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사라지는 골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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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 사라지는 골목은 없다

이슈메이커 2026-04-09 09:30:4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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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오미경 기자]

사라지는 골목은 없다


골목상권을 둘러싼 위기 담론은 이제 낯설지 않다. 폐업, 공실, 유동인구 감소와 같은 단어들이 반복되며 ‘사라지는 동네’의 이미지를 강화해왔다. 그러나 현장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지금 골목상권에서 벌어지는 변화는 단순한 쇠퇴가 아니라, 유통 방식과 소비 행태의 변화가 만들어낸 구조적 재편에 가깝다. 사라지는 것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다시 배열되고 있는 것이다. 

 

ⓒPixabay
ⓒPixabay

 

플랫폼이 바꾼 골목의 작동 방식
배달 플랫폼과 온라인 유통의 확산은 골목상권의 기본 전제를 흔들었다. 과거 상권은 지리적 거리와 유동인구에 의해 결정됐지만, 이제는 ‘접속 가능성’과 ‘노출 알고리즘’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는 더 이상 집 앞 가게를 기준으로 선택하지 않는다. 앱 안에서 검색되고 추천되는 가게가 새로운 ‘동네’가 되기 때문이다.

 
  이 변화는 자영업자의 운영 방식도 바꾸고 있다. 매장 입지보다 리뷰, 사진, 평점 관리가 중요해졌고, 오프라인 공간은 소비의 중심이 아니라 경험의 일부로 재정의되고 있다. 즉, 골목상권은 물리적 공간에서 디지털 플랫폼으로 확장되며 ‘보이지 않는 상권’과 결합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성장하는 골목 vs 축소되는 골목
이 과정에서 골목상권은 균일하게 무너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뚜렷한 양극화가 나타난다. 일부 지역은 특정 콘셉트와 콘텐츠를 중심으로 ‘목적형 상권’으로 성장하고, 카페 거리, 편집숍 골목, 독립서점 클러스터처럼 소비자가 의도적으로 찾아오는 공간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강한 집객력을 갖는다.

 
  반면, 일상 소비 중심의 생활형 상권은 점차 축소되는 경향을 보인다. 대형 플랫폼과 체인점, 빠른 배송 시스템이 기본적인 소비를 흡수하면서 동네의 소규모 점포는 경쟁력을 잃기 쉬워졌다. 이로 인해 동일한 도시 안에서도 한쪽은 핫플레이스로 부상하고, 다른 한쪽은 공실이 늘어나는 이중 구조가 형성되기도 한다. 

 

앱 안에서 이루어지는 선택과 소비가 일상이 되면서 골목상권의 형성 기준은 거리보다 ‘접속’으로 이동하고 있다. ⓒPixabay
앱 안에서 이루어지는 선택과 소비가 일상이 되면서 골목상권의 형성 기준은 거리보다 ‘접속’으로 이동하고 있다. ⓒPixabay

 

공간이 아닌 ‘콘텐츠’로 재편되는 상권 
이러한 변화의 핵심은 상권의 기준이 ‘위치’에서 ‘콘텐츠’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골목은 단순히 가게들이 모여 있는 장소가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와 경험을 제공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개성 있는 브랜드, 차별화된 공간 연출, SNS에서 공유 가능한 경험이 상권의 생존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다.

  
  특히 젊은 소비층은 ‘소비’보다 ‘경험’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커진 만큼 같은 커피를 마시더라도 어디에서, 어떤 분위기에서 소비하느냐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이는 골목상권이 단순한 판매 공간에서 ‘콘텐츠 생산 공간’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역 기반 경제에서 ‘플랫폼 종속’으로의 이동
한편 주목해야 할 변화는 골목상권이 점점 플랫폼에 종속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배달앱과 온라인 채널은 분명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지만, 동시에 수수료와 광고비, 노출 경쟁이라는 또 다른 비용 구조를 만들어냈다. 이는 자영업자가 단순히 장사를 잘하는 것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임을 나타내는 부분으로, 플랫폼 내에서의 순위와 리뷰, 마케팅 전략이 매출을 좌우하면서 ‘플랫폼 운영 능력’ 자체가 경쟁력이 되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변화하는 골목상권은 지역 경제의 자율적 생태계라기보다 거대한 플랫폼 구조 안에서 재편된 하위 시장으로 편입되는 양상을 보이며, 향후 골목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논의할 때 단순한 상권 활성화를 넘어 ‘어떻게 플랫폼 의존도를 관리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개성과 경험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형 상권의 성장 사례는 골목이 ‘머무는 공간’으로 의미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Pixabay
개성과 경험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형 상권의 성장 사례는 골목이 ‘머무는 공간’으로 의미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Pixabay


골목 경제의 새로운 질서 
결국, 지금의 변화는 ‘골목상권의 몰락’이 아니라 ‘골목 경제의 재구성’으로 봐야 할 것이다. 플랫폼은 전통적인 상권의 경계를 허물었고, 그 안에서 살아남는 방식도 바꾸게 했다. 물리적 거리 대신 디지털 연결이, 입지 대신 콘텐츠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 골목상권의 미래는 단순한 보호나 질서 유지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순 없다.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질서에 적응하고, 자신만의 역할을 재정의하느냐가 관건이다. 사라지는 골목은 없다. 다만, 변화에 맞춰 다시 쓰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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