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시시각각] 예측 불가한 美, 흔들리는 세계 질서와 자강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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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의 시시각각] 예측 불가한 美, 흔들리는 세계 질서와 자강의 시대

경기일보 2026-04-08 19:58: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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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요즘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달라지는 세상이 돼 버렸다. 그의 발언 하나에 유가는 오르락내리락을 거듭하고 주가는 폭락과 폭등을 오가며 환율 또한 춤추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금과 같은 세상이 오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이전까지 미국은 자유와 인권 같은 인류 보편의 가치를 실현하려 애쓰는 국가라 여겼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 역시 자국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럼에도 최소한 명분만큼은 지키려는 모습을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의 미국은 그러한 명분마저 완전히 내팽개쳐 버린 듯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합작해 촉발된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는 상황이 전개돼도 자국은 해당 해협을 통과할 필요가 없으니 호르무즈 해협 통과가 필요한 국가들이 알아서 해결하라고 한다.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수많은 국가의 경제가 위태로운 지경에 처했음에도 최소한의 책임 있는 자세 대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트럼프의 발언을 논리로 따지는 일은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을 예측 가능한 국가로 취급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를 국빈방문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3일 한국·프랑스 경제인들과의 만남에서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해 “프랑스는 미국보다 예측 가능하다”며 “한국이 프랑스에 더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일본 방문 시에도 유사한 발언을 한 바 있다. 방일 당시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이 때로는 다른 지역보다 느리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안다”면서도 “하지만 예측 가능성은 중요한 가치이며 최근 몇 주간 이를 입증해 왔다”고 밝혔다. 필자는 이러한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정치에서 예측 가능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국가 혹은 정부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은 해당 국가에 대한 신뢰와 직결된다. 그런데 지금의 미국에는 이러한 예측 가능성을 발견하기 어렵고 이는 곧 국제사회가 더 이상 미국을 신뢰하기 어려워졌음을 의미하기도 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미 동맹의 미래 또한 낙관하기 어렵다. 프랑스는 이미 미국의 핵우산을 신뢰할 수 없다며 스스로 유럽 대륙의 핵우산이 되겠다고 선언했고 독일 역시 이를 수용하는 입장이다. 주지하다시피 독일과 프랑스는 역사적으로 앙숙 관계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두 나라의 관계는 한일 관계보다 더 심각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 국가들이 이제 안보를 위해 연대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유럽 국가 가운데 프랑스와 영국이 핵보유국이니 유럽의 안보를 책임지겠다는 선택이 가능하지만 문제는 동북아다.

 

동북아 국가 가운데 공식적으로 핵을 보유한 국가는 중국뿐이고 비공식적 핵보유국으로는 북한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나 일본의 입장에서는 두 나라에 안보 차원에서 의지할 수 없다. 체제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적 현실로 인해 한국과 일본, 그리고 대만이 독자적 핵 보유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란은 북한의 사례를 통해 핵 보유의 전략적 가치를 절감했을 것이다. 더구나 현재 트럼프로 인해 각종 국제 규범과 조약, 그리고 국제기구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란의 NPT 탈퇴 시도는 설득력을 지닐 수밖에 없다. 지금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미국의 행태를 목도한 적지 않은 국가들이 NPT를 탈퇴할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될 경우 핵 보유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트럼프로 인해 기존의 세계질서는 빠르게 해체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자강(自强)만이 살길이다. 핵무기 없는 세상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핵 보유 도미노가 현실화된다면 당위론만으로는 우리를 지켜낼 수 없다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안보는 곧 생존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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