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나프타 쇼크가 국내 플라스틱 산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포장재 수급 불안이 공장 폐업 위기로 번지는 가운데, 정부가 내놓은 탈플라스틱 대책이 현실과 동떨어져 오히려 사용량 증가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국회에서는 지난 8일 '나프타 위기 속 드러난 한계,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보완 방향'을 주제로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그린피스,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와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 조국혁신당 서왕진 의원이 공동 주최한 이번 토론회에서는 현행 대책의 전면 수정과 국제 동향에 맞춘 정책 재설계가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사용량 증가 전제로 짠 대책, 산업 체질 개선 불가능
기후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초안은 공개 직후부터 실효성 논란에 휘말렸다. 일회용 컵 감축 대안으로 제시된 '컵 따로 가격제'는 현장의 거센 반발을 샀고, 이로 인해 올해 초 예정됐던 최종본 발표는 무기한 늦어지고 있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한정희 그린피스 캠페인 전문위원은 "수출 기업들은 글로벌 환경 규제에 맞추기 위해 내수용과 수출용 생산 라인을 이원화하는 등 극한의 비용 부담을 안고 있다"며 기후부의 초안은 플라스틱 사용량 감소가 아닌 증가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어,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추려는 산업 체질 개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럽은 이미 법으로 묶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EU연구소 연구교수 이하얀은 유럽연합의 환경 규제가 단순히 유럽 내 기업에만 적용되는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EU의 규제는 글로벌 기업의 정책과 생산 라인 전체에 파고들고, 그 영향이 전 세계 공급망으로 퍼져나간다는 것이다. 현재 유럽연합은 플라스틱 감량 목표와 재사용 목표를 이미 법으로 명시해 두고 있다.
녹색연합 정책팀 활동가 박상현은 플라스틱 문제가 단순한 환경오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석유를 둘러싼 경제적·안보적 위기를 일상 가까이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 없이는 재사용 시스템도 없다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규제 강화 요구도 이어졌다. 알맹상점 공동대표 고금숙은 재사용·리필 시스템이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강력하고 일관된 규제 정책이 먼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제로웨이스트 생태계는 폐기물 처리 중심의 자원순환 정책 아래서 겨우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쓰레기 봉투를 사재기하는 것이 해법이 아니라 쓰레기 자체를 줄이는 것이 근본이라고 강조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국제사업 팀장 김보연은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에 플라스틱 내 유해 화학물질 관리와 규제 내용이 빠져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목했다. 보완될 종합대책에는 유해화학물질과 미세플라스틱 저감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반드시 담겨야 한다고 요구했다.
소비자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플라스틱 줄이는 방법
카페에 갈 때 텀블러를 챙겨가면 일회용컵 사용을 바로 줄일 수 있다. 많은 카페에서 개인 컵을 가져오면 음료 가격을 할인해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서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다. 텀블러 하나를 꾸준히 쓰는 것만으로도 연간 수백 개의 일회용컵 사용을 막을 수 있다.
장을 볼 때는 천 소재나 망사로 된 장바구니와 채소 담는 주머니를 따로 챙겨두면 비닐봉투 사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마트에서 채소나 과일을 담을 때 무심코 뜯는 얇은 비닐 포장재도 상당한 양을 차지하는 만큼, 재사용 가능한 망사 주머니를 하나 장만해두면 꽤 오래 쓸 수 있다.
샴푸, 세제, 주방세제처럼 반복적으로 구매하는 생활용품은 리필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플라스틱 용기 소비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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