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산책하며 자연을 즐기러 사찰에 갔다가 평생의 짝을 만날 수 있다면 어떨까? 미혼 남녀들 사이에서 예약 전쟁이 벌어질 정도로 인기를 끄는 만남의 장이 화제다.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이 운영하는 만남형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인 ‘나는 절로’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달 29일 전북 고창 선운사에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 무려 6쌍의 커플이 탄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대중의 눈길을 끌고 있다.
바늘구멍 경쟁률 뚫고 모인 청춘남녀
‘나는 절로’는 인구 감소 문제에 대한 생각을 바꾸고, 사찰 체험을 통해 자연스러운 인연을 맺을 수 있도록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올해 선운사에서 열린 첫 행사에는 남성 358명, 여성 286명 등 총 644명의 지원자가 몰려 뜨거운 인기를 입증했다. 이 중 서류 심사를 거쳐 남녀 각 10명씩, 최종 20명이 선발되어 1박 2일간의 여정에 올랐다.
약 32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모인 만큼 참가자들의 의지도 남달랐다. 참가자들은 사찰이라는 장소가 주는 신뢰감과 편안함 덕분에 신청하게 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각자 살아온 환경은 다르지만,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 하나로 산사에 모여 귀한 시간을 함께했다.
차 마시고 산책하며… 설렘 가득한 사찰의 밤
프로그램 구성은 기존의 엄격한 수행 위주 체험과는 사뭇 다르다. 첫날 무작위로 짝을 정해 만나는 ‘임의 데이트’를 시작으로, 1대 1로 돌아가며 깊은 대화를 나누는 ‘찻자리 시간’, 함께 절밥을 즐기는 ‘식사 데이트’가 이어졌다. 모든 과정은 서두르지 않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어 참가자들이 서로를 천천히 알아가도록 도왔다.
특히 별빛 아래 사찰을 거니는 ‘야간 자유 산책’은 참가자들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결정적인 시간이 되었다. 사찰 고유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긴장을 풀어주고 진솔한 대화를 끌어내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도시의 화려한 조명 대신 은은한 달빛 아래서 나눈 대화는 서로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천년 고찰의 우아함과 고요함이 머무는 공간
행사가 진행된 선운사는 오랜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대웅전과 정갈한 한옥 건물이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화려한 장식보다는 나무 본연의 색과 결이 살아있는 전각들은 보는 이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준다. 이러한 공간적 특징은 처음 만난 사이에서 느낄 수 있는 어색함을 자연스럽게 해소해 주었다.
사찰 주변을 감싸는 울창한 숲과 맑은 계곡물 소리는 도심의 소음을 잊게 할 만큼 평온하다. 참가자들은 처마 끝에 달린 풍경 소리를 들으며 복잡한 생각을 비워내고, 오로지 상대방의 목소리와 자신의 내면에 집중했다. 인위적인 시설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환경이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된 셈이다.
쉼과 만남이 공존하는 새로운 휴식 문화
이번 프로그램은 단지 짝을 찾는 행사를 넘어, 사찰이라는 공간이 주는 휴식의 가치를 새롭게 보여주었다. 참가자들은 정갈하게 차려진 사찰 음식을 나누어 먹고, 이른 새벽 산사의 공기를 마시며 걷는 등 템플스테이만의 소박한 일상을 경험했다. 이러한 경험은 바쁜 일상에 지친 청년들에게 정서적인 안정을 선사했다.
단단한 기와지붕 아래서 보낸 하룻밤은 청춘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으며, 이러한 차분한 환경이 서로에 대한 호감을 쌓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는 평가다. 사찰이 단순히 종교적인 공간을 넘어, 현대인들의 외로움을 달래고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는 열린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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