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형민의 동거동락] 충주맨이 쏘아 올린 작은 공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서형민의 동거동락] 충주맨이 쏘아 올린 작은 공

이데일리 2026-04-09 15:12:55 신고

3줄요약
유튜버 김선태의 여수 홍보 동영상의 일부


[글=서형민 피아니스트] 공무원 출신으로 백만 유튜버가 된 유일무이한 케이스가 있다. 바로 ‘충주맨’으로 불리는 김선태 전 주무관인데, 그가 최근 올린 영상이 화제다. 바로 여수시를 홍보하는 영상인데 (영상 제목도 ‘여수 홍보’) 이를 본 네티즌들은 홍보 영상이 아니라 고발 영상이라는 농담반 진담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과연 어떤 부분이 고발이란 것인가?

전남 여수시는 오는 9월 ‘2026 여수 세계 섬박람회’를 개최한다. 전 세계에서 방문이 예상되는 관객 수는 3백만 명 정도. 유튜버 김선태는 전남도청 관계자와 함께 행사장 예정지를 찾았다. 영상에 담긴 모습은 정비되지 않은 허허벌판 상태였을 뿐만 아니라, 섬 곳곳에 생활 쓰레기나 폐어구가 방치돼 있었다. 그 때문에 불과 6개월 남은 박람회에 대해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162만 유튜버(2026년 4월 9일 기준)의 위엄인가. JTBC는 김선태 씨의 영상이 올라온 당일 바로 여수 섬박람회의 준비 미흡에 대해 심도 있게 다뤘다. 자그마치 영상 섬네일은 “‘대체 어쩌려고’ 야수 발칵, 600억 줬는데 뭔가 쎄하다”, “2023년부터 준비한 박람회 600억 쓰고 ‘잼버리 될라’” 등 신랄한 비판 일색이다.

필자의 집 근처에 최근 구립경로당을 어린이집을 포함한 일종의 복합케어센터로 리모델링하는 공사가 시작됐다. 분명 저번 주에 5층짜리 건물의 내부를 다 뜯어내는 공사 중이었는데, 어제 보니 벌써 내부가 말끔히 정리돼있었다. 외국에서 일생의 반을 넘게 살아본 나로서는 이런 ‘빨리빨리’의 대한민국이 참 놀랍다. 하지만 여수시 전체에서 벌어지는 섬 박람회는 규모 자체가 다르다. 6개월 안에 김선태 씨가 그리고 뉴스매체들이 보여준 실상이 (심지어 보도된 부분은 극히 일부분이리라) ‘빨리빨리’ 개선되리라고는 안타깝게도 동의하기 힘들다.

과연 무엇이 문제이고 이유가 무엇일까. 문제나 이유야 많겠지만 필자는 이 칼럼에서 딱 한 가지 이유에 집중해보고 싶다. 그것은 바로 ‘경쟁의 부재’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는 지난주 출마 선언을 하며 대구가 30년간 발전이 없었다고 했다. 그 이유는 바로 한 정당이 대구에서 집권하며 일종의 ‘헤게모니’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잘하든 잘못하든 시민들의 반 이상은 본인들을 뽑아줄 것이라는 믿음에 정치인들과 관료는 필연적으로 나태해질 수밖에 없다. 그에 비해 ‘험지’라고 불리는 곳들은 선거 때마다 주민들의 환심을 얻고자 극구 노력하며, 당선 후 공약을 지키지 않으면 주민들이 다음 선거 때 심판을 하기 때문에 당선된 이후에도 공직자들은 최소한의 일을 하고자 노력을 하는 편이다.

여수뿐만 아니라 전라도 쪽은 대대로 민주당의 텃밭이다. 민선 1기 이래 여수 시장은 모조리 다 민주당(혹은 민주당 출신 무소속) 계열이었으며, 국회의원 또한 단 한 번도 반대편 당에 자리를 준 적이 없다. 아니, 자리를 주기는커녕 선거 본선만 가면 민주당 계열 후보들의 득표율이 비정상적으로 높다. 최근에는 ‘빨간색’의 텃밭인 부ㆍ울ㆍ경 지역에서도 민주당 표가 예전보다는 확연히 많이 나오는 것과는 다르게 민주당 쪽 후보는 기본 70% 득표율을 기록한다. 즉, 그들에게 선거란 본선에서의 퍼포먼스가 아니라 당내 공천을 받느냐 마느냐가 된 지 오래다. 이런 상황을 흔히 ‘고였다’라고 지칭하는데, 이렇게 상호 간의 견제가 없다시피한 환경에서는 나태함이 발현되기 일쑤고 부패의 온상이 되기 쉽다. 지금 단 6개월 남았는데도 기본적인 준비조차 안 되어 있는 여수의 상황 또한 이런 경쟁 내지 견제의 부재가 한몫하지 않을까.

JTBC 기자의 쓰레기더미 옆에서의 마무리 멘트가 심장에 날아와 꽂힌다. “여수시는 이번 박람회에서 세계 섬의 미래를 논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기보다 지금 우리 옆에 있는 섬들 먼저 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여수 섬박람회 관계자들과 책임자들이 이것을 듣고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면, 그들은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 부디 예전 ‘잼버리’의 재탕이 되지 않기를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간곡히 바란다.



◇ 서형민 피아니스트=베토벤 국제콩쿠르 우승자 출신으로 글로벌 활동을 하는 국내 손꼽히는 피아니스트트 중 한 명이다. 서형민 피아니스트트는 각국을 오가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와 포용이 필요하다고 인식해 우리의 현재와 관련된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글로 ‘동거동락’(同居同樂)이라는 미래를 함께 꿈꾸고 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