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방송은 8일(현지시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면서 글로벌 경제를 인질로 잡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반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주 휴전 합의를 내세워 승리를 거뒀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오히려 동맹들과의 관계를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훼손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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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호르무즈로 세계 경제 인질극…협상력 입증”
CNN은 “이번 휴전의 핵심 조건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라는 점은 테헤란이 세계 최대 원유 수송로에 대한 막대한 통제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미국이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브루킹스연구소 에너지 전문가 사만다 그로스는 “이란은 막강한 군사력 없이도 세계 경제에 엄청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짚었다.
이란은 약 6주간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며 세계 원유·천연가스 공급량의 약 20%를 틀어막았다. 이는 그동안 에너지 안보 전문가들이 줄곧 우려해 온 ‘상상 속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 것이다. 필리핀은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유럽은 전기요금이 급등했다. 미국도 휘발유값 상승을 피하지 못했다.
역설적으로 이란은 전쟁 기간 원유 수출을 늘리고 가격도 올렸다. 에너지 데이터 분석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이란의 원유 수출량은 지난달 하루평균 185만배럴로 직전 3개월 평균보다 10만배럴 늘었다.
아울러 통상 브렌트유 대비 배럴당 10달러 가량 할인됐던 이란산 원유는 중국에서는 오히려 3달러, 인도에서는 최대 7달러 웃돈에 팔린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글로벌 공급난 완화를 위해 이란산 원유 약 1억 4000만배럴에 대한 제재를 일시 완화한 것도 이란의 수출 확대에 기여했다.
이란은 종전 이후에도 해협 통행권을 계속 쥐고 있겠다는 의지를 10개항 협상안에 담았다. 현재 선박 1척당 200만달러의 통행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란과 오만이 공동 통행세 징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댄 알라마리우 수석 지정학 전략가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경제 전쟁의 무기로 활용했다”며 “이 전략은 휴전 합의를 이끌어 내기에 충분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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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는 균열…“트럼프 위협, 더 이상 통하지 않을수도”
이번 전쟁이 미국에 남긴 또 다른 후유증은 동맹 관계 훼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해군 파견 요청을 거부하자 나토 탈퇴 가능성을 거듭 시사했다. 2주간 휴전 합의 및 승리 선언 직후엔 그린란드 합병 카드도 재차 꺼내 들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전과 분위기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이란이 일종의 ‘해법’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체 승리 선언과는 달리 국제사회는 이번 2주 휴전 합의를 이란의 판정승으로 보는 분위기다. 이코노미스트는 “전쟁이 어떻게 끝나느냐에 따라 중동 내 다른 국가들이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도 결정될 것”이라고 평했다.
동맹과 상의 없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시작한 이번 이란 전쟁은 유럽에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야기했으며, 유럽의 ‘공공의 적’ 러시아에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줬다. 이에 따라 유럽도 예전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무조건적으로 뜻을 굽히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 나토 대사 출신인 이보 달더는 CNN에 “대통령이 의회와도, 국민과도, 동맹과도 상의하지 않고 전쟁을 시작했다”며 “군사 동맹의 핵심은 신뢰인데, 어떤 유럽 국가가 이제 미국을 믿고 의지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은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이 반복되면서 유럽 각국은 미국의 안보 우산이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위크는 이번 휴전의 더 큰 함의로 타임스 논평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목표 추구 과정에서 동맹국들을 고립시켰으며, 이 무모한 행보는 미국의 글로벌 위상에 광범위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도 “이란전쟁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과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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