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박동선 기자] 수년째 엔터 산업계는 원천 IP 발굴과 플랫폼 확장을 위해 다양한 협력 모델을 구축하며 성숙도를 높여왔다. 이 흐름 속에서 최근 두드러지는 것은 CJ ENM의 전방위적인 'IP 다각화' 행보다.
레거시 IP의 재가동부터 이종(異種) 산업과의 합작에 이르는 동시다발적 프로젝트 론칭은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공격적 포석인 동시에, 대형 배급사의 매니지먼트 및 프로모션 관리 역량을 묻는 시험대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엔터업계에 따르면 CJ ENM의 2026년 음악 IP 로드맵은 거대 자본을 앞세운 IP 확장 전략과 그 이면에 자리한 구조적 딜레마를 동시에 가늠케 한다.
◇레전드부터 신예까지... 장르와 국경 허문 하이브리드 IP
올해 CJ ENM 음악 사업 부문의 핵심은 세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압도적인 아티스트 라인업에 있다. 재결합 논의가 본격화된 '워너원'과 스윙엔터테인먼트를 필두로 컴백 프로젝트가 가시권에 들어온 '아이오아이'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2030 팬덤의 강력한 향수와 구매력을 자극하며 레거시 IP의 폭발적인 잠재 화력을 증명하고 있다.
주력 IP인 '제로베이스원'은 이제 막 5인 체제의 유연한 서사로 새로운 빌드업의 첫발을 뗐으며, 6인조로 재편된 '케플러'는 제작 주체를 클렙(KLAP)으로 이원화해 전문성을 높이며 수익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신흥 IP와 글로벌 라인업의 기세는 더욱 맹렬하다. '아이랜드2' 기반의 '이즈나(izna)'와 웨이크원의 '알파드라이브원(AD1)'이 차세대 엔진으로 기초체력을 다진 가운데, 일본에서는 라포네 엔터테인먼트(JO1, INI, ME:I)의 독주와 '프로듀스 101 재팬 신세계 오픈'을 통한 플랫폼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글로벌 영토 확장의 선봉에 선 하이브리드 IP들은 각 합작사들의 뚜렷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시장을 폭격한다. 힙합 그룹 '하입프린세스'는 일본 최대 광고대행사 하쿠호도의 현지 마케팅 네트워크에 아메바컬처의 힙합 프로듀싱 노하우, 워너뮤직의 글로벌 유통망이 결합한 장르적 자본의 결정체다.
중국 현지화 보이그룹 '모디세이'는 JYP차이나의 현지화 아이돌 육성 시스템에 텐센트뮤직의 압도적인 중화권 플랫폼 장악력을 얹어 대륙의 규제 리스크를 우회한다. 나아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유통 인프라 및 대중적 플랫폼 시너지를 등에 업은 밴드 IP '하츠웨이브'까지 더해지며, 촘촘하게 짜인 밸류체인이 전방위적 파이 확장을 기대케 한다.
◇생태계 확장의 이면... 복잡한 수익 구조와 프로모션 사이클 정체
이처럼 자체 육성부터 초월적 파트너십까지 아우르는 전방위적 IP 확장은 시장 지배력을 단기간에 극대화하고 K팝 생태계를 넓힌다는 강력한 장점을 지닌다. 하지만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거대하고 화려한 라인업의 이면에는 대형 배급사이자 크리에이터인 CJ ENM이 감당해야 할 '운영의 과부하'라는 묵직한 물음표가 뒤따른다.
가장 먼저 감지되는 암초는 과밀해진 라인업에 따른 '프로모션 정체' 현상이다. 다수의 자체 IP가 특정 시기에 몰릴 경우, 한정된 마케팅 화력이 분산되어 개별 아티스트의 시너지를 온전히 발휘하기 어렵다. 방대한 포트폴리오를 시장 상황에 맞게 최적의 사이클로 돌려내지 못할 경우, 자칫 거대 기획들이 한정된 파이를 두고 다투는 자체적인 병목현상에 빠질 우려가 있다.
여기에 합작 밸류체인 확장에 따른 구조적 딜레마가 짐을 더한다. 하쿠호도, JYP, 카카오, 텐센트 등 굵직한 파트너사들이 얽힌 다자간 협력 구조는 필연적으로 수익 배분의 복잡성을 초래하며 장기적인 투자 효율성을 갉아먹을 수 있다. 이는 향후 결집할 '워너원'이나 '아이오아이' 등 레거시 IP의 원소속사 간 이해관계 조정 문제와도 맞물려, 사공이 많아 신속한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치명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디션 명가'의 거버넌스로 뚫는 정면돌파
결국 2026년 CJ ENM의 성패는 다수의 IP가 쏟아지는 환경 속에서 얼마나 정교하고 유연한 프로모션 시스템을 작동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물량 공세를 넘어 각 IP의 고유한 서사를 보호하고 합작사 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관리 체계의 고도화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적 딜레마에도 불구하고 CJ ENM이 축적해 온 '오디션 명가'로서의 노하우가 결국 타개책이 될 것으로 분석한다. 수많은 서바이벌과 프로젝트를 거치며 체득한 이들의 거버넌스 역량이 얽히고설킨 다자간 합작 구조 속에서도 최적의 합의점을 찾아내는 컨트롤타워로 작동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묵직한 거대 시스템의 힘과 파트너십의 유연함이 IP 비즈니스를 넘어 원천 IP 발굴에서 만났을 때의 결과물이 K팝 산업계에 어떠한 확장가능성을 가져올 지 주목된다.
뉴스컬처 박동선 dspark@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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