경이나 국외 특정 지역에서는 기생충 노출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관련 보고서 : https://doi.org/10.3201/eid3203.251077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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