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K뷰티의 대표 등용문으로 통하던 올리브영 중심의 성장 공식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무신사, 지그재그 등 패션 플랫폼들이 여성 소비층을 기반으로 뷰티 카테고리를 빠르게 확대하면서다. 단일 경로에 의존하던 브랜드 성장 구조가 패션 플랫폼, 자사몰 등으로 분산되며, 국내 뷰티 유통 생태계도 ‘멀티 채널 병행’ 흐름으로 전환되는 모습이다.
9일 카카오스타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그재그의 지난해 뷰티 카테고리 거래액이 전년 대비 약 50% 증가했으며, 전체 구매자 수도 1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에이블리 역시 론칭 1년 만에 뷰티 거래액이 66배 성장하며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으며, 무신사는 럭셔리·뷰티 영역을 확대하며 성수 메가스토어 내 뷰티 상설 공간을 마련하는 등 오프라인 전략을 병행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국내 뷰티 브랜드들의 성장 경로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였다. 자사몰이나 온라인 입소문으로 초기 반응을 확보한 뒤 올리브영 입점을 통해 전국 단위로 인지도를 확대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올리브영이 유통 채널 뿐만 아니라 브랜드 발굴과 트렌드 제안 기능까지 수행하며 사실상 ‘관문’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 구조가 브랜드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경로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업계에서는 올리브영 입점 브랜드가 실제 부담하는 수수료율이 판매수수료와 물류·진열 관련 비용 등을 포함해 50% 초중반대까지 형성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징성과 노출 효과는 분명하지만, 브랜드가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을 확보한 이후에는 수익성 측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틈을 패션 플랫폼들이 파고드는 양상이다. 패션 플랫폼은 기존에 확보한 여성 소비층과 개인화 추천 기술, 빠른 배송 인프라를 기반으로 뷰티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뷰티 카테고리 진출의 후발 주자로서 할인 행사, 기획전, 브랜드 협업 등 프로모션을 전면에 내세운 전략이 유입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가격 차이 역시 이러한 전략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풀이다. 패션 플랫폼이 뷰티 카테고리를 키우는 과정에서 고객 유입을 위해 적극적인 할인과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다. 실제 일부 제품은 패션 플랫폼에서 10~15%가량 저렴하게 판매되는 사례도 확인된다. 이에 따라 동일 제품이라도 채널별 가격 차가 발생하며, 가격 인식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전략이 단순 가격 경쟁이라기보다 기존 고객 기반 위에 카테고리를 얹는 확장 방식에 가깝다는 해석도 나온다. 패션과 뷰티 소비층이 상당 부분 겹치는 만큼 플랫폼 내에서 연계 소비가 이뤄지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브랜드 입장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유통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뷰티 브랜드 관계자는 “중소 브랜드 입장에서는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올리브영 입점이 브랜드 홍보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여전히 중요하다”며 “다만 최근 패션 플랫폼이 뷰티로 카테고리를 확장하면서 유통 채널 다변화 측면에서 기회로 작용하기도 한다. 마케팅이나 프로모션에 참여하며 시너지가 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는 뷰티 유통 채널의 확대 차원을 넘어 브랜드 성장 경로가 점차 분산되는 흐름으로도 읽힌다. 과거에는 올리브영 입점이 주요 성장 단계로 인식됐다면, 최근에는 패션 플랫폼, 자사몰, 네이버·쿠팡 등 다양한 채널을 병행하는 전략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실제 온라인 플랫폼 간 경쟁 구도는 점차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시장조사업체 오픈서베이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품 구매 채널 응답률(중복응답 기준)은 쿠팡 40.4%, 올리브영 온라인몰 36.1%, 네이버쇼핑 27.1%로 집계됐다. 특정 츨랫폼이 우위를 보이긴 했으나 전반적인 격차는 크지 않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채널 간 경쟁이 확대되면서 브랜드의 가격 운용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채널별 수수료 구조와 프로모션 방식이 다른 만큼 가격 설정과 운영에 일정 부분 자율성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올리브영의 영향력이 단기간 내 약화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온라인 확대와 함께 오프라인 체험형 공간을 강화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어서다.
현재의 변화는 특정 채널이 대체되는 흐름이라기보다 단일 관문에 집중됐던 구조가 여러 채널로 분산되는 국면에 가깝다는 해석도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K뷰티 유통이 단일 채널 중심에서 멀티 채널 병행 구조로 이동하는 초기 단계로 보고 있다. 패션 플랫폼의 뷰티 확장 역시 기존 패션 수요를 기반으로 소비 접점을 넓히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그재그 관계자는 “뷰티를 별도의 사업으로 보기보다 기존 패션 고객의 소비 흐름이 자연스럽게 확장된 결과에 가깝다”며 “플랫폼 내에서 패션과 뷰티가 함께 소비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브랜드와의 협업 역시 뷰티 카테고리 확장 과정에서 마케팅과 프로모션이 맞물리며 효과를 낸 측면이 있다. 이 과정에서 거래 확대가 이어지는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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