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벌금 3억→15억원 상향 추진…중국에 '이중 처벌'도 요구
中, 내달부터 자국어선 불법조업 적발시 벌금 최대 20배↑
서해 NLL·EEZ 중국어선 출몰 감소세
(인천=연합뉴스) 황정환 기자 = 과거 흉기까지 소지하며 집단으로 저항하던 중국어선들이 최근에는 짧게 조업하고 빠지는 이른바 '게릴라식' 방식으로 불법 조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과 중국이 잇따라 단속과 처벌 강화를 예고하면서 불법 조업 행태가 진화하는 모습이다.
◇ 무력 저항→지능 도주→게릴라식…진화하는 불법 조업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중국어선은 우리 해역에서 불법으로 조업하다가 적발되면 쇠 파이프 등 흉기와 둔기를 휘두르거나 경비함에 고의로 충돌하는 등 무력 저항을 했다.
이에 해양경찰청은 2017년 서해5도 인근 북방한계선(NLL)과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단속을 전담하는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서해5도특별경비단(서특단)을 신설했다.
이후 중국어선들은 선체 양쪽에 쇠창살과 철조망 등 등선 방해물을 설치하거나, 여러 척을 홋줄로 묶는 이른바 '연환계'를 쓰는 등 지능적으로 도주 시간을 확보했다.
2024년 10월 인천시 옹진군 소청도 해상에서는 불법 조업 중국어선 2척이 10여척과 연환계를 형성했다가 해경에 나포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고속단정을 이용해 우리 해역에 진입한 뒤 그물을 설치·회수하거나, NLL과 EEZ 주변에서 짧게 조업한 뒤 빠지는 '게릴라식' 방식으로 단속을 피하려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다고 해경은 설명했다.
김인수 1002함 검색팀장은 "중국어선들은 단속에 대응해 새로운 수법을 만들어 불법 조업을 시도하고 있다"며 "선박 외부에 폐쇄회로(CC)TV까지 설치해 우리의 단속 상황을 확인하는 등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 중국어선 출몰 감소세…"한·중 처벌 강화 영향"
서특단에 따르면 이달(지난 3일 기준) 하루 평균 중국어선 출몰 규모는 서해5도 NLL 인근 110여척, 서해 특정해역 10여척 등 총 120여척이다.
이는 지난해 4월 하루 평균 170여척(NLL 100여척·EEZ 70여척)과 비교하면 약 60척가량 감소한 수준이다.
중국어선이 EEZ보다 NLL 인근에 많이 출몰하는 것은 단속을 상대적으로 쉽게 피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NLL 해역은 통상 10분 내외, EEZ는 20∼30분 이내에 단속 임무를 마쳐야 한다.
지난 3일 오전 6시 기준 올해 들어 서특단이 나포한 중국어선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은 전반적인 출몰 감소가 한·중 양국의 단속 및 처벌 강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외교 자리에서 불법 조업 문제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해 중국 정부가 어업법을 개정하고 우리나라도 처벌 강화를 예고하면서 조업 질서가 점차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 '벌금 15억원' 개정안, 국회 본회의 의결만 남아…중국도 처벌 강화
국내에서는 불법 조업 중국어선에 대해 처벌 수위를 높이는 법 개정이 추진 중이다.
최대 3억원인 벌금을 15억원 수준으로 상향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이 지난 1월 대표 발의한 '경제수역어업주권법' 개정안은 지난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의결만 남겨두고 있다.
해경은 재판 전 어선·선원 석방을 위한 담보금 부과 기준(최대 3억원)도 벌금과 같은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 대검찰청, 해양수산부와 세부 위반 항목 기준을 협의 중이다.
해경은 무허가 조업이나 공무집행방해 등 위법 행위가 확인되면 국내 처벌과 함께 중국 해경에 인계해 이중 처벌을 유도할 방침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해양경찰청 업무보고에서 "10척이 넘어와서 1척 잡혔을 때 10척이 같이 돈 내서 물어주면 사실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게 매우 어렵다"며 "10척이 모아서 내기도 부담스러울 만큼 벌금을 올려버려서 강력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불법 조업 중국어선에 대해 강력 대응을 주문했다.
중국도 자국 어선의 불법 조업에 대해 대응 수위를 강화했다.
중국은 지난해 말 어업법을 개정해 다음 달부터 자국 어선의 불법 조업 벌금을 최대 20배까지 상향할 예정이다.
특히 무등록·무선적·무허가 '3무(無) 선박'에 대해서는 어획물과 불법 수익을 몰수하고, 선박 가액의 최대 2배에 해당하는 200만 위안(약 4억3천600만원)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고유가와 어획량 감소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어민들은 이 같은 양국 정부의 조치가 중국어선 감소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대청도에서 꽃게 조업을 준비 중인 한 선원은 "예전에 비해 중국어선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며 "기름값도 비싼 상황에서 불법 조업 피해라도 줄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해경청 관계자는 9일 "매년 한·중 외교 회의 시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심각성을 공유하고 자체 단속 강화를 요청하고 있다"며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을 근절하기 위해 단속 전담함정을 2028∼2030년 매년 2척씩 총 6척을 추가로 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hw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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