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중동발 에너지 안보 리스크로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전’에 나선 정부가 설치가 빠른 태양광 발전 설비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공급망 의존 심화에 따른 수혜 쏠림 우려 속에 정부는 국내 태양광 공급망을 제조부터 소재까지 단계적으로 재건하겠다는 방침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태양광 보급 확대 정책 등 재생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핵심 원재료인 폴리실리콘과 웨이퍼 등의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인 상황에서 보급 확대만으로는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셀·모듈 등 최종 제품 생산은 일부 국내에서 이뤄지더라도 그 윗단의 원재료 공급망이 사실상 중국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만큼 수요 확대의 과실이 국내 기업보다 중국 소재·부품 업체에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일부 국내에서 태양광 모듈이 생산된다 하더라도 원재료는 대부분 수입산이고 그 상당 부분이 중국 공급망과 연결돼 있다”며 “이런 구조에서 정부 주도로 보급만 빠르게 늘리면 결국 수요는 해외로 흘러갈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중국 중심 공급망만 더 키워주는 정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태양광 산업은 태양광 제품에 필요한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 등 상위 원재료 분야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철수로 산업 생태계가 붕괴된 상황이다. 이로 인해 국내 태양광 산업은 하단 조립 중심 구조에 머무르며 공급망 전반의 자립 기반이 크게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같은 우려 속에 정부는 국내 태양광 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해 하부 제조 기반 강화에서 시작해 민간 자본의 소재 공급망 재진입으로 이어지는 ‘낙수효과’를 유도하며 단계적 공급망 재건에 나설 계획이다.
기후부는 단기적으로는 셀·모듈 중심의 국내 태양광 생태계 복원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산 셀과 모듈 간 연계를 강화하고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에서 국산 제품 사용을 확대해 수요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탄소검증제 등을 활용해 공공시장에서 국산 모듈 적용을 유도하고 세제 지원 등 추가 제도도 관계 부처와 협의해 생산 기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다운스트림 산업 지원으로 태양광 시장 수요와 사업성을 회복시킨 뒤에는 이를 바탕으로 민간 투자를 자연스럽게 유도해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 등 상위 공급망을 복원하겠다는 구상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국산 셀·모듈 중심 시장을 먼저 복원해 수요 기반을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폴리실리콘·웨이퍼 등 상위 소재 분야에 대한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라며 “시장 확대와 정책 신호를 통해 공급망 전반을 점진적으로 회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기후부는 6일 ‘국민주권정부 에너지 대전환 추진계획’을 통해 수입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본격화하고 산업단지와 대형 공장 신·증설 시 지붕형 태양광 설비 설치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재생에너지 100GW 보급 목표 시점을 기존 2030년보다 앞당기기로 하며 설치 속도가 빠른 태양광 중심으로 보급 확대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태양광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중국 원재료 의존도가 높은 다운스트림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내 시장 위축을 막기 위해 국내 산업 보호와 공급망 육성을 단계적으로 병행하는 ‘연착륙’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산 비중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중국 제품에 대한 급격한 규제가 시행될 경우 공급망 보호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동시에 중국산에 의존하는 국내 셀·모듈 기업의 원재료 조달 비용 상승과 사업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태양광 제조 기업 관계자는 “중국산 원재료를 전면 배제하면 가격 상승으로 태양광 보급이 위축될 수 있고 반대로 아무런 대응 없이 방치하면 장기적으로 국내 산업 기반이 더욱 약화될 수 있다. 결국 보급 확대와 국내 산업 보호·육성을 함께 가져갈 수 있는 균형 잡힌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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