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시작은 채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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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시작은 채굴이다

프레시안 2026-04-09 10:48:30 신고

3줄요약

인공지능(AI)은 흔히 가상 공간에서 작동하는 비물질적이고 지능 중심적인 첨단 산업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실제로 AI는 매우 물질적인 기반 위에서 작동하는 산업이다. 특히 최근 급격히 확장되고 있는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과 물을 소비하며, 그 건설과 운영 전 과정에서 대규모 자원이 투입된다. 이러한 시설은 발전소, 송전망, 배터리 등 전력 인프라를 함께 팽창시킨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는 대량의 광물이 필요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AI 확산과 데이터센터 증가가 전력 인프라 수요를 급격히 끌어올리고, 이는 핵심광물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AI 데이터센터는 구리, 니켈, 코발트, 희토류 등 다양한 금속에 의존하는 대표적인 광물 집약적 산업이다.

AI 붐 이전부터 세계는 이미 전기화(electrification)를 중심으로 한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을 추진해 왔다. IEA는 2021년 'Net Zero by 2050'를 통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에너지 시스템 전환 경로를 제시했으며, 같은 시기 발간한 보고서에서는 이러한 전환이 본질적으로 광물 집약적인 구조이며, 넷제로 경로에서는 광물 수요가 급증할 것임을 명확히 했다.(보고서 'The Role of Critical Minerals in Clean Energy Transitions')

IEA가 예측한 탄소중립 시나리오(NZE)에 따르면, 2024년 대비 2040년까지 리튬 수요는 약 7~8배, 흑연은 3배 이상, 니켈·코발트·희토류는 약 2배, 구리는 약 1.5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AI 산업 경쟁이 더해지면서 광물수요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IEA는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장만으로도 2030년 기준 구리 약 2%, 실리콘 약 2%, 희토류 약 3%, 갈륨 약 11% 이상의 추가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AI 학습에 활용되는 GPU 반도체 또한 높은 금속 집약성을 보인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엔디비아의 대표적인 데이터센터용 GPU 중 하나인 A100은 질량 대부분이 구리, 철, 실리콘, 니켈 등 금속 성분으로 구성돼 있으며, 대규모 AI 모델 학습에는 수천 개의 GPU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광물이 채굴되고, 일부는 유해 폐기물로 이어진다.

▲칠레 칼라마에 있는 추키카마타 광산 풍경.(자료사진) ⓒBy Diego Delso, CC BY-SA 4.0, 위키미디어 커먼즈

광물 수요 확대는 환경·사회적 영향이 심대한 광업 확장과 직결된다. 광업은 광산 탐사부터 개발, 운영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산림 파괴, 토양 침식, 하천 및 해양 오염, 대기오염을 유발하며 이는 지역 주민의 건강과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광업은 강제 이주, 노동 착취, 지역사회 갈등, 폭력 분쟁 등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2011~2019년 일어난 환경 분쟁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광업은 가장 많은 환경 분쟁을 유발하는 산업으로 지목됐다. 특히 토착민과 소농(peasant) 공동체가 가장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집단이자, 주요 피해 당사자로 나타났다. 특히 핵심광물 개발 프로젝트의 절반 이상이 토착민 및 소농의 영토 또는 그 인근에서 이뤄진다는 연구도 있다.

