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임규리 인턴기자】최근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가운데, 촉법소년 연령 하향 반대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소년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보다 실질적인 권리 보장이 우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대위는 9일 오전 10시 청와대 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령 하향 방침의 철회를 촉구했다.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촉법소년 연령 하향 문제에 대해 두 달 내로 결론 낼 것을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현행 소년법상 소년범은 연령에 따라 범법소년(만 10세 미만), 촉법소년(만 10~14세 미만), 범죄소년(만 14~19세 미만)으로 나뉜다. 이 중 14세 미만은 형사책임능력이 없다고 간주해 촉법소년에게는 형사 처벌 대신 보호처분만이 내려진다. 일각에서는 최근 5년간 경찰에 검거된 촉법소년 수가 약 81% 증가했고 청소년의 신체·정신적 성숙이 빨라진 만큼 연령 하향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맞서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청소년 당사자가 직접 발언에 나섰다. 어부바 윤건우 활동가는 “청소년 참정권 보장을 요구할 때는 미성숙함을 이유로 반대하더니 왜 촉법소년 문제에서만 말이 바뀌는 것이냐”며 “투표권은 안 되고 형사처벌은 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연령 하향이 현실화할 경우 전국 유일의 김천소년교도소 과밀 수용 문제도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관악교육복지센터 신선웅 센터장은 처벌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처벌은 청소년들을 멈추는 데 불과할 뿐 이들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청소년의 문제 행동 이면에 있는 가정환경과 성장 배경을 봐야 한다”며 “개개인의 삶의 궤적을 이해하고 이들을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3년 형사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소년범의 50% 이상이 취약한 가정환경 및 경제적 여건에서 생활하고 있고 소년사건에 연루된 소년 중 약 20%가 가정폭력에 노출 상황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국제사회에서도 공유되고 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최현주 팀장은 소년 범죄를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국가 시스템의 실패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부에 유엔아동권리협약 비준국으로서 책임을 다할 것을 주문했다.
2019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대한민국 5·6차 심의 최종견해에서 형사책임 최저연령을 만 14세로 유지하고 연령 하향 시도를 중단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14세 미만 아동은 전두엽 피질이 발달 중인 만큼 자신의 행동이 미칠 결과나 형사 절차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최 팀장은 “소년범죄를 엄벌주의가 아닌 회복적 사법으로 전환해 봐야 한다”며 “사회는 아동에게 진정한 반성과 재사회화, 회복할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촉법소년 연령 하향 사안을 청소년의 긍정적 성장과 발달을 지원하는 논의의 장으로 볼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서한을 청와대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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