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중동전쟁 장기화로 주사기 제조 원료 수급 불안이 이어지자 정부는 사재기 집중 단속을 벌일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제조사와 판매사의 보고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인 데다 관련 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단속이 허울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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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주사기 등 의료기기 초과 주문 및 유통 현황 파악을 위해 제조사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주사기 사재기 가능성을 선제 차단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사재기 집중 단속과 함께 주사기 제조사에게 평년 수준의 생산이 유지토록 원료 공급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유통 단계에서의 이상 수요도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장에서는 단속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제조사들은 기존 거래처에 공급한 물량규모는 제출할 수 있지만 최종 수요처까지의 흐름을 추적하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주사기와 같은 일부 의료기기는 공급 보고 의무가 완전히 정착되지 않아 유통 전 과정을 데이터로 파악하기 힘들다.
식약처는 의료기기를 의료기관이나 판매·임대업자에게 공급한 경우 해당 유통 정보를 표준코드(UDI) 기반으로 의료기기통합정보시스템에 매월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현장에서는 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조 단계에서는 자발적으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지만 도매상이나 온라인 판매 채널까지는 누가 얼마를 사는지 알 수 없다”며 “보고 체계 자체가 미비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는 도매 유통 단계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도매업체들은 구매자 정보를 체계적으로 보고할 의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상당수 물량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판매되면서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배송지 정보만 남을 뿐 실제 구매 주체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기대하는 역추적 방식의 단속은 한계가 뚜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병원 재고와 구매량 조사 등을 통해 수요 왜곡을 바로잡겠다는 계획이다. 이 역시도 해당 병원이 보유 재고를 정확히 보고할지 장담하기 어렵고, 현장 조사 역시 전수 파악이 쉽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수요 측면에서도 변수는 크다. 생산량이 유지되더라도 가격 인상 전망이 확산되면서 병원과 일부 수요처가 선제적으로 물량을 확보하는 가수요가 이미 발생하고 있다.
한 병원 관계자는 “2~3개월치 물량을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실제 부족 현상을 체감하게 만드는 요인”이라며 “특정 기관이 과도하게 확보하면 다른 곳은 정상적으로 구매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또 구매를 미뤘던 의료기관이 오히려 더 비싼 가격에 주사기를 구매해야 하는 상황도 문제로 지적된다. 복지부 역시 시장을 교란한 의료기관이 이득을 보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 지침에 따라 정량 구매한 의료기관이 사재기한 의료기관과 비교해 손해를 보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결국 현재 구조에서는 생산·공급이 유지되더라도 유통과 수요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장 불안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 자체보다 중요한 건 투명한 유통 상황 점검이지만 기반이 부족하다”며 “제도 정비 없이 단속만 강화하면 보여주기식 대응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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