토착민과 소농은 자연과 긴밀한 관계 속에서 살아온 공동체로, 국제사회에서도 이들을 생태계 보전의 핵심 주체이자, '자연의 수호자(guardians of nature)'로 평가한다. 그러나 오늘날 이들의 영토는 대규모 채굴과 산업 개발로 빠르게 훼손되고 있으며, 이는 때로 에너지 전환과 첨단산업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정당화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할마헤라섬에는 외부와의 접촉이 제한된 토착민 공동체가 존재한다. 이 지역에 최근 중국계 자본이 주도하는 대규모 니켈 개발 사업이 확장되면서, 자유로운 사전인지동의(FPIC)가 보장되지 않은 채 강제 토지 수용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대규모 산림파괴로 인한 수렵·채집 공간 축소로 토착민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글로벌 기업들은 이러한 문제에 우려를 표명하며 공급망 점검에 나섰고, 일부 유럽 기업들은 해당 프로젝트에서 투자를 철회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할마헤라 일대의 채굴과 제련 시설 확장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 기업 또한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광산 개발, 제련소 운영, 중간재 생산, 배터리 제조에 이르기까지 니켈 생산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사업장에서도 환경오염, 노동권 침해, 지역 사회와의 갈등 등의 문제가 현지 언론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인도네시아 정부와 양해각서(MOU) 체결 등 각종 외교·산업 협력을 통해 핵심광물 확보를 주요 정책 과제로 추진하고 있으며, 관련 기업 지원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급망 확장 과정에서 채굴 현장의 인권·환경영향을 사전에 예방하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관리하고 시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 이러한 핵심광물 공급망은 전기차 배터리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반도체 등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와도 맞물려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AI 산업을 둘러싼 담론은 매우 낙관적이며, 한편으로는 맹목적일 정도로 자본을 대변하는 논조가 강하게 반영돼 있다. AI가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탄소 배출을 줄여 기후위기 대응에 기여할 것이라는 주장,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산업 성장을 우선해야 한다는 논리가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수급이 어려운 에너지와 광물은 대표적인 '병목'으로, 지역 주민들의 반대는 '님비'로 치부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은 대부분 기업에서 극히 제한 및 가공해 공개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며, 공급망 전반의 환경・사회적 영향까지 포함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 AI 산업의 물질적 출발점인 광물 채굴이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누가 어떤 피해를 감수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3월, 국회 과방위 법안소위에서 'AI 데이터센터 특별법'이 통과됐다. 해당 법안은 입지 규제 완화, 인허가 절차 간소화, 세제 혜택 등의 주요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특히 비수도권 지역에 대한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와 PPA 특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전력계통영향평가는 대규모 전력 설비가 신규로 들어설 때, 기존 전력망이 이를 감당할 수 있는지 사전에 검토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송전선 과부하, 전압 불안정, 계통 안정성 저하 등 전력 시스템 전반의 위험을 미리 점검하며, 전력망의 안정적 운영과 수급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그런데 특정 산업군 전체를 대상으로 이 평가를 법적으로 면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규제 완화 혜택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전력 생산자와 소비자가 전력을 장기간 거래하는 계약인 PPA는 국내에서 사실상 재생에너지 조달 수단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특별법에는 별도의 PPA 특례 조항이 포함돼, LNG나 SMR(소형모듈원자로) 등 다른 전원으로의 확대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참여연대 등 국내 시민사회에서는 특별법 논의를 중단하고 데이터센터의 전력·물 사용량 공개, 환경영향에 대한 대비책 마련, 지역 간 전력 수급 불균형 해소 방안 마련,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에너지 인프라 효율 평가 등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데이터센터 확산이 가져올 에너지 부담과 지역 사회 영향을 고려한 중요한 지적이다. 다만 AI 산업의 물질적 출발점이 광물 채굴에 있으며, 해당 공급망에 한국 자본과 정책이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관련 논의는 전력 문제를 넘어 광물 공급망까지 확장될 필요가 있다.

AI 산업 확장은 광물 공급망을 따라 새로운 환경·사회적 영향을 만들어내며, 그 영향은 우리의 시야와 관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공급망 상단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광물 공급망 전반의 인권·환경 영향 관리를 제도적으로 함께 다루고, 광물 재활용과 순환경제를 강화해 신규 채굴 수요 자체를 줄이는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 나아가 기업은 공급망에서 발생한 인권침해와 환경파괴 사례와 그 대응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AI 산업의 발전은 비물질적 혁신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그 물질적 기반이 만들어내는 영향까지 함께 고려하고 책임지는 방향으로 제도적 공백이 메워져야 한다.

▲미국 애리조나의 냉각탑과 비상 발전기가 설치된 데이터센터 옥상 사진. ⓒBy Rsparks3, CC0, 위키미디어 커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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