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장 대신 게시판 공방…삼성바이오, 노사 갈등 ‘사면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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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장 대신 게시판 공방…삼성바이오, 노사 갈등 ‘사면초가’

투데이신문 2026-04-09 14:24:3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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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투데이신문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가 내달 예고된 파업을 앞두고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직접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은 채 사내 게시판과 대표이사 명의의 이메일 등을 활용해 입장만 전달하며 교섭 창구를 우회하고 있다고 반발한다. 사측은 파업에 대비한 법적 대응에 나서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에서는 최근 사측이 게시한 공지글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노조의 파업 가결 소식이 전해진 이후 사측은 사내 게시판에 ‘고객사와의 신뢰’와 ‘사업의 본질’ 등을 강조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해당 게시물에는 사측의 의도를 비판하거나 반발하는 내용의 댓글 100여개가 잇따라 달렸다. 게시판에서 한 직원은 “사업의 본질을 논하며 직원은 배제한 채 고객사만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또 다른 직원은 “직원들을 고객과의 신뢰를 저버리는 사람들로 몰아세우는 소통 방식”이라며 불만을 표했다.

노조는 사측이 이러한 게시판 공지 외에도 대표이사실 명의의 이메일을 통해 임금·성과급 제시안을 근로자들에게 개별 설명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노조와의 직접적인 대화 대신 사내 매체를 활용해 개별 직원을 설득하는 방식이 노동조합의 교섭권을 약화하려는 ‘우회 전술’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노조는 최근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냈다. 사측이 대면 협의를 피한 채 일방적으로 입장을 피력하는 행위가 노조 운영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지배·개입’ 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현행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4호는 사용자가 노조 운영에 개입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법적 공방도 본격화되고 있다. 사측은 지난 1일 인천지방법원에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노조법 제38조 2항(작업시설의 손상이나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은 쟁의행위 기간 중에도 정상적으로 수행돼야 한다)이 근거다. 바이오 의약품은 배양, 정제, 완제 순으로 공정이 이뤄지며 각 공정마다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사측은 CDMO(위탁개발생산) 공정을 위해 배양 중인 세포를 원료·제품으로 보고, 파업으로 세포가 폐기될 경우 생산 체계에 치명적인 타격이 발생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노조 측은 해당 조항의 확대 해석이라며 맞서고 있다. 박재성 노조위원장은 “연속 공정을 이유로 파업권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행위”라며 “이 논리라면 정유, 식품, 제철 등 모든 연속 공정 제조업에서 파업이 불가능해진다”고 반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이 배양기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이 배양기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갈등의 배경에는 실적에 따른 보상 규모를 둘러싼 견해차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매출 4조5570억원, 영업이익 2조692억원을 기록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노조는 영업이익 20% 재원의 성과급과 임금 14%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6.2% 인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11월 발생한 내부 인사 문건 유출 갈등 역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불씨로 남아 있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는 13차례의 협상 결렬 이후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실시해 파업권을 확보했다. 전체 임직원의 75%가 가입된 유일 노조인 이들은 오는 22일 집회 및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내달 1일 본격적인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노조 측은 “사측이 교섭안에 대해 종합적인 안건을 들고 대화에 나설 경우 조정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으나, 현재까지 노사 양측의 실질적인 만남은 성사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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