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데이터 관리 전문기업 글래스돔이 베트남 산업단지 전반에 걸친 탄소 관리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글로벌 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제조업 공급망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탄소 데이터’가 떠오른 가운데, 산업단지 단위의 대응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글래스돔은 베트남 인프라 개발사 베카멕스 그룹과 VSIP의 합작사인 베카멕스 빈딘, ESG 투자·컨설팅 기업 하우스링크와 함께 3자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9일 밝혔다. 협약은 지난 3월 31일 베트남 호치민에서 열린 ‘ESG 전략에서 지속가능 제조 선도까지’ 세미나 현장에서 진행됐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개별 기업이 아닌 산업단지 단위의 탄소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 베카멕스 빈딘이 운영 중인 대규모 산업단지 ‘베카멕스 VSIP 빈딘’을 중심으로, 컨설팅과 데이터 솔루션을 결합한 통합 ESG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식이다.
입주 기업들은 별도의 복잡한 시스템 구축 없이도 글로벌 환경 규제 대응이 가능해진다. 기존에는 기업별로 분산된 데이터와 수작업 기반 산정 방식이 주요 장애물로 꼽혀 왔다. 이번 프로젝트는 해당 문제를 산업단지 인프라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시도다.
베카멕스 빈딘은 베트남 중부 잘라이성 일대 약 1,425헥타르 규모의 스마트·에코 산업단지를 개발·운영 중이다. 하우스링크는 ESG 평가와 시장 분석을 기반으로 제조기업 대상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탄소 데이터 요구 수준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배터리 규제(EUBR), 디지털제품여권(DPP)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에서도 청정경쟁법(CCA)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규제는 베트남 제조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산업 구조상 탄소 데이터 제출 여부가 공급망 참여를 결정짓는 기준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하우스링크 응우옌 탄 롱 대표는 “탄소 데이터는 단순 보고 수준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진입 조건으로 자리 잡았다”고 강조했다. 베카멕스 빈딘 응우옌 반 랑 대표 역시 “친환경 산업단지 전환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래스돔은 올해 안에 해당 산업단지 입주 기업을 대상으로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해 성과를 검증할 계획이다. 이후 적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핵심 기술은 데이터 통합과 제품탄소발자국(PCF) 자동 산정이다. 생산 현장의 에너지·공정 데이터를 엑셀이나 고지서 수준부터 MES·ERP, 나아가 설비 단위(PLC·계측기)까지 연결해 표준화하는 구조다.
국내에서는 완성차, 배터리, 철강, 알루미늄, 섬유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적용 사례를 확보했다. KG모빌리티, 삼성SDI, 삼성전기, 엘앤에프, 롯데인프라셀 등이 주요 고객사다.
베트남 정부는 2030년까지 산업단지의 40~50%를 에코 산업단지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추진 중이다. 이번 협력은 정책 방향과 맞물린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실제 현장 적용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산업단지 내 기업들의 데이터 표준화 수준이 제각각인 데다, 비용 부담과 운영 역량 문제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현지 법·제도와의 정합성 역시 사업 확장의 중요한 요소다.
글래스돔 측은 베트남 법인 설립을 통해 현지 대응력을 강화하고, 정부 및 주요 제조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윤문옥 베트남 법인장 예정자는 “분산된 데이터와 수작업 중심 구조를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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