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식탁 위는 보통 냉이, 달래, 쑥이 차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주변을 조금만 자세히 살피면 이들 못지않게 귀한 대접을 받아온 나물이 있다. 바로 ‘뽀리뱅이’다.
이름은 생소하지만, 시골 어르신들 사이에서는 봄철이면 으레 뜯어다 밥상에 올리던 정겨운 찬거리다. 보도블록 사이나 밭둑 등 어디서나 얼굴을 내미는 이 나물은 꽃을 피우기 전인 초봄이 영양과 맛이 가장 뛰어난 시기다.
이름은 낯설어도 생존력은 으뜸, 뽀리뱅이란?
뽀리뱅이는 국화과에 속하는 풀로, 뿌리에서 줄기가 불쑥 솟아오르는 모양새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지역에 따라 ‘박조가리나물’이나 ‘황화채’라고도 부른다. 씀바귀나 고들빼기와 겉모습이 비슷해 헷갈리기 쉽지만, 잎 전체에 부드러운 흰 털이 촘촘하게 나 있는 점이 다르다.
특히 줄기를 꺾으면 하얀 진액이 나오는데, 이는 식물이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내보내는 성분이다. 이 식물은 도심과 농촌을 가리지 않고 햇빛만 있다면 어디서든 잘 자랄 만큼 생명력이 끈질기다. 서양민들레 같은 강력한 외래종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고 제 자리를 지켜내 '잡초계의 숨은 실력자'로 통한다.
쌉쌀한 맛 속에 숨겨진 놀라운 몸보신 효능
보잘것없는 풀로 여기기엔 뽀리뱅이가 품은 힘이 상당하다. 옛 문헌을 보면 열을 내리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재로 써왔음을 알 수 있다. 감기 몸살이나 목이 부었을 때, 관절이 아픈 증상을 가라앉히는 데 쓰였으며, 특히 기운을 북돋아 주는 효과가 있어 ‘은근초’라는 별명도 얻었다.
뿌리에는 사포닌과 이눌린 같은 성분이 들어 있어 몸의 회복을 돕는다. 쓴맛을 내는 성분은 겨울 동안 무거워진 몸의 소화 기능을 돕고 나른한 피로를 씻어내는 데 효과가 있다. 식이섬유와 비타민 또한 듬뿍 들어 있어 일교차가 큰 봄철에 몸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돕는 천연 영양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데치고 무치고… 쓴맛 잡는 쉬운 손질법
뽀리뱅이는 씀바귀처럼 쌉쌀한 맛이 나지만, 손질만 잘하면 오히려 구수한 풍미를 즐길 수 있다. 먼저 흙이 많이 묻어 있는 뿌리 부분을 신경 써서 여러 번 씻어낸다. 끓는 물에 소금을 한 꼬집 넣고 뿌리가 굵은 것부터 넣어 살짝 데쳐내면 잎의 초록색이 더욱 선명해져 보기도 좋다.
데친 나물은 찬물에 잠시 담가두어 쓴맛을 충분히 우려낸 뒤 물기를 꼭 짜서 준비한다. 줄기가 길게 올라와 꽃이 피기 시작하면 잎이 억세지고 식감이 질겨지므로, 지금처럼 잎이 땅에 바짝 붙어 있는 어린순을 골라 채취하는 것이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다.
간장 무침부터 된장국까지… 봄 식탁의 별미
준비한 나물은 입맛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으로 무쳐낼 수 있다. 담백한 맛을 즐기고 싶다면 국간장과 들기름, 다진 마늘만 넣어 조물조물 무쳐보자. 씹을수록 입안에 퍼지는 구수함이 밥도둑이 따로 없다. 좀 더 자극적인 맛을 원한다면 고추장 양념에 매실청을 더해 새콤달콤하게 무치는 것도 방법이다.
나물을 된장국에 넣으면 뽀리뱅이만의 향이 국물에 깊게 배어들어 한층 깊은 맛을 낸다. 데친 후 물기를 짜서 냉장고에 넣어두면 며칠간 국거리나 반찬으로 요긴하게 쓸 수 있다. 다만 직접 나물을 뜯을 때는 농약이나 오염 걱정이 없는 깨끗한 땅에서 자란 것인지 확인하는 일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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