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가상현실(VR)과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실감형 전시를 통해 국제 인권 담론을 조망한다. 기술 기반 콘텐츠가 사회적 메시지 전달 수단으로 확장되는 흐름 속에서, 문화외교 기관이 직접 기획한 전시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KF는 서울 중구 을지로 KF XR 갤러리에서 기획전 ‘마주하는 얼굴들(Facing Faces)’을 오는 7월 31일까지 개최한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자유와 평화라는 보편적 가치의 축 위에서 인권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관람객이 다양한 타자와 마주하는 과정을 통해 공존의 의미를 체감하도록 설계됐다.
전시명 ‘마주하는 얼굴들’은 타인을 단순히 관찰하는 차원을 넘어 책임 있는 시선으로 직면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얼굴’이라는 개념 역시 개인의 정체성뿐 아니라 사회·역사적 맥락 속 다양한 존재 양식을 포괄하는 상징으로 제시된다.
전시는 △대형 LED 미디어월 존 △VR 체험 존 △AI 기반 인터랙티브 존 등으로 구성됐다. 관람객은 디지털 기술을 매개로 물리적 제약을 넘어선 환경에서 인권 이슈를 직관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특히 XR(확장현실) 콘텐츠를 중심으로 구성된 점이 특징이다. 시각적 몰입과 상호작용 요소를 결합해 기존 전시 형식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해외 협력 작품도 눈길을 끈다. 주한캐나다대사관과 협력해 선보이는 VR 작품 ‘인형의 집’(2025)은 이주민 가사노동자의 인권 문제를 아동의 시선에서 풀어낸 콘텐츠다. 해당 작품은 프랑스 칸영화제 XR 부문 공식 초청작으로, 한국어 더빙 버전이 국내에서 처음 공개된다.
독일과의 협력으로 소개되는 ‘점프!’(2020)는 베를린 장벽을 배경으로 한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제작된 VR 작품이다. 냉전 시대를 상징하는 장면을 통해 자유와 분단의 의미를 체험형 콘텐츠로 풀어냈다.
미국 하와이 비영리 기관과 협력한 프로젝트도 포함됐다. 한인 디아스포라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기반으로 제작된 VR 신작이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된다.
국내 미디어아트 작가들의 참여도 전시의 또 다른 축이다. 김아영, 전소정, 정연두 등 주요 작가들이 디지털 권리, 경계, 도시 속 소수자 서사 등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또한 민세희와 디폴트의 신작은 유엔 인권이사회 ‘신기술과 인권’ 결의안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권리와 어떻게 충돌하거나 공존하는지를 탐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전시는 XR과 AI 기술을 활용해 인권 담론을 보다 직관적으로 전달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관람객 참여를 유도하는 몰입형 콘텐츠는 기존 텍스트 중심 전시보다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다만 기술 중심 연출이 메시지 전달을 압도할 가능성, 체험 위주의 구성으로 인해 서사의 깊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은 과제로 남는다. 콘텐츠 완성도와 메시지 균형이 관람 경험의 핵심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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