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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백악관은 이란이 공개한 목록이 휴전 합의의 근거가 된 문건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란이 원래 제안을 수정해 보다 합리적이고 압축된 안을 제시했고, 이것이 미국이 휴전에 동의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중재자들도 이란이 역내 미군 철수, 전쟁 배상, 우라늄 농축 관련 입장을 일부 완화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양측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며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란의 공개 목록을 분석해 보도했다.
◇호르무즈·핵, 협상의 두 고비
가장 첨예한 쟁점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과 우라늄 농축 권리다.
이란은 자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요구(2항)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해협의 완전한 개방을 휴전 합의의 전제 조건으로 내건 상태다. 이란에 통제권을 그대로 두는 것은 미국의 중대한 양보이자, 걸프 동맹국들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입장이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걸프 산유국들이 원유와 천연가스를 수출하는 핵심 통로를 지역 경쟁국이 쥐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중동산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호르무즈 통제권 향방은 국내 에너지 수급과도 직결된 문제다.
우라늄 농축 권리(3항)도 만만찮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으며, 전쟁 이전 협상에서도 이 문제가 최대 걸림돌이었다. 다만 중재자들은 이란이 입장을 다소 완화했다고 전했다. 소량 농축을 허용하거나 농축 우라늄 비축량을 제한하는 절충안이 논의된 바 있는 만큼 협상 여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제재 해제, 의회 벽 넘어야
이란은 미국의 1·2차 경제 제재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 결의 등 국제사회의 제재 체제 전반을 철폐해달라고 요구(4·5·6·7항)했다. 미국이 일부 제재 완화에 열린 입장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법률에 명시된 제재를 풀려면 미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이란의 테러 활동이나 인권 침해와 연계된 제재는 워싱턴이 해제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유엔 재래식 무기 금수와 탄도 미사일 제한 해제(6항)는 유럽도 반대한다. 이란이 러시아나 중국제 무기를 합법적으로 들여와 군사력을 재건하는 그림은 미국도, 유럽도 원치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에 무기를 공급하는 국가를 제재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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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미군 철수, 이란 일부 후퇴
이란의 원래 요구 가운데 배상금 지불(8항)과 역내 미군 전투 병력 철수(9항)는 이란이 스스로 입장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배상 문제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의 통행료나 카타르 등지에 동결된 이란 석유 자금을 재건 재원으로 활용하는 절충안이 부상하고 있다. 미군 철수 요구도 이란이 후퇴했지만, 전쟁 전 3만~4만명 규모였던 미군 병력을 워싱턴이 단기간에 완전 철수할 가능성은 여전히 없다.
레바논 전선 휴전 요구(10항)도 뇌관이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에서의 군사 작전 중단을 거부하고 있으며, JD 밴스 부통령은 “이란은 휴전에 레바논이 포함된다고 생각한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불가침 보장(1항)은 조건에 따라 협상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다만 이란은 중국이나 러시아를 보증인으로 원하는데, 이들이 실제로 그 역할을 맡을지, 또 이스라엘이 이란 공격을 자제하는 데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진통 속 협상 국면…2주 내 결론 어려워”
국내 전문가들은 미국과 이란의 협상과 관련해 불가침 보장 문제를 핵심 변수로 꼽으면서, 2주 안에 최종 합의가 도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북미유럽연구부 교수는 “양측 모두 전쟁을 끝낼 유인은 분명하다”며 “핵과 호르무즈 문제만 정리되면 나머지는 크게 문제없이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진통이 따르겠지만 지속적으로 협상 국면으로 가면서 상황을 관리해 나가지 않겠느냐”며 “총성이 다시 울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재발 방지 보증을 가장 중요한 관건으로 꼽았다. 그는 “이란은 임시 협상을 원하지 않는다. 종전과 재발 방지에 대한 확실한 보증이 이뤄지지 않으면 호르무즈 해협을 열기 어렵다”며 “미국이 그 약속을 실제로 지킬지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안을 “협상의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목록에서 드러나듯 협상의 변수는 많다. 다음 분수령은 미국이 이란에 얼마나 실질적인 재발 방지 보증을 제공할 수 있느냐, 그리고 이란이 핵 농축과 호르무즈 통제권에서 추가로 얼마나 양보할 수 있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